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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운송망을 절단내 에너지 시장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지하 벙커에 은신 중인 최고지도자(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의 최종 승인만 남겨졌다. 이에 미국은 봉쇄 실행이 “자살 행위”라며 사실상 추가 공격을 암시하고 있다. 이란 국영 매체 IRNA 보도에 따르면 “(핵시설 타격으로 인한) 방사성 물질 유출은 없었다.” 핵물질이 사전에 다른 장소로 이전됐다는 것인데, 이와 관련해 아직 확인된 바 없다.
22일 이란 핵시설 타격 몇 시간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 소집됐고 여러 국가들이 외교적 해법 강조와 지역 불안정에 우려를 표했다. 이란은 후티·헤즈볼라 등 우방 세력에 “함께 대응할 것”을 다짐했으며, 주요 외신들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일부 철수 고려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다만 이란이 전면전을 불사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전 세계의 주요 관심사가 이제 이란 측 보복 방식과 실력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이란의 보복 방식이란 시간을 두고 간헐적 괴롭히기에 가까웠으며 치명적 피해를 입히진 못했다. 상당수의 사거리 2000km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이 있어 이스라엘과 중동 미군기지의 직접 타격도 가능하지만 정밀도가 떨어진다고 평가된 지 오래다. 다만 드론 전력이 세계적이다. 샤헤드136 같은 자폭 드론은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우크라이나전쟁에서도 이미 위력을 입증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때인 2020년 1월 이란의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 암살 직후 미군기지에 탄도미사일 발사했으나 제한적 피해에 그쳤다. 2020~22년엔 드론 공습, 사이버 교란, 민병대 등을 이용한 간헐적 저강도 보복을 가하기도 했다. 2023년 10월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피격 당시 레바논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국지적을 보일 듯 반응했으나 확전은 회피됐다.
이란 정규군 3군(육·해·공)이 대부분 구식 장비인 게 현실이다. 앞으로 있을 보복에도 1인당 국민소득(GNP) 5000달러(830만 원) 전후인 이란으로선 한계가 크다. 제재 아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대(對)중국 에너지 수출이었으나, 이스라엘이 인프라와 가스전·유전 및 저장고를 공습하면서 이쪽의 수입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게 현재 이란 정부로선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신정 이슬람 체제 수호군인 혁명수비대는 1979년 아야톨라(최고지도자) 루훌라 호메이니 명령에 의해 창설됐다. 대통령·정부가 아닌 최고지도자 직속이며 약 19만~25만 명으로 추정된다. 제재 강화 이후 줄긴 했으나 여전히 혁명수비대 연간 예산이 약 70억~100억 달러일 만큼 국력을 기울여 유지돼 온 조직이다.
육·해·공군을 독자 구비한 혁명수비대엔 각각 게릴라전 중심의 지상군(약 15만 명),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 중심 작전에 투입되는 고속정·자폭드론·기뢰·잠수정 등을 가진 해군력, 항공우주사령부가 있다. 혁명수비대 해군은 미 항모에 대한 포위 시뮬레이션 훈련이 정례화돼 있다. 항공우주사령부에선 탄도미사일·드론·위성운용·방공 등을 관리한다. 대외 특수작전 및 이념 수출 담당인 쿠드스군은 해외 대리세력들과 연계돼 있다. 혁명수비대와 함께 가장 힘을 쓰는 게 국내 민병대이자 예비군 개념인 ‘바사지’다. 치안 임무, 특히 시위 진압이 주요 업무로 약 50만~100만 명을 헤아린다고 알려져 있다.
이란은 과학기술 전통이 유구하며 이슬람 혁명 이전엔 제조업 기반도 강한 편이었으나 제재 영향이 심각하다. 작년 6월 조기 대선이 이뤄진 것도 시찰을 나간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인데, 당시 사고의 최대 원인도 부품 교체가 어려워 초래된 기기 노후화였다. 2019년 미 국무부는 이란 혁명수비대 전체를 ‘해외 테러 조직(FTO)’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금융·여행·무기 거래 모두 차단된 상태다.
혁명수비대가 국영기업들을 장악해 국내 정치·경제 권력을 발휘하며, 중국 수입 에너지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이란산 석유 대금도 이쪽에서 관장한다. 해외 친이란 세력의 후원이 가능했던 저력도 이것이었다. 그러나 하마스 궤멸을 내세운 이스라엘 정부의 전쟁 수행, 하마스를 돕는 헤즈볼라를 10년 이상 기획한 ‘동시다발 삐삐테러’로 크게 약화시켰으며, 3월 미군·영국군이 협력해 또 다른 하마스 지원 세력 후티를 타격해 이른바 ‘저항의 축’은 크게 위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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