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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해외 부동산펀드에 대해 ‘집중심사제’를 도입하는 등 펀드 설계·제조 단계부터 심사 강도를 대폭 높인다는 방침을 밝혔다. 영문 계약서 이면에 정작 실사·위험평가 등이 부실했던 관행을 정면으로 손보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해외 부동산펀드를 운용해 온 6개 자산운용사 CEO와 간담회를 열어 최근의 손실 사태의 원인을 점검하는 한편 집중심사제 도입을 포함한 향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금감원은 일부 해외 부동산펀드에서 투자대상 발굴, 현지 실사, 투자심사 등의 핵심 공정에서 기본적인 통제 장치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지 자산을 관리할 부동산 운용업체가 최소한의 정량적 기준 없이 선정됐으며 실사보고서 역시 투자대상 부동산의 구체적 위험요인을 분석·평가하지 못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건물의 물리적 하자, 환경·재무·법률 리스크, 임대차 계약상 특이사항 등의 중요 정보가 문서로 체계화되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위험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것이다.
투자심사 단계에서도 파악된 핵심 위험에 대한 대응 계획이 빠져 있거나, 주요 계약 조건에 대한 비교 검토가 생략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펀드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임대율·이자율·환율 등의 변동 폭을 지나치게 좁게 잡아, 손실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시나리오 분석도 반복됐다. 형식상 ‘분석’이 들어가 있을 뿐, 실제로는 낙관적 가정에 기대어 투자 타당성을 정당화하는 용도에 그쳤다는 것이 금감원의 진단이다.
집중심사제는 이러한 설계·제조 단계의 허점을 줄이기 위한 핵심 장치다. 해외 부동산펀드 신고·변경 심사를 개별 심사역에게 맡기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복수의 심사 당당자를 지정하고 전결권을 상향해 심사 과정에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아울러 금감원은 ‘실사점검 보고서’를 펀드 신고서에 의무 첨부하는 방안을 추진해 집중심사제의 실효성을 뒷받침할 방침을 밝혔다. 현지 실사 진행 결과와 핵심 리스크를 표 형태로 정리해 보고 과정에서 부정적 정보가 빠지는 ‘셀프 필터링’을 줄이고 운용사·판매사·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위험 기재 표준안’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처럼 ‘부동산 가치 하락 시 손실발생’ 수준의 포괄적 문구를 넘어 가격이 얼마나 떨어질 때 재무약정 위반, 분배금 중단, 강제매각으로 이어지는지 등을 숫자로 명시하겠다는 내용이다. 시나리오 분석 결과는 그래프와 표로 함께 싣고 가격 하락폭에 따라 LTV 상승, 캐시트랩·분배 중단, 원금 손실로 이어지는 경로를 시각화 해 일반 투자자도 손실 가능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업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집중심사제와 관련 제도 개선안을 확정·시행할 예정이다. 동시에 자산운용사의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도록 지도하고 해외부동산이 편입된 국내 펀드 뿐 아니라 해외 현지 운용사·자산관리회사에 대한 감독 공조도 확대하 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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