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계 은행 한국씨티은행(사진)은 고배당, 국부유출 및 고액연봉, 영업점 폐점 방침 등 연이은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이에 씨티은행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씨티은행의 행태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이하·씨티은행)을 둘러싼 이런저런 잡음이 많다. 씨티은행은 고배당 및 국부유출, 무리한 영업 행태, 고액연봉 등 연이은 논란으로 여론의 눈총을 사고 있다.
1000원 벌어 730원 꼴 1000억대 미국 본사로…글로벌 1위 명성에 ‘국부유출’ 논란
2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전신은 지난 1981년 ‘한미금융주식회사’다. 한미금융은 1983년 한미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한 뒤 본격적으로 은행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2004년 세계최대의 금융그룹인 미국 씨티그룹에 인수되면서 지금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말 기준 씨티은행의 최대주주는 지분의 99.98%를 보유한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COIC)’이다. COIC는 미국 씨티그룹이 100% 출자한 기업이다.
외국계 기업의 지배를 받는 씨티은행은 오랜 기간 국부유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배당 및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해외 본사에 지급한 돈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10년 동안 해외용역비 명목으로 약 1조5000억원을 미국 본사로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 국부유출 논란은 더욱 거세게 일었다.
당시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배당금보다 해외용역비 지출에 대한 세금 징수비율이 더 낮다는 사실을 이용한 ‘꼼수’라는 지적이 상당했다. 국세청 역시 지난해 2~5월 송금한 해외용역비의 850억원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190억원 가량의 세금을 추징하기도 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그런데 최근 씨티은행을 둘러싼 국부유출 논란이 또 다시 불거져 나와 비판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실적이 크게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은 오히려 높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급된 배당금은 거의 전부가 해외로 흘러들어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씨티은행의 영업이익(연결)은 2701억원으로 전년(3896억원) 대비 30.7%나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1568억원으로 전년(2794억원) 대비 43.9%나 급감했다.
씨티은행의 배당성향은 실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씨티은행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보통주 1주당 360원, 우선주 1주당 410원을 각각 현금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배당금 규모는 1146억원에 달했다. 배당금은 대부분은 해외 본사의 몫이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전체 순이익 1568억원 가운데 1146억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하면서 배당 성향이 73.1%에 달했다. 이는 전년 배당성향인 41.6%보다도 대폭 증가한 수준이다. 1년 동안 한국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의 3분의 2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간 셈이다.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실적이 대폭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 명목으로 이익의 대부분을 미국에 위치한 본사로 보낸 것은 사실상 국부유출이나 다름없다”며 “한국 내 시장에 대한 투자 환원 및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 개선 노력 없이 빼가기 급급한 구조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영업점 통폐합 후 기존 직원 콜센터로 재배치 방침…“사실상 나가라는 소리” 분분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씨티은행은 향후 인력감축 계획을 시사하는 경영 행보를 보여 내부 직원들의 극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씨티은행의 수장인 박진회 행장의 연봉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씨티은행은 지난달 27일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을 발표하면서 국내 오프라인 영업지점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프라인 영업점 전체 133개 가운데 기업금융 특화점포 7곳을 제외한 126개 지점 중 101개 지점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4일에는 폐점 영업점의 창구 직원들을 전화·디지털 응대 업무를 주로 하는 ‘고객가치센터(인바운드)’ 또는 씨티은행 본점에서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금융상품 가입 등의 영업을 하는 ‘고객집중센터(아웃바운드)’ 등에 재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101개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 약 650명 가운데 소수만 타 지점에 배치되고 대부분은 고객가치센터·고객집중센터 등에 편입될 것으로 전망됐다.
영업접 폐점 및 부서 재배치 등의 방침에 대해 씨티은행 내부직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씨티은행 노동조합 측은 “평균 수익률이 높은 영업점도 있는데 그 지점도 폐점하겠다고 하니 이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며 “직원들의 동의 없이 대규모 인력을 콜센터와 다름없는 부서에 재배치하는 것은 부당 인사 조치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방 지점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당장 어떻게 서울에서 일을 하겠는가”라며 “사실상 희망 퇴직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실적 부진 속에서의 고배당 정책에 대해서는 “시중은행들의 수익이 전체적으로 감소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직원들은 피땀 흘려 일해 일궈낸 성과다”며 “하지만 수익을 일궈낸 직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면서 고액의 배당금을 본사로 송금했으니 내부 직원들을 기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실적 부진, 국부 유출, 직원 반발 등 잡음 속 박진회 행장 연봉 ‘4억 이상’ 급증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이런 가운데 은행의 수장인 박진회 행장의 연봉은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나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작 실적 부진을 책임져야 할 인물은 오히려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씨티은행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박 은행장은 지난 2014년 10월 씨티은행장에 취임한 후 약 2년 6개월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취임 직후인 2015년 박 행장은 △급여 4억5600만원 △상여금 8000만원 △복리 500만원 등 총 5억4100만원의 연봉을 챙겼다.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진 지난해 박 행장의 연봉은 △급여 4억800만원 △상여금 5억5900만원 △복리 1300만원 등 총 9억8000만원으로 오히려 올랐다. 전년 대비 급여는 4800만원 소폭 감소했지만 상여금은 4억7900만원(약 7배)이나 증가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CEO의 상여금은 경영 성과, 그 중에서도 실적 개선 등이 발생했을 때 지급된다.
씨티은행 노조는 박 은행장의 고액 연봉에 대해 “최근 노조와 사측 간 임금 협상 및 점포 폐점에 대한 합의가 불발돼 결국 교섭이 결렬됐다”며 “이처럼 직원들 임금과 처우에 대해서는 인색한 박 은행장이 정작 자신의 연봉을 늘렸는데, 이에 대해 사측은 ‘공시에 뭔가 잘못 표현된 것’이라며 둘러대기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씨티은행 노조 측에 따르면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오는 28일 위원회의 조정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만일 폐점 수순에 대한 원만한 합의 결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바로 파업 등 쟁의 행위에 돌입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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