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 연재소설 ‘위선의 시대’ [114] 짐승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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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5-29 06:25:40

변태섭은 희숙을 문짝 없는 문 옆 벽으로 세웠다. 희숙의 옆으로 커다란 시멘트 블록을 덮은 비닐이 창문 사이로 새어 들어온 바람에 나부꼈다. 비닐이 바람에 사부작거리는 소리를 냈다. 변태섭은 화난 사람처럼 굴었다.

방에서 변태섭의 손을 저지한 게 괘씸해서 벌주려는 사람 같았다. 희숙의 팬티에 손부터 넣었다. 손가락을 희숙의 질 안 깊숙이 넣었다. 놀라는 희숙의 입을 손으로 막고 희숙을 벽에 기대게 한 뒤 원피스 뒷지퍼를 내렸다. 희숙이 돌아보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변태섭은 완력으로 돌아 세웠다. 아무리 빈 건물에 드나드는 사람이 없다지만 이런 식은 싫었다. 뒤에서 하는 거, 변태섭이 좋아하는 자세였다. 변태섭은 뒤로 선 채 방치된 희숙의 젖가슴을 주물럭거리고 다시 희숙의 몸을 돌아 세운 뒤 젖가슴을 빨았다.

월미도 찬바람이 가슴을 스치고 지났다. 거리에서 낯선 사람에게 강간당하는 느낌이었다. 희숙은 변태섭에게 싫다고 말했다. 처음이었다. 왜 이래, 누가 보면 어쩌려고. 희숙의 애원을 변태섭은 무시했다. 평소처럼 뒤에서 오른손으로 희숙의 머리채를 잡고 왼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꺼내 희숙의 깊은 곳으로 밀어 넣었다. 변태섭은 조급했다. 희숙이 싫다고 단호하게 말하자 변태섭은 희숙의 귀에 혀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빨리 끝낼 테니 가만히 있어, 너도 좋잖아. 아래가 흥건한데 뭘. 그냥 보내기가 아까워서.”

변태섭은 자기 말대로 미친 짓을 빨리 끝냈다. 일이 끝나자 변태섭은 원피스 지퍼를 채우고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발목까지 흘러내린 팬티도 올렸다. 자기가 과했다고 생각했는지 변명인지 모를 말을 내뱉었다. 그러게, 누가 그렇게 예쁘게 하고 오래. 원피스도 예쁘네. 희숙은 조금 전의 모멸감을 그러게, 누가 그렇게 예쁘래, 란 말로 희석했다.

희숙은 똑똑한 남자, 변태섭의 무례한 성욕을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오늘같이 난폭한 모습은 성욕이라기보다 추태였다. 이성이 작동하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본능만 태동하는 짐승이었다. 이런 식은 불쾌했지만, 봐주기로 했다. 그가 미안해하는 모습은 바라지 않았다. 변태섭은 쌀쌀한 바람을 자기 몸으로 막는 시늉을 했다.

희숙의 허리를 감싸안고 가게로 향했다. 둘이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노조위원장은 술판을 끝내려 했다. 두 남자는 그새 소주 한 병을 비웠다. 빨리 왔네요.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봐요? 노조위원장 눈빛도 말투도 거슬렸다. 여기까지 1차, 이제 2차 가시죠. 1차도 2차도 다 제가 쏩니다. 태섭은 앉으려다 말고 엉거주춤했다. 그럼 2차 가시죠. 희숙은 변태섭이 2차를 거부하고 자기와 단둘이 보냈으면 했다. 변태섭이 야속했다. 손잡고 월미도를 산책하고 싶었다. 변태섭과 섹스 말고 다른 것도 하고 싶었다. 부산 가족 이야기, 노조 만든 이야기, 동이나 영미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

변태섭과 일행은 2차 장소로 호프집을 택했다. 술 마시면서 그들은 노동자 탄압하는 현 정부에 대해 성토했다.

[글 박선경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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