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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세계에서 돈의 지배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과감한 투자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서 ‘돈으로 우승컵을 살 수 없다’는 인식이 깨지고 있다. 첼시의 로만 아브라모비치(좌)와 맨체스터시티의 만수르(우)가 대표적으로 투자를 많이 하는 구단주다. 이들은 우승컵과 거리가 멀었던 구단을 인수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자신들의 구단을 세계적인 클럽으로 성장시켰다. [사진=뉴시스]
‘프로는 돈으로 평가 받는다’라는 말이 있다. 실력 있는 선수일수록 고액의 연봉을 받고, 구단들은 선수 이적시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주고받는다. 현대 사회에서 돈은 프로 구단을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스포츠 세계에서 ‘머니 파워’가 중시됨에 따라 아낌없는 투자를 바탕으로 명문 팀으로 거듭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연한 말이지만 명문구단이 되기 위해서는 톱클래스 감독을 수장으로 앉히고 비싼 선수들을 영입할 필요가 있다. 일류 감독이나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구단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가 있어야 하고, 이를 결정하는 사람이 바로 구단주다. 최근 팬들이 구단주의 투자 성향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프리미어리그 선두 경쟁 첼시 VS 맨시티…러시아 VS 중동 석유재벌 구단주
현재 영국프리미어 리그 1·2위를 다투는 첼시와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신흥’ 명문구단이다. 이들은 전통적 강호는 아니었지만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구단주로 바뀌면서 명문 구단의 반열에 오른 팀들이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첼시의 구단주는 러시아 석유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다. 지난 2003년 6월 당시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최대 매각 금액인 1억4000만파운드(약 1542억원)로 첼시를 매입했다. 그리고 선수단 개편을 위해 1억파운드(약 1100억원)를 추가로 투자했다.
그는 ‘FC포르투’를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끈 조제 무리뉴를 감독으로 앉히고 지금까지 한화 5000억원이 넘는 돈을 사용하며 팀을 재편해 나갔다. 마켈렐레·크레스포(2003년), 디디에 드록바(2004년), 에시앙(2005년), 안드레이 셰브첸코(2006년), 아넬카·보싱와(2008년), 페르난도 토레스·다비드 루이스(2011년)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유니폼을 첼시유니폼으로 바꿔입었다.
▲ ⓒ스카이데일리
1905년 창단 이래 들쭉날쭉한 성적을 보였던 첼시는 로만 체제로 바뀐 후 명문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됐고, ‘프리미어리그 04-05시즌’에서 프리미어리그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05-06시즌’ 우승, ‘06-07시즌’ 준우승, ‘07-08시즌’ 준우승, ‘08-09시즌’ 3위, ‘09-10시즌’ 우승 등 매 시즌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FA컵과 UEFA 챕피언스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맨시티의 구단주는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이다. 그는 지난 2008년 9월 태국의 탓산 전 총리로부터 맨시티 구단을 인수했다. 당시 맨시티 인수를 담당한 회사 관계자가 ‘부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말할 정도로 만수르의 부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개인 자산만 32조3000억원으로 이건희 회장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만수르는 UAE의 페라리월드와 뉴욕 맨해튼의 크라이슬러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직함을 소유한 것으로도 유명한 만수르는 현재 UAE에서 가장 큰 토후국 아부다비왕가의 일원으로서 UAE 내각의 부총리 직을 맡고 있다. 그는 국제석유투자회사 사장, 에미리트 경마 시행체 회장, 맨시티·뉴욕시티·알자지라 클럽 등 3개 프로축구단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그는 맨시티 구단주에 취임하자마자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다. 우선 세계 최고수준의 선수들을 맨체스터로 속속 불러들였다. 홈구장 전 좌석에 히터를 구비했으며, 홈팬들이 교통 불편을 호소하자 시 당국과 합자해 모노레일을 설치했다. 이 밖에도 홈팬들을 위한 펍을 개설했고 선수들에게는 개인 경호원까지 배치했다.
구단 내 24시간 의사 대기, 영국 최고 변호사 30명 상시 대기, 선수 식당에 영국 최고 요리사 영입, 최고급 펜트하우스 제공, 1년마다 재규어 최고급 차량 지급 등 선수들에게 이 모든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선수들이 최고 환경에서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1880년 창단된 맨시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시작된 1992년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만수르가 인수한 후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 상위권에 머무르는 강팀으로 변모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1-12시즌’과 ‘13-14’시즌에서는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기까지 했다. 현재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역사 20여년 간 우승컵을 들어 올린 팀은 맨시티를 비롯해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블랙번로버스, 아스널, 첼시 등 총 5팀에 불과할 정도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이라는 장벽은 높다고 할 수 있다.
첼시와 맨시티는 고액 베팅으로 선수와 감독 영입을 통해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런 방식을 두고 국내의 한 축구계 관계자는 “첼시와 맨시티 모두 구단주의 등장으로 신흥명문구단으로 거듭난 팀들이다”며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전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이 했던 ‘돈으로 클래스를 살 순 없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다”고 했다.
정치 개입으로 만들어진 프로 리그…수익 모델 없는 프로 축구단
축구는 30여년의 프로 리그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프로 스포츠다. 현재 국내 프로축구구단은 1부 리그(K리그 클래식) 12팀, 2부 리그(K리크 챌린지) 10팀 총22팀이 있다. 올해부터 서울 잠실주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이랜드가 합류하게 되면서 23팀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현재 프로 축구 구단은 대기업과 지방차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이랜드를 포함한 23개 구단들 중 대기업이 구단주를 맡고 있는 곳은 9개다. 1부 리그의 FC서울(GS), 수원삼성블루윙즈(삼성), 포항스틸러스·전남드래곤즈(포스코), 전북현대호랑이(현대자동차), 제주유나이티드(SK), 울산현대축구단(현대중공업), 부산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 등과 2부 리그에 올 시즌부터 합류하게 될 서울이랜드FC(이랜드) 등이다.
▲ ⓒ스카이데일리
나머지 구단들은 성남FC, 인천유나이티드, 광주FC, 경남FC, 강원FC, FC안양, 수원FC, 대구FC, 고양HiFC 등은 시민구단으로써 지차체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다. 대전시티즌의 경우 지차체와 시민들이 지분을 나누어 가진 형태며, 부천FC1995의 경우 순수하게 부천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팀이다. 이 팀들은 현재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해 있어 일부 팀에서는 ‘해체’설이 언급되기도 한다.
국내 구단들은 해외 구단들에 비해 재정 자립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프로 축구 리그의 시작이 축구계 내부의 성숙에 따른 창설이 아닌 정권의 요구에 부합하는 창설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983년 프로 축구 리그는 전두환 정부의 3S정책(성·영화·스포츠)에 맞춰 대기업을 주축으로 창단된 일부 프로축구단과 기존 실업팀들이 혼재한 상태로 급하게 발족했다.
▲ 우리나라는 정치적인 이유로 프로리그가 창설됐다. 초반 대기업에 의존해 성장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K리그는 현재 지자체 별 시민구단이 대거 유입된 상태다. 하지만 일부 구단을 제외한 다수의 팀들은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을 정도로 재정 상태가 나쁘다. 특히 시민구단들의 구단주인 지자체장들은 성적을 빌미삼아 수시로 팀의 존립을 위협하는 실정이다. 사진은 FC서울의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 ⓒ스카이데일리
프로 구단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재정 자립이 힘든 원인으로 작용한다. 대다수 국내 프로축구 팀들은 현재 만성적자 상태에서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선수들의 몸값은 올랐지만 구단의 수익은 답보 상태여서 수익 구조가 취약하다.
국가 대항 축구 경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지만 이것이 프로 축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방송 중계가 거의 없기 때문에 구단들은 중계권 수익을 가져갈 수 없고, 경기장 내 광고료 역시 저렴할 수밖에 없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프로축구의 지난 30년은 기업 위주의 팀에서 지역연고 위주의 팀으로 변화하는 힘겨운 역사였다”며 “구단의 자립은 축구 팬들이 축구장을 많이 찾아야 가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각 구단과 리그 및 협회가 나서 축구팬을 양산하고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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