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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50년·개혁개방40년 베트남… 대나무같은 유연함·꿋꿋함
최빈국에서 전도유망 신흥공업국… 對中견제 주축
식민잔재·과거사 명분론보다 실용·실리주의 중시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27 17:19:20
▲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 시내에서 30일 종전·통일 50주년 기념일을 알리는 간판 앞을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1986년 이래의 개혁개방 성과를 과시할 대대적인 퍼레이드와 축하행사가 마련돼 있다. AFP 연합뉴스
 
1975년 4월30일 전쟁의 포성이 멈춘 후 10여년 후부터 베트남은 개혁개방의 길을 걸었다. 적국으로 맞섰던 미국·한국과의 물리적 상처·심리적 앙금을 넘어 생존을 모색한‘대나무 외교’의 전개 과정이기도 하다. 휘어져도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처럼 유연한 외교 기조와 그 연장선인 경제협력 등 실리 추구 자세를 견지한 것이다. 노태우정부 시절 (공산권)북방외교를 펼치던 한국과 1992년 12월 외교 정상화를 이뤘고, 3년 후 종전 20년 만에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했다.
 
영국과 나란히 세계 최대 식민종주국이던 프랑스는 1853년 베트남 남부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식민지배 체제 완료 시점부터만 쳐도 베트남에서 프랑스 치하가 60년간(1885∼1945) 이어진 셈이다. 2차 세계대전 종식 후 대다수 식민지들이 독립한 가운데 베트남은 프랑스와 추가 8년 전쟁(제1차 인도차이나전쟁)을 치르고서야 완전한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다. 
 
이후 프랑스는 베트남 분단 상황에서 남·북 정부와 각각 관계를 유지하면서 관망하다 베트남전쟁(제2차 인도차이나전쟁) 당시 미국의 참전 요청을 거절했다. 다만 사이공 함락으로 남베트남이 북에 흡수되자 난민들을 대거 프랑스로 받아들였고 1977년 통일 베트남의 UN 가입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오늘날 베트남과 프랑스 피차 호감도 높은 사이라고까진 할 순 없으나 ‘식민잔재 청산’ 등의 이야기를 베트남 측에서 본격적으로 꺼낸 바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과거보다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베트남 당국자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자주 한다. 중국 견제 및 자국 번영에 도움이 될 모든 나라와 손을 잡겠다는 자세다. 한때 한자문화권이었으며 중세 동아시아 질서 속에서 조선 다음가는 위상을 누렸고 유교도 융성했던 베트남이지만 조선과 달리 관념론적인 주자학이 뿌리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명분보다 실리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프랑스 식민지가 되면서 한자문화권에서 이탈한 것을 ‘베트남의 불운’으로 보는 시각도 실용적 역사 해석에 기인한다. 일본의 가성비 좋은 근대화 콘텐츠가 한반도에서처럼 활용될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베트남과 거리를 좁히고자 노력했다. 근년 들어 중국 봉쇄라는 양자의 이해가 더욱 절실하게 맞아떨어진다. 2000년 빌 클린턴, 2006년 버락 오바마 등 미 대통령들이 베트남을 찾을 때마다 현지 서민 식당에서 쌀국수를 먹으며 베트남 국민들과 친근감을 쌓는 모습은 두 나라 화해의 상징이 됐다. 2023년 9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두 나라가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한 것 또한 이런 흐름 속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한 장면이었다.
 
베트남은 기념일 당일인 30일 호찌민에서 군·공안 병력 등 1만3000여명이 참가하는 초대형 퍼레이드를 실시할 예정이다. 베트남 공군의 수호이(Su)-30MK2 전투기, 야크(Yak)-130 경전투기, Mi-8·Mi-17 헬기도 시범 비행을 벌인다. 중국·라오스·캄보디아 군대도 베트남 정부 초청으로 퍼레이드에 참여하며 호찌민 시내 30곳에서 화려한 불꽃놀이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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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베트남 당국은 호찌민 중심가 곳곳에 20개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TV·소셜미디어로 생중계해 현장에 가지 못한 국민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퍼레이드 리허설 행사에도 수만 인파가 몰렸으며 행진 당일은 호찌민 전역이 거대한 축제의 장이 될 전망이다. 호찌민 외에 수도 하노이에서도 당일 불꽃놀이 등 행사를 열어 통일과 지난 수십년간의 고속 성장을 자축하며 국내외에 자신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난 50년간, 나아가 국교정상화 이후 가져온 일방적 저자세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베트남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된다. 베트남전에 개입한 대의 중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라는 측면이 완전히 부정된 기존 관점에 대한 트럼프 진영의 거부감을 읽을 수 있다. 국제개발처(USAID)의 폐지·대외 원조 중단으로 인해 고엽제 피해자 지원, 불발탄 제거 등 베트남전 피해 지원 사업도 중단된 상태다.
 
심지어 마크 내퍼 주베트남 대사 등 자국 외교관들에게 이번 종전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말도록 정부 지시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팜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이 24일 “4월30일 기념행사는 용서·평화·화해·치유라는 불멸의 가치를 기리며 과거를 뒤로 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정신을 되새길 기회”라면서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어 “양국 관계의 강력한 발전이 두 나라 국민 이익에 부합하고 지역·세계의 평화·안정·협력에 기여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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