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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에 과연 국민과 국정 안정이라는 개념 자체가 있는 것인지 근본적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개혁신당 제외)이 2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은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에서 경제와 안보 등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나라의 현실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행태다.
야당은 이번 탄핵 소추 사유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도 재판관 8인 체제로 결정을 선고한 전례가 있다. 사건 심리에 참여하지 않은 마 후보자를 막판에 임명해 결정에 개입시키려는 게 오히려 헌재 결정의 정당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에 마 후보자 임명은 부적절하다.
민주당이 30번째 탄핵안을 낼 정도로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자명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적법 절차상 문제점이 노출되자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마 후보자를 헌재에 투입해 어떻게든 판을 뒤집어 보려는 것일 뿐이다. 이는 이재명 대표가 근래 주장하는 잘사니즘·실용·경제·민생·성장 회복과 같은 말들이 얼마나 기만적이고 입에 발린 헛소리인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헌재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선고일이 24일로 예정된 마당에 최 대행을 상대로 한 탄핵 소추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 민주당 내에서도 최 대행에 대한 탄핵은 잃는 게 더 많다며 만류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친이(친이재명)계의 지도부가 밀어붙였다고 한다. 특히 이 대표는 “공동체 최고 규범인 헌법을 지켜야 한다”며 “헌재 판결을 3주째 무시하는데, 최고 공직자가 헌법을 이렇게 무시하면 나라 질서가 유지되겠냐”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의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주장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상의 표본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여느 시민은 단 하나라도 범법을 저지르기 어렵고, 부지불식 간에 법을 어기게 되면 반성하고 사과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런 다중범죄 혐의자가 ‘헌법과 질서’ 운운하고 있는 모습은 코미디가 따로 없다.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명색이 제1야당 대표가 정치 희화화를 앞장서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다.
민주당은 직시해야 한다. 자신들이 주도한 줄 탄핵 행보와 마 후보자 임명 보류 중 어느 쪽이 정국을 어지럽게 하는 데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는지 묻고 싶다. 더구나 민주당 주도로 이뤄진 국회의 탄핵 소추 13건 가운데 헌재 결정이 나온 8건은 모두 기각된 부끄러운 기록도 있다. 이러니 정략적 탄핵 남발로 국정 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센 게 아닌가.
민주당은 이날 최 대행을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위반 등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까지 했다. 최 대행이 국정농단 사태가 빚어진 2015년 당시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가 운영에 개입한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된 범죄에 가담했는데도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짙다는 게 민주당 측의 고발 이유다. 느닷없이 대통령권한대행의 10년 전 일을 들먹이는 민주당의 행태는 옹졸하기 짝이 없는 행패이자 치졸한 보복으로 비쳐질 뿐이다.
민주당의 무도(無道)함을 제어하기 위해선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대행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의장은 무소속이다. 객관적으로 의사 진행을 하도록 한 국회법의 취지를 무시해선 안 된다. 우 의장은 여야 합의 정신에 입각한 자세로 쟁점 해결에 접근해 국정 안정을 도모하는 지혜를 발휘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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