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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간의 무차별적 폭력이 또 한 사람의 삶을 위협했다. 김규나 작가가 악성 댓글과 살해 협박, 스토킹성 폭력에 시달리다 13일 김포경찰서에 출석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김 작가는 가해자를 ‘정보통신망법상 공포심·불안 유발죄’ 등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신변 보호 조치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불링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경고다.
15일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작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4개월간 악성 댓글에 지속적으로 시달려 왔다. 피해는 단순한 비난을 넘어 살해 협박과 스토킹, 인격 모독성 발언으로 번졌으며, 김 작가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13일 경기 김포경찰서에서 기자를 만난 김 작가는 초반에는 한 악플러의 장난 정도로 생각했으나, ‘얼굴에다 칼로 찢어 죽여버린다’, ‘쓰레기 같은 아줌마야, 당장 죽어라’, ‘더러운 요괴 아줌마’, ‘당장 극단적 선택으로 죽어버려’ 같은 댓글이 반복적으로 올라오면서 공포심이 극에 달했다는 정황을 전했다.
스카이데일리가 김 작가의 블로그를 통해 확인한 피의자의 댓글은 단순 악플이 아니라, 스토킹과 살해 협박 수준에 달했다. 김 작가는 200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내 남자의 꿈’으로 등단했으며,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칼’이 당선됐다. 이후 ‘트러스트 미’, ‘체리 레몬 칵테일’ 등 다수의 장편소설을 집필하며 꾸준히 문학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댓글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싫었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극우주의자. 더러운 인간들. 나라의 땅을 더럽히는 행동. 절연한 조카와 청년들에게 상처 주는 인간 당장 죽어버려”, “페이스북에 사진 올리고 스토킹 경찰에 신고하면 너의 가족도 죽이고 너도 죽일 거야” 등 구체적인 스토킹성 협박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김 작가는 “그 댓글을 보는 순간 손이 덜덜 떨리고, 열이 오르고,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며 “외출조차 두려워지는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김 작가는 사건 초기 ‘상대가 어리다면’이라는 생각에 댓글을 무시하고 넘어가려 했지만, 지속적인 반복과 구체적인 살해 위협, 가족까지 언급한 협박에 결국 고소를 결심했다.
김 작가의 법률대리인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악플이 아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4조 1항 3호, 즉 공포심 또는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을 반복적으로 전달한 혐의로, 최대 1년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재 가해자 신원 확보를 위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김 작가에 대한 실질적인 신변 보호 조치도 검토 중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확인한 경찰은 먼저 김 작가에게 신변 보호용 스마트워치 지급을 권유했으며 김 작가도 경찰의 권유에 따를 예정이다.
김 작가는 “처음엔 내가 너무 예민한가 싶었지만, 댓글 내용이 갈수록 잔인해지면서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우리 사회가 사이버 폭력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사건의 발단은 김 작가가 지난해 10월 10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4)에 대한 비판 발언을 하며 시작됐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 의미 - 노벨 가치의 추락, 문학 위선의 증명, 그리고 역사 왜곡의 정당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후 “만약 동양권 작가에게 줄 상이었다면 중국의 옌렌커가 받았어야 했다”며 “한강과 옌렌커의 문학은 무게, 질감, 품격, 감동에서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배 아파서 이런 글을 쓰는 게 아니다. 문학은 인간의 척추를 곧게 세워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며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기뻐해야 한다는 건 문학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복수 언론은 일괄적으로 해당 글을 기사화하며 김 작가는 순식간에 뉴라이트 극우 인사로 공개 지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해당 악플러도 김 작가의 SNS 등에 지속적으로 악플을 올린 것이다. 김 작가는 일부 언론이 본인의 입장이나 사실 확인 없이 자신을 ‘뉴라이트 극우 작가’로 단정적으로 보도한 점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작가는 “기사를 쓴 기자들 중 누구도 나에게 연락한 적이 없다. 내 SNS 글 일부를 왜곡·발췌해 ‘극우’ 프레임을 씌우며, 마치 내가 정치적 논란을 일으킨 인물인 것처럼 보도했다”며 “그로 인해 악성 댓글이 더욱 폭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나는 어떤 정파에도 속하지 않는다. 스스로 우파, 애국 작가라는 타이틀도 원하지 않는다. 그냥 옳다고 믿는 것, 문학적으로 써야 할 것을 쓸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작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의 책임을 강하게 강조했다. “언론이 확인하지 않은 자극적인 단어를 무책임하게 쓰면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다. 기자들은 사명감을 갖고 팩트를 확인한 뒤 보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김 작가와 같은 사이버 불링은 피해자의 정신 건강 악화와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언론의 무분별한 기사화로 피해자에 대한 편향적 프레이밍이 이어지며, 달리는 다수 악플은 단순한 의견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디지털 폭력이 된다.
2021년 한국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초·중·고등학생 중 23.4%가 사이버 괴롭힘 피해를 경험했고, 14.1%는 가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인의 경우, 12.9%가 사이버 괴롭힘 피해를 입었으며, 7.0%는 가해 경험이 있다고 보고됐다. 특히 20대는 전 연령대 중 피해율과 가해율이 모두 가장 높은 집단으로 나타났다.
악성 댓글로 인한 비극적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샤이니 종현, 2019년 설리와 구하라가 연이어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2025년에는 배우 김새론이 음주운전 사고 이후 쏟아진 악플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다 세상을 떠났다.
이 같은 사회 현상에 대해 김 작가는 “사이버 폭력은 그저 말싸움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폭력”이라며 “나의 이번 고소가 온라인 폭력의 위험성을 사회가 더 깊이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신념을 굽히지 않고 소신 있는 글을 계속 써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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