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C 제품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아 유통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화물연대 전직 간부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이 단체행동의 명분과 별개로 기업의 정상적인 물류 활동을 물리적으로 막는 행위를 ‘업무방해’로 인정하면서 향후 물류·운송업계를 중심으로 한 노사 갈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봉주 전 화물연대 위원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당시 지역본부 간부 2명도 각각 징역 4개월과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100만~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21년 9월 SPC GFS 광주물류센터의 노선 조정 문제를 둘러싸고 사측과 갈등을 빚었다. 화물연대는 당시 노선 조정 과정에서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말 것을 요구했으나 SPC 측이 이를 거부하자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후 SPC삼립 세종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화물운송 차량의 입·출차를 가로막는 등 물류 방해 행위를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세종센터는 SPC삼립이 제빵용 밀가루와 빵 생지(生地) 등 원재료를 전국 공장에 공급하는 핵심 물류 거점이다. 검찰 조사 결과, 피고인들은 SPC의 제품 생산과 유통망에 차질을 주기 위해 세종센터 물류를 의도적으로 마비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당시 차량 진입이 막히면서 일부 제품 공급 일정이 지연돼 SPC 가맹점과 납품 거래처에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단순한 집회가 아닌 ‘계획적 업무방해’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로 50인 이상 집회가 금지됐음에도 이를 어기고 신고 인원과 장소를 벗어나 집회를 강행했다는 이유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로 SPC의 정상적인 물류 업무가 상당 부분 방해된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단체행동이었고 피고인들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대부분 유지했지만 집시법 위반 혐의 중 일부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집회 해산명령을 내릴 때 구체적 해산 사유를 고지하지 않은 것은 절차상 하자에 해당한다”며 “해산 사유가 명확히 고지되지 않았다면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위법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논리와 경험칙을 위배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단한 잘못이 없다”고 명시하며 화물연대 간부 3명에 대한 형을 확정했다. 이로써 2021년 SPC 물류차량 운행 방해 사건에 연루된 간부 전원은 최종 유죄가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산업 현장에서 노조의 집단행동이 기업의 영업권이나 공급망 안정성을 직접 침해할 경우, 형사적 책임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물류·제조업계는 공급망 차질이 생산·판매 전 과정에 연쇄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노사 분쟁 시 불법적 운송방해가 재발할 경우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류는 제조와 유통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를 차단하는 행위는 산업 전체의 신뢰도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이번 판결은 향후 물류산업 내 노사분쟁 대응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