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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한국제지 현풍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롤러 설비에 끼여 숨지는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2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산업현장 중대재해 근절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온 시점에 또다시 사망 사고가 터지면서 제지업계의 안전관리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한국제지 근로자 A씨(27)는 11월30일 오전 7시6분께 탑코터롤(Top Coater Roll)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다가 롤러에 빨려 들어갔다. 소방서가 긴급 출동해 구조했지만 A씨는 사망했다. 신고를 받은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사고 직후 노동부 대구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와 대구서부지청은 현장에 긴급 출동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본격 조사에 돌입했다. 현풍공장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노동당국은 △기계 작동 상태 △이물질 제거 절차의 안전성 △단독작업 여부 △안전장비 착용 △위험작업 시 비상정지 체계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번 사고는 사망자 1명이 발생해 법 적용 요건을 충족한다.
한국제지는 사고 직후 해당 라인을 포함한 전 생산 공정 가동을 중단하고 자체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모회사 해성산업은 “부분 작업중지 명령서를 수령했으나 추모와 안전 확보를 위해 전 공정을 일시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안전수칙 준수 여부, 작업자 관리 감독 체계, 정비 과정의 위험요인 방치 여부 등을 함께 조사 중이다. 산업현장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는 정부 기조 속에 20대 청년이 또다시 목숨을 잃으면서 노동계는 “구조적 안전 부실을 방치한 결과”라고 비판한다.
한국제지 반복된 사망·중대재해 사고
제지업계 “한국제지 반복수준 유독 심각”
이번 사고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국제지에서는 과거에도 유사한 사망·중대재해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2023년 7월 포항공장 사망사고의 경우 포항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설비 점검 중 기계에 끼여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했고 “기계 정지 절차의 불명확, 위험작업 기준 미비”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2021~2022년 현풍공장 위험작업 반복 지적됐다. 현풍공장은 이번 사고 이전에도 위험요인 방치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노동자 단독 투입, 롤러 이물질 제거와 같은 고위험 작업이 반복되면서 2022년에는 협력사 직원이 기계 오작동으로 부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당시에도 노동부가 안전조치 개선 명령을 내린 바 있다.
△ 2019년 한국제지 계열사 설비 사고가 발생했다. 2018~2019년 사이 한국제지 및 계열사에서 끼임·부상 사고가 잇따랐다. 보호덮개 미설치, 비상정지장치 불량 등으로 노동부 특별감독에서 다수의 위반 사항이 적발되기도 했다.
노동부 안팎에서는 “한국제지는 3년 주기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는 사업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정도다.
한편, 제지업은 구조적으로 산재율이 높은 업종이다. △고속 회전 롤러 △협소한 설비 공간 △단독작업 관행, 위험작업 시 기계 정지 시스템 무력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한국제지는 그중에서도 △인력감축 △설비 노후화 △비상정지 장치의 반복적 문제 △안전관리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사고 위험이 유난히 반복되는 사업장으로 꼽힌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사고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위험이 누적된 결과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지업계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 특히 한국제지의 안전 비상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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