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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방방재, 언제까지 맨몸 희생을 강요할 것인가
김장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6-10-18 01:37:16
▲김장운 경기북부 본부장
부천시 화재 현장에서 또 한 명의 젊은 소방관이 스러졌다. 짙은 연기, 치솟는 유독가스, 밀폐된 공간이 뿜어내는 극도의 열기 속으로 동료와 시민을 구하기 위해 맨몸으로 뛰어들었던 숭고한 영혼이었다. 
 
그의 안타까운 순직 소식 앞에 온 사회가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비극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의례적인 애도와 땜질식 처우 개선만으로는 또 다른 죽음을 막아낼 수 없다. 이번 참사는 지상의 밀폐 구조조차 감당해내지 못하는 현대 도시 방재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뼈아픈 경고다.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이 일상을 뒤바꾸는 4차 산업혁명의 한가운데 서 있다. 그러나 최첨단을 달린다는 대한민국의 재난 현장 최전선은 여전히 20세기의 육탄전에 머물러 있다. 좁고 복잡한 건축물, 불연재 기준을 빗겨간 복합 마감재, 탈출구를 틀어막는 유독가스는 현장에 진입한 소방관들의 시야를 단 몇 초만에 앗아간다. 산소 결핍과 플래시오버가 도사리는 사지로 인간 소방관을 밀어 넣는 구조를 방치하는 한 비극의 연쇄고리는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이제 소방 방재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인간이 진입할 수 없는, 혹은 진입해서는 안 되는 위험 구역에는 고도화된 AI와 특수 내열 방재 로봇, 즉 ‘전기인간’ 메커니즘을 갖춘 무인 자율 구난 시스템이 먼저 투입돼야 마땅하다. AI가 건물 내부의 열원과 유독가스 경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방재 로봇이 선제적으로 화점을 타격하며 진입로를 확보하는 ‘무인·무위험 방재 프로토콜’의 제도화가 시급하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화마와 싸우게 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시스템의 방기다.
 
나아가 이러한 방재 혁신은 지상을 넘어 인류가 마주할 미래 도시 설계의 핵심 축으로 확장돼야 한다. 심층 지저 자족형 인프라인 ‘지각도시’ 구상에서 강조되듯 완전 밀폐 구역에서의 방재는 단순한 소방 설비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의 생존을 결정짓는 절대적 전제조건이다. 구역 간 화재 확산을 원천 차단하는 에어록 벌크헤드와 인체 무해형 산소 치환 소화 방식 등 선제적 특허 기술 체계가 현실의 도시 인프라에도 과감히 접목돼야 한다.
 
기술의 진보는 가장 위험한 곳에서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지켜낼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증명한다. 순직한 소방관의 영전에 바쳐야 할 진정한 추모는 국가적 차원의 방재 체계 대전환이다. 단 한 명의 고귀한 생명도 불길 속에 희생되지 않는 차세대 안전 인프라 구축, 더 늦기 전에 결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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