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영의 청년문화 돌아보기] 비트코인은 청년들의 ‘탈출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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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9-15 00:02:59

한국의 20~50대 가운데 4명 중 1명이 가상자산에 투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지금 어느 세대보다 치열한 생존의 압박 속에 놓여 있다. 치솟는 물가, 불안정한 고용 시장, 좀처럼 잡히지 않는 주택 가격에 소비자물가와 생활비는 치솟는다. 어두운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오늘날 청년들의 어깨는 무겁다. 이런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탈출구’라는 상징성을 갖게 되었다.

비트코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정된 발행량, 글로벌 유동성, 그리고 하루에도 수차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는 가격 변동성은 적은 종잣돈으로 큰 기회를 노리는 청년들에게 매혹적이다. 주식 시장처럼 복잡한 재무제표 분석 대신,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도 청년들을 끌어들인다. 2021년 비트코인 가격이 8000만 원을 돌파했을 때, 20·30대 투자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들에게 비트코인은 단순한 코인이 아니라 계급 상승의 사다리처럼 보인 것이다.

그러나 탈출구의 다른 이름은 위험한 모험이다. 급등했던 가격이 순식간에 급락하자 영끌 투자로 뛰어든 청년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2022년 테라·루나 붕괴는 수많은 개인 투자자에게 큰 손실과 심리적 충격을 남겼다. 미디어에선 일제히 ‘빚투 청년’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우며 비판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청년들에게 안전한 투자·저축 통로가 부재했다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암담한 미래를 감당할 수 없는 청년들은 어쩔 수 없이 위험한 모험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비트코인에 대한 제도적 규제가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이다. 각국의 정부와 금융 당국은 암호화폐를 어떻게 규정하고 관리해야 할지 여전히 고심 중이며, 명확한 법적·제도적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은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해킹 위험, 기술적 결함, 시장 조작 가능성 등은 언제든 투자금을 송두리째 날려 버릴 수 있는 잠재적 위협으로 남아 있다. 코인·주식 투자의 주된 이유가 내 집 마련이라는 20·30 세대의 응답은 한국적 특수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2024년 가계부채는 1927조 원을 넘겼고, 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등으로 차입 투자 억제에 나섰다. 레버리지(적은 자본으로 큰 수익을 내기 위해 차입금을 활용하는 전략)에 의존한 탈출은 금리와 변동성 앞에서 가장 먼저 무너진다.

무엇보다 비트코인 투자가 돌파구라는 환상을 심어 주는 것은 건강한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도 동떨어져 있다. 건실한 노동을 통한 부의 축적, 혁신과 창조를 통한 경제 성장보다는 오로지 시세 변동에만 집중하며 대박을 노리는 분위기는 젊은 세대에게 비현실적인 기대를 심어 줄 수 있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인의 성장 동력을 저해하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약화시킬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과연 비트코인은 대한민국 청년들의 탈출구인가? 비트코인은 새로운 기술적 흐름이자 투자 자산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고통받는 청년들의 삶을 구원할 만능 열쇠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모험의 대가를 온전히 떠안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망과 교육이 병행되는 일이다. 비트코인은 오늘날 한국 청년의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경계선에 서 있다. 그것이 진정한 탈출구가 될지, 또 다른 덫이 될지는 우리 사회가 청년들의 선택을 어떻게 존중하고 지원하느냐에 달려 있다.

최창영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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