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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최 회장이 창업한 대보그룹은 대보실업, 대보건설, 대보유통, 대보정보통신 등 10개 계열사로 구성된 중견기업 그룹이다. 지난해 기준 4개 주요 계열사 매출은 약 7000억원이고 전체 매출액은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 대보그룹은 알짜기업으로 통했다. 사진은 대보그룹 ⓒ스카이데일리 [사진=대보그룹 홈페이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조원 매출을 이룩한 60대 성공한 기업인이 인생 후반에 좌절의 쓴 맛을 보고 있다. 주인공은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은 입지전적인 성공을 일궈내며 자수성가 기업인의 롤모델로 선망의 대상이 됐지만 최근 군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로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간 쌓아올린 이력에 스스로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의 혐의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왔다.
자수성가 최등규 회장, 군 공사 로비 혐의로 구속기소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1부는 비자금 조성 및 군 공사 수주 금품로비 혐의로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67) 등 7명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대보그룹으로부터 수천만원대의 뇌물을 받은 국방부 산하 특별건설기술평가심사위원 권모씨(54) 등 13명은 뇌물 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심사위원 중 현역 군인 4명에 대해서는 군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기고 수사를 의뢰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4년 4월 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검찰에 의하면 최등규 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대보그룹 4개 계열사 자금 211억원을 횡령하고 비자금을 조성했다. 비자금은 거래대금 부풀리기, 자료상 가공거래 등을 통해 조성됐고 자금은 최 회장 일가의 은행 대출금 변제, 로비 자금 등으로 사용됐다.
검찰 조사결과 최 회장은 2011년 경기 이천 군 관사 공사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사업 수주 청탁 명목으로 평가심의위원들 6명에게 9500여만원의 뇌물을 전달했고 중간 브로커 2명에게는 3000만원을 건넸다. 이 과정에서 대보그룹은 평가심사위원들에게 각종 선물, 기프트 카드, 골프 접대 등 다양하게 뇌물을 주고 조직적인 로비를 벌였다.
대보그룹은 로비를 위해 장교 출신인 장모씨(51), 민모씨(62) 등을 영입해 각각 영업이사, 부사장에 앉히고 로비활동에 투입한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대보그룹은 2011년 경기 이천 군 관사 공사, 2012년 주한미군기지 이전 관련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관련자에게 총 2억5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군 공사 사업자 선정 과정은 평가심의위원의 평가 점수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위원들을 상대로 한 지속적인 로비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배굶던 소년, 1조원 매출 그룹회장 돼…사회 활동 노력 불구 이미지 타격
로비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등규 회장은 대보그룹의 창업주이자 대보그룹의 현직 회장이다. 최 회장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충남 보령에서 가난한 농부의 5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에게 어린 시절은 배 굶는 일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4년 4월 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고교 졸업 후 18세의 나이에 서울로 올라온 최 회장은 신문배달, 껌팔이 등 닥치는대로 밥벌이를 했고 그러면서 1970년 단국대 행정학과에 진학하기도 했다. 1981년 고향에서 건설사인 대보실업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고 대보실업은 현 대보그룹의 모태가 됐다.
건설 붐을 타고 잘 나갈 때가 있던 반면 사업 실패로 월세방을 전전하는 신세를 겪기도 했다. 그는 대보건설을 추가로 설립했고 1999년에 레저사업, 2002년에 정보통신사업 등에 잇달아 진출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최등규 회장이 세운 대보그룹은 대보유통, 대보실업, 대보건설, 대보정보통신 등 4개 주요 계열사와 6개의 관계사 등 10개 업체로 구성된 중견 그룹이다. 2013년 주요 4개 계열사의 매출액은 7970억원이고 6개 관계사의 매출까지 합하면 1조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4년 4월 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사업내용을 보면 대보유통은 고속도로 휴게소 및 주유소 설치 및 관리운영을 맡았고, 대보건설과 대보실업은 토목·건설을, 대보정보통신은 고속도로 정보통신의 시설과 시스템을 관리·유지하고 있다. 대보유통은 화성, 옥산, 황간, 추풍령 휴게소 등 전국에서 15개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운영중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보그룹 주요 4개 계열사의 매출 실적은 연결 기준 ▲ 2013년 매출액 7970억원, 순이익 1970억원 ▲ 2012년 매출액 7069억원, 순이익 106억원 ▲ 2011년 매출액 7319억원, 순이익 12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보건설은 건설협회에 발표한 2014년 건설사 도급 순위에서 시공능력평가액 4712억원으로 순위 54위에 랭크했다.
대보그룹의 지배구조는 대보유통→대보실업(49%)→대보건설(91%)→대보정보통신(51%) 순으로 구성됐다. 최상위 회사인 대보유통의 최대주주는 최등규 회장 33%, 오안숙 35%, 오수아 32%로 3명이 100%를 보유했다.
대보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룹이 내부적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책임경영을 통해 오너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등규 회장은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 보릿고개를 겪으며 밥을 굶었고 사업을 하고 나서는 사글세방을 전전하기도 했다. [사진=대보그룹 홈페이지]
최 회장은 계열사 소유의 서원밸리 골프클럽을 매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매년 5월에 일반인에게 골프장을 무료로 개방하는 자선 축제인 ‘그린콘서트’를 해마다 개최해왔다. 콘서트는 지난해 12회차를 맞았다. 이 날 만큼은 아이들이 맨발로 마음껏 골프장 잔디에서 뛰어놀 수 있게 했고 유명 가수들을 초청해 흥을 돋기도 했다.
또 최 회장은 2001년 모범성실납세자 상을 수상하고 2009년 환경재단이 선정하는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의 사회 활동은 이번 비자금 조성과 뇌물 수수 사건으로 인해 그 의미가 퇴색되고 말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건실한 중견기업인으로 이미지를 쌓아온 최등규 회장이 이번 일로 큰 타격을 입었다”며 “안 그래도 사회 분위기가 부정부패 척결 등 국가개조론이 대두되는 상황인데 최 회장의 배임·뇌물죄 등은 사회적으로도 용서받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 회장이 죗값을 치루고 나야 사회에서 다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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