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할 때 가끔 대답하지 않고 슬그머니 다른 말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려고 해?”라고 하면서 다그친다. ‘얼버무리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기본의미) [(명사)이 (명사)을] (사람이 이말 저말을) 뒤섞어 슬쩍 넘기다’라고 나타나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얼버무리지 말고 확실히 이야기해 봐.
태호는 사과하면서 잘못을 얼버무리려 들었다.
두 번째로는 ‘[(명)이 (명)을] (사람이 음식의 재료 따위를) 한데 넣어 대충 섞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물김치와 고추장을 얼버무려 먹기 시작하였다.
어머니께서는 급하신 김에 겉절이를 얼버무려 내오셨다.
다음으로 ‘[(명)이 (명)을] (사람이 음식 따위를) 잘 씹지 않고 삼키다’의 의미가 있다.
선생님께서 오라시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급하게 밥을 얼버무렸던지 아직도 속이 답답하다.
우리말에서 ‘얼’은 ‘신(神)이나 넋’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정신 나간 사람을 얼간이(얼이 나간 사람)’라고 하고, ‘정신을 가다듬지 못한 상태를 어리둥절(얼이둥절)’ ‘다부지지 못한 사람은 얼뜨기’라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얼버무리다’는 ‘제대로 버무리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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