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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87일 동안 직무가 정지됐던 한 총리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즉시 직무에 복귀해 대통령 권한대행과 총리직을 수행하게 된다. 외교·안보와 경제적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 총리의 복귀는 시급한 과제였다. 비록 헌재의 결정이 늦었지만 환영한다.
이번 헌재 결정에서 주목되는 점은 전체적으로 국회의 소추 사유를 탄핵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탄핵소추 안건 5가지 중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혐의는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와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다. 헌재는 한 총리가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만 공직에서 파면할 만큼 중대한 잘못은 아니라고 밝히는 등 탄핵소추를 인용하지 않았다.
헌재의 심판대로라면 소추 사유를 갖추지 못한 부실한 탄핵안이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엄밀히 말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을 탄핵한 것이다. 윤석열정부 들어 민주당 주도로 30명의 탄핵안을 발의했고 그중 13명을 탄핵 소추해 헌재 심판대에 넘겼다. 이 가운데 헌재 결정이 나온 9건은 모두 기각 결정됐다. 기각된 9건 중 7건이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 결론이었다. 애초부터 탄핵 소추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기에 ‘사필귀정’이라는 말로 설명되는 상황들이다.
이번 탄핵 결정은 12.3 비상계엄으로 탄핵 소추되거나 형사재판에 넘겨진 고위공직자 중 처음으로 사법적 판단을 받은 사례다.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 헌재가 내놓은 판단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결론을 일부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헌재 결정으로 줄 탄핵을 단행한 민주당의 입장이 궁색해졌다. 탄핵은 정부에 대한 국회 견제 권한의 최종 수단이다. 그만큼 신중하게 행사해야 하고 역대 정권에선 그렇게 했다. 민주당은 탄핵을 정략의 도구로 사용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또한 민주당은 대통령권한대행을 맡았던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30번째 탄핵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탄핵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가질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의 이와 같은 행태는 그들이 국가적 어려움은 뒤로한 채 오직 대통령 탄핵만을 정치적 목표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총리 탄핵소추의 핵심 사유였던 내란죄를 철회 요청하며 이미 탄핵의 정당성을 상실한 바 있다. 민주당이 그토록 강조했던 내란죄조차 따지지 않고 공무원의 정치적 의무 위반 등만 따져 탄핵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이다.
더구나 헌재의 잇따른 탄핵소추 기각에도 민주당은 사과 논평 하나 내놓지 않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유튜브 채널에서 잇단 탄핵 발의와 관련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좋다고 했겠나”고 말했다. ‘묻지 마 탄핵’으로 국정 공백을 초래한 장본인이 할 얘기는 아니다. 차기를 꿈꾸는 지도자라면 국정과 민생을 정파적 이해보다 앞세우는 게 도리다. 민주당은 탄핵 남발을 국민 앞에 사과하고 폭주를 멈춰야 한다.
문제는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할 정치 현안들이 정치 사법화·사법의 정치화를 불러와 민주주의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진영 지지자들 간의 극한 증오와 정치 대결·정치 분열의 골이 깊어져 대한민국은 현재 심리적 내전 상태다. 국민 통합이라는 난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우선 탄핵제도에 대한 헌법적 수정과 보완이 시급하다.
작금 대한민국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질서 급변에 대응하지 못하고, 그 결과 국민 경제가 위기의 틀에 갇혔다. 외교 정상화 또한 시급하다.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 총리가 정상외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적극 뛰어야 한다. 한 대행은 두 차례 총리뿐 아니라 통상교섭본부장·주미대사·무역협회장 등을 지냈고 미 외교가에서 호감도가 높은 편이다. 국정 안정을 위한 한 대행의 책무가 크고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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