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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빈번하게 거론돼 왔던 포스코가 이번에는 국민적 비난 여론이 높은 ‘관피아 논란’에 휩싸였다. 더욱이 포스코가 영입한 인물은 세월호 침몰 2개월 후에 영입이 백지화 됐다가 국정감사가 끝난 지난달 다시 이뤄진데다 해당 인사는 권오준 회장과 동향 출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포항에 위치한 포스코 본사(위) 및 서울 대치동 테헤란로의 포스코센터 ⓒ스카이데일리
포스코가 지난 6월 ‘관피아 논란’으로 채용 중단 계획을 밝혔던 인물을 지난달 초 채용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인사가 세월호 참사 후 높게 일던 ‘관피아’ 관련 비난 여론이 점차 사그라드는 기미를 보이는 시기인데다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이후에 실시됐다는 점에서 ‘꼼수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다.
특히 포스코가 비난을 감수하고 영입한 인물이 전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에 소위 ‘관피아’로 불리는 점 외에도 권오준 회장과 동향 출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과거 정준양 사단의 시작을 연상케 해 설마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며 “하지만 권오준 회장이 자기 사람 심기의 첫 단추를 꿰며 헤게모니 장악에 나섰다는 이야기들로 분분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 사고 후 2개월만에 산업부 국장 출신 관피아 영입 ‘논란’
포스코 및 철강업계, 증권가 등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달 초 산업통상자원부 전 국장 출신인 정동창 씨를 채용했다. 직책은 대외협력 실장이며 지난달 13일부터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대구 대륜고, 고려대 경영학과 등을 거쳐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줄곧 공직에 몸담아 왔다. 중소기업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산업통상자원부로 자리를 옮긴 후 오랜 기간 그 곳에서 머물렀다.
그런데 포스코의 이번 채용 결정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포스코가 과거 한 차례 정 씨의 채용을 추진하다 ‘관피아 논란’에 휩싸여 채용 계획을 전면 백지화 했다가 다시 결정을 뒤집은 점은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포스코는 지난 6월 퇴직한 정 씨를 채용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논란은 안전행정부가 퇴직 공무원 15명의 취업 심사를 열어 포스코 취업 예정자인 전 산업부 국장인 정 실장의 취업을 승인한 데서 불거져 나왔다.
당시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포스코에서 맡을 업무와의 관련성을 검토한 결과, 취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이 되지 않아 결국 찬성했다. 그러나 포스코가 신기술 제품 개발과 관련해 산업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기 때문에 직무관련성이 없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돼 논란으로 번졌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소속 부서와 취업 예정 기관 사이에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는 퇴직 전 5년 간 취업이 제한된다.
논란은 당시 비난 여론이 극에 달했던 ‘관피아’ 문제와 접목돼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관피아’는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퇴직 후 민간기업의 주요 요직에 재취업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무원 출신 인사를 일컫는 단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고의 결정적인 배경에 ‘관피아’가 자리 잡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병폐 현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시민단체 “관피아 비난 한발짝 물러난 뒤 5개월만에 ‘퇴직관료’ 다시 모셨다”
▲ 포스코는 불과 5개월여만에 입장을 바꿔 ‘관피아 논란’의 인사를 채용하면서 요직 중 하나로 꼽히는 대외협력실 실장 자리에 앉혔다. 사진은 포스코 ⓒ스카이데일리
포스코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시기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불과 2개월 밖에 지나지 않아 이런 ‘관피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극에 달해 있었다. 이로 인해 포스코를 향한 비난 여론은 그 어느때 보다 높게 일었다. 부정적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자 포스코는 “퇴직관료 채용을 백지화 하겠다”고 밝히며 서둘러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포스코는 퇴직관료 채용을 백지화 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5개월여 만에 말을 바꿨다. ‘관피아 논란’의 주역을 채용했고, 그것도 모자라 주요 요직 중 하나로 꼽히는 대외협력실 실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이와 관련,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포스코는 ‘관피아’ 관련 비난 여론이 극에 달했던 시기 채용 계획을 백지화 한다고 발표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관피아 관련 비난 여론이 이내 잠잠해지고,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등 정계의 굵직한 행사가 끝나자 슬그머니 ‘관피아 논란’의 주역을 채용했다”며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국민들을 상대로 기만을 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과거 보다 더욱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는 여론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포스코 측은 이에 대해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할 인물을 찾다가 인력전문회사를 통해 추천받았다. 인사청탁 등 다른 배경은 없다”고 밝혔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시행 전 비난 무릅 쓴 관피아 채용…“권오준 헤게모니”
▲ 권오준 회장은 연구·기술직 출신 사령탑이지만 서울대사부고와 서울대 인맥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준양 직전 회장과도 고교, 대학 학맥이 같이 주목을 받아 왔다. <사진=뉴시스>
포스코가 비난을 무릅쓰고 채용을 강행한 정 실장이 그룹의 수장인 권오준 회장과 동향인 사실은 최근에 불거진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비난 여론이 일 것이 불 보듯 뻔 한 상황에서 굳이 무리수를 둔 게 “권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포스코그룹 계열사 소속 한 중역에 따르면 정 실장은 영덕 출신이다. 영덕은 권 회장의 고향으로 알려진 경상북도 영주와 지척 거리에 있다. 두 지역은 사실상 동향으로 봐두 무방하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이번 채용으로 인해 포스코 그룹 내에서 ‘영주라인 부각설’은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초 권 회장이 그룹의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 포스코 내에서는 영주라인 부각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이 임원은 “현재 포스코 내부에서는 ‘과거에는 영포라인(영남·포항)이 떴다면 현재는 영주라인이 더 힘을 얻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심지어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채용은 과거 정준양 사단의 시작을 연상케 한다. 권오준 회장이 자기 사람 심기의 첫 단추를 꿰며 헤게모니 장악에 나선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재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맥락의 주장이 제기돼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 “권오준 회장은 국회 통과를 앞둔 공직자윤리법 개정 내용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서둘러 정 실장의 채용을 추진했다. 이는 ‘권오준 사단 만들기’ 의혹의 배경으로 비쳐지는 대목”이라는 견해들로 분분하다.
실제로 지난달 14일 국회 안행위에서 통과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 기간이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2급 이상 고위직의 경우에는 업무 관련성 판단을 하도록 했는데, 기존에는 부서 업무에 국한됐지만 개정안에서는 기관 업무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실장도 개정안이 확정될 때까지 포스코에 채용되지 않았다면 취업을 제한 받을 가능성이 짙어지게 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권 회장이 그룹 내 헤게모니 장악을 위해 비난 여론을 감수하더라도 서둘러 정 실장을 채용한 것’이라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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