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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가장 많이 생각하고 말하는 단어 중 하나가 ‘사랑’일 것이다. 가족이든 친구이든 연인이든 부부든 부모자식이든 분쟁과 다툼의 시작은 모두 이 한 개의 단어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 부족에서 오는 트라우마로 평생 사람 구실하기 어렵다고 하고 아내는 남편의 무관심과 애정결핍으로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고 남편은 아내의 냉대로 의기소침해졌다고 한다.
사랑은 상대에 관한 지식을 선행조건으로 한다. 그렇다 보니 가족이나 친족 집단 외부의 사람은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아예 무관심과 배타의 대상이 된다. 계층 간의 갈등이나 국가 간의 전쟁은 ‘낯선 이’에 대한 몰이해의 결과이기도 하다.
원시 유학에서는 확산적 사랑을 말했다. ‘나와 가장 친한 두 분(양친)’인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확장되어서 형제간의 사랑, 친족 사이의 사랑, 이웃과의 사랑, 이렇게 사랑의 범위와 대상이 점점 넓어진다. 자연스럽게 그 사랑들 간의 온도 차이도 존재한다. 어머니는 나와 가장 가까운 분으로 본래 한 몸이었다가 분리된 존재이다. 그래서 분리되지 않으려는 뜨거운 집착 또한 강하다.
부모에 대한 사랑에서 사해동포에 대한 인류애까지 확장한 유학의 사랑법은 합리적이다. 공자와 맹자가 동물에 대한 배려에까지 그 범위를 확장한 것을 보면 놀랍기도 하다. 맹자는 촘촘한 그물로 고기를 잡지 말 것을 말했고 공자는 자고 있는 새를 쏘아 맞추지 말라고 했다. 이러한 사랑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한 사람이 작은 생명체, 작은 곤충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서도 그의 사람됨을 판단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로 불리는 사람들은 인간에 대해 비정할 뿐 아니라 동물에 대해서도 그렇다. 그들은 동물을 아무렇지 않게 학대하고 죽인다. 우리 마음에는 생명 있는 것에 대한 사랑이 선천적으로 갖추어져 있으므로 그 생명이 상해를 입는 것을 태연히 보고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맹자는 군자는 푸줏간을 멀리한다고도 하였다. 우리는 같은 종인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까지 사랑과 관심의 마음을 확장한다.
현대 사회의 비인간화를 가슴 아파한 사상가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본질을 설파하면서, ‘사랑’을 공부하고 연습해야 할 교과목으로 만들었다. 그는 ‘사랑의 기술’이란 책을 통해 사랑은 정신 집중과 인내, 대화와 경청을 필요로 하는 고도의 기술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려면 그를 잘 알아야 하고 나아가 믿음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랑은 혼자서 몸소 겪어 내야 하는 개인적 경험으로서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과 일체를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성숙한 사랑은 서로의 개성을 유지한 상태의 합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개성’은 무엇일까. 개성을 알려면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면에의 민감성을 길러서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최고조로 드러내야 한다. 그런 상태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자신이 우주의 생명체와 일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 안에 존재하는 생명에 대한 사랑을 자각하게 된다. 이 깨달음은 자신에게 생기를 주어 상대의 사랑을 불러일으킬 희망과 용기에 자신을 맡기게 된다.
이것이 생명 사랑이고 바이오필리아(biophilia)이다. 이는 진정으로 사랑을 일으킬 능력이 된다. 받은 만큼 주는 교환과 거래가 아닌, 아무 보증 없이도 자신을 사랑에 의탁할 힘이 된다. 에리히 프롬에게 사랑의 열쇠는 곧 바이오필리아였다. 공자와 맹자, 현대 과학자들도 지지하는 개념이다. 생명들을 품고 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 또한 우리가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능동적으로 사랑해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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