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시장에서 설계사들의 영업 방식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현재 가장 보편화된 방식의 하나는 바로 DB(데이터베이스) 영업이다. 말 그대로 고객의 연락처나 기본 정보를 제공받아 영업 활동을 한다.
그런데 이 DB 영업이 수년간 보험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현장 설계사들 사이에서는 전달되는 DB의 질이 예전만 못하다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DB의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한 달에 한두 번씩 ‘보험점검센터’라는 이름으로 걸려오는 광고 전화에 지치고 짜증난다는 고객들을 현장에서 만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DB의 질이 좋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생계를 위한 영업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업계 차원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보험 영업에 종사하는 보험설계사라면 누구나 간절한 마음으로 상담에 임할 것이다. 그러나 보험에 대한 고객의 심리적 장벽은 본래 높다. 여기에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는 광고 전화는 고객들에게 극심한 피로감마저 안겨주고 있다. 웹사이트 하나를 가입할 때도 내 정보가 마케팅에 오용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적금 하나를 들더라도 깨알 같은 글씨 속에서 마케팅 동의 항목을 찾아 ‘미동의’를 체크하는 이들이 늘어난 이유다. 도대체 내 정보를 어떻게 알았는지 의심되는 상황에서, ‘보험점검센터’라는 모호한 명칭은 자칫 정부 기관으로 오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니 고객이 느끼는 피로감은 상상 이상일 수밖에 없다.
보험 상담은 니즈가 강한 소비자가 직접 요청했을 때 그 질과 과정이 가장 훌륭하다. 하지만 DB 영업에서 그런 소비자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보통 상담 의향이 있다는 고객의 녹취본이나 정보가 DB라는 명목으로 설계사에게 제공되는데, 이 과정에는 인건비 등이 투입되기에 결코 저렴하지 않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수년간 반복되면서 이미 여러 번 상담을 받아본 고객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필자가 현장에서 만난 고객들도 비슷한 경험을 여러 차례 털어놓곤 했다.
업계는 이제 ‘찍어내기식’ 보험 DB 생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AI시대를 맞아 조금씩 방식을 바꾼다고는 하지만, 결국 고객 입장에서는 가입을 종용하는 광고 전화일 뿐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DB를 구매해도 계약 하나 체결하기 힘들다는 설계사들이 늘고 있다. 간절한 마음으로 현장을 누비는 설계사들에게는 죄가 없다. 하지만 영업 현장에서 발로 뛰는 필자가 직설적으로 묻고 싶다. 과연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있는 것이 진정 영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영업이란 개인의 역량에 따라 성과가 천차만별이기에 필자의 의견이 불편한 설계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고민하는 FC라면 DB 영업으로 만나는 고객들의 깊은 피로감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고객의 신뢰를 잃는 영업 방식은 설계사와 소비자 모두를 지치게 할 뿐이며, 이제는 단순한 양적 팽창이 아닌 진정성 있는 접근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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