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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기업 삼양의 화장품사업을 위해 론칭된 헬스앤뷰티 스토어 어바웃미가 K-뷰티 호재로 인해 반짝인기를 얻은 뒤 주춤하는 모양새다. 유행에 민감한 중국소비자들의 시선을 계속 사로잡을 만한 새로운 상품개발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사진은 어바웃미 홍대점. ⓒ스카이데일리
90년 장수 식품기업 삼양그룹(라면기업 삼양식품과 무관)이 진출한 화장품 신사업이 반짝 인기를 얻은 뒤 주춤하는 모양새다.
삼양은 지난 2012년 겨울 한국형 드럭스토어 헬스앤뷰티 스토어 ‘어바웃미’를 론칭한 뒤 활황을 띠고 있는 화장품 사업에 합류했다. 그러나 뒤늦게 출발한 헬스앤뷰티 스토어 후발주자 롭스가 치고 올라오는 형세다. 게다가 중국인 구매력이 매출을 좌우하는 면세점 판매실적 또한 지난해 대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데일리는 국내 및 중국인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어바웃미 서울 시내 7개 매장 중 면세점 3곳과 홍대점을 다녀왔다.
통상적으로 미국, 일본 등에선 일반의약품·화장품·건강보조식품 등을 판매하는 곳이 드럭스토어지만 한국에선 약사법상 약국 이외에서 의약품 판매를 불허하기 때문에 헬스앤뷰티 스토어가 드럭스토어와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삼양의 어바웃미는 타 헬스앤뷰티 스토어가 자사 제품은 물론 다양한 유명 브랜드 제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편집숍 형태인데 반해 타사제품이 입점되지 않고 자사제품(브랜드명 어바웃미)과 독자 수입제품만으로 구성된 원브랜드숍인 것이 특징이다.
옆 매장 북적북적 VS 텅 빈 홍대점…면세점 구석 위치, 직원들조차 ‘여기 없어요’
어바웃미는 서울시내 매장 7곳 중 3곳(63갤러리아, 동화, 신라)이 면세점이다. 실제로 면세점을 찾아 가보니 숍인숍(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 만들어 상품 판매)개념으로 입점돼 있어 매장이라고 부르기엔 규모가 협소했다. 판매하는 제품들도 화장품 마사지크림, 클렌징 크림 등 3~4개 종류가 전부였다. 정식 매장이라고 부르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 어바웃미 홍대점은 평일 오후 시간대를 감안하더라도 손님이 없는 한적한 분위기였다. 바로 옆에 있는 헬스앤뷰티 스토어 롭스가 여성손님들로 붐비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스카이데일리
심지어 세 곳 면세점 모두 어바웃미가 어딨는지 찾지 못해 직원들에게 물어물어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같은 층에 있는 타 화장품 브랜드 판매 직원들조차 5명 중 3~4명은 어바웃미란 브랜드에 대해 알지 못했다. 심지어 ‘그런 브랜드가 없다’고 답하는 경우도 적잖았다.
여러 명에게 물어도 찾지 못할 땐 한참을 돌아다닌 뒤에야 현재 어바웃미 모델인 가수 시스타 사진을 발견해 구석에 자리 잡은 매장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힘겹게 찾은 매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썰렁했다. 면세점 직원들 조차 입을 모아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이들은 다른 제품과 함께 어바웃미 제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동화면세점 직원은 “예전(지난해)에 인기가 많았을 땐 하루에 수십 개도 팔렸지만 최근은 온라인 포함해서 1주에 10개 정도 팔린다”며 “팔리는 제품 중에서도 거의 스킨 톤업 마사지 크림이 대부분이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중국 고객들은 화장품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해 바로바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며 “어바웃미도 지난해까지는 중국 인터넷 사이트상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많이 찾았지만 지금은 예전만 못하다”고 설명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12월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신라면세점은 동화면세점에 비해 찾아오는 중국인 고객은 더 많았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신라면세점 직원은 “어바웃미 제품 중에서는 마사지크림을 주로 찾으시는 편이며 현재는 10명 중 9명은 어바웃미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을 찾는다”며 “(어바웃미 제품의) 정확한 판매량은 모르겠지만 예전에 비해선 준 것 같다”고 답했다.
국내 여성 소비자 층을 겨냥한 홍대점 어바웃미 역시 손님이 거의 없는 적막한 분위기였다. 면세점과 다르게 홍대점은 화장품 라인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품까지 판매하는 정식 오프라인 매장이다.
하지만 바로 옆 매장 롭스에는 여성들이 화장품 테스팅을 하는 등 오며가며 구경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어바웃미의 매장은 기자가 직원과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한명의 손님도 다녀가지 않았다.
어바웃미 직원은 “젊은 층 여성보단 직장인 혹은 중년층 여성들의 구매력이 높다”며 “저희는 따로 홍보를 하지 않고 할인행사도 하지 않기 때문에 입소문을 통해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잘 모른다” or “덜 유명하다”…국내 소비자 “홍보·할인 행사 부족, 인지도 낮아”
면세점을 찾은 일부 중국인 여성들에게 어바웃미에 대해 혹시 알고 있냐고 묻자 대부분 모른다고 하거나 들어본 적은 있지만 사용은 안 해봤다고 답했다.
▲ 서울 시내 면세점의 화장품 코너(왼쪽)가 많은 손님들로 북적거렸지만 어바웃미(오른쪽)가 있는 쪽에서 중국인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 관광객을 찾아보기 힘든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사진 위는 신라면세점, 아래는 동화면세점. ⓒ스카이데일리
중국 관광객 왕주이빙(실명,25) 씨는 “이니스프리나 에뛰드는 들어봤지만 어바웃미는 처음 듣는다”고 답했으며 옆에 있는 한 중국 여성(26) 역시 어바웃미를 모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중국 관광객 창뉘진(실명,22) 씨는 “인터넷으로 마사지크림이 유명하다고 듣긴 했다”며 “하지만 다른 화장품 브랜드에 비해 유명하지 않아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기자가 만난 홍대 여성 소비자들은 다른 헬스앤뷰티 스토어에 비해 어바웃미의 특장점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주현(실명,25) 씨는 “매장에 사람이 별로 없으니 구경하러 들어가기 민망하다”며 “지나가다가 보긴 했지만 별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안 든다”고 답했다.
진현선(실명,33) 씨는 “매장수도 부족하다 보니 접근성도 떨어지고 특별한 프로모션 행사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아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며 “이미 멤버십카드를 통해 포인트를 적립하고 있는 기존 헬스앤뷰티매장인 올리브영, 롭스 등과 차별화 되지 않으면 굳이 갈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재방문을 할 만큼 큰 차별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의견과 매장이 폐쇄적으로 느껴져 들어가기 어색하다는 의견 등이 있었다.
국내조차 미안착 화장품 사업…中 진출 불안 시선
이처럼 시장 분위기가 어두운 가운데 삼양사의 중국 진출에 대한 전망 또한 밝지만은 않다.
지난 1월 어바웃미를 운영하던 삼양제넥스가 삼양사에 흡수합병되며 현재 어바웃미를 운영하는 곳은 삼양사다. 합병 발표와 함께 양사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삼양사 지사를 통해 화장품 사업 진출을 노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 자료: 각 사.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화장품 업계에선 어바웃미 중국 진출에 대해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2012년 어바웃미가 론칭된 이후 딱히 국내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렇다 할 주력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어바웃미의 해외 론칭 성공을 위해선 국내 사업의 내실을 먼저 다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삼양사 흡수합병 전 삼양제넥스에서 화장품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매출 비중의 1% 내외로 알려졌다. 삼양제넥스의 매출액은 지난 2012년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어바웃미의 더딘 성장률은 매장수에서도 드러난다. 기존 헬스앤뷰티스토어 올리브영, 왓슨스의 경우 매장수를 급격히 늘려왔지만 어바웃미의 매장수는 면세점에 입점된 곳을 제외하면 전국에 6곳뿐이다. 면세점을 포함하면 총 10개 매장이다. 어바웃미와 같은 해인 지난 2012년 오픈했지만 적자로 인체 추가입점계획을 잠정 중단한 신세계 분스(7개)와 비슷한 개수다.
반면 지난 2013년 어바웃미보다 한 발 늦게 출발한 롯데의 롭스는 4월 초 기준 61개 매장수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안에 100개로 매장수를 늘릴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어바웃미의 정확한 매출을 밝히기 꺼렸다. 그는 “어바웃미의 매출액 규모는 삼양제넥스의 매출 비중에서 극히 적은 부분을 차지했다”며 “지난해에는 700%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증가율이 300%”라고만 전했다.
한편 지난 1924년 설립된 ‘삼수사’가 전신인 삼양그룹은 창업주의 친일행적이 알려지면서 ‘친일기업’ 논란을 겪었다. 창업주 고 김연수 회장은 일제시대 때 일본에 국방헌금을 납부하고 학병권유 연설을 한 사실이 알려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친일파’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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