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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갈 길을 잃었다. 윤희숙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당 혁신안은 당내 반발과 무관심 속에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였고, 당권 주자들은 전한길 씨의 입당을 둘러싸고 ‘극우 논쟁’에 빠졌다. 8월2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각 세력 간 충돌은 집안싸움의 양상으로 번지며, 보수정당으로서 국민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짙어지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제시한 혁신안은 △계엄·탄핵 관련 대국민 사과의 당헌 명시 △당대표 단일지도체제 전환과 최고위원제 폐지 △당원소환제 도입 등 급진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날 지도부는 윤 위원장의 제안한 혁신안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윤 위원장의 불참으로 인해 본격적인 토론 없이 1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당초 의총에서는 계엄·탄핵 관련 대국민 사과, 최고위원 선출 방식 변경, 당원소환제 강화 등 세 가지 혁신안이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다수 의원들이 “혁신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배경과 필요성을 설명해야 한다”며 토론 유보를 요구했다. 당은 조만간 윤 위원장을 초청해 다시 의총을 열 계획이다.
윤 위원장은 전 날 채널A 유튜브 방송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의총 개최 여부조차 고지받지 못했다”며, 지도부가 혁신안을 “고사시키는 경로로 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그는 “총선 3년 남았다는 말은 결국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뜻”이라며, 현 지도부의 무책임을 성토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2004년 차떼기 사건 때 40명 가까운 중진들이 불출마 선언을 했고, 그래서 당이 살았다. 그 정도의 위기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내부 합의 없이 윤 위원장의 일방적인 정치 메시지를 담은 ‘인적쇄신 리스트’를 던진 점, 비대위와 사전 조율 없는 언론 플레이 등이 당내 혼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의원은 21일 YTN 라디오에서 “사람을 공격하는 건 큰 실수다. 혁신위는 이미 추락했고, 의원총회를 열면 부결될 것”이라며 사실상 실패를 선언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도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혁신위원들과 상의도 없이 급발진하는 걸 보면 자기 정치의 욕심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실권 없는 혁신위원장을 만든 게 문제다. 한쪽에 치우친 쇄신안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당권 레이스는 ‘친길 vs 반길’
전한길 입당 논란, 극우 공방 확산
정작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주자들은 혁신보다는 ‘전한길 프레임’ 공방에 몰입 중이다. 전 씨는 계엄 옹호와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안철수 의원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친길당 대표가 되겠다는 말 아니냐”며 김문수 후보를 직격했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절연해야 할 극우세력”이라고 규정했으며, 장동혁 의원은 출마 선언 직후 “극우 몰이는 민주당 프레임이다. 내부총질 그만하라”고 반격했다.
이에 반해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23일 언론에 “전한길 씨는 받아들여야 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진영 갈등에 불을 지폈다.
당 안팎에선 혁신안 수용 여부나 새로운 혁신 비전 제시를 차기 지도부에 맡기자는 기류가 강하다. 하지만 당권 주자들 간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조경태 의원은 “100% 국민경선을 통해 혁신 후보를 단일화하자”며 윤 위원장의 혁신안을 사실상 수용한 유일한 인사다.
반면 김문수 전 지사는 22일 출마 회견에서 윤 혁신위원장을 겨냥해 “당이 쪼그라드는 방향으로 혁신한다면 자해 행위가 될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언론에 익명으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총선 3년 전 인적 쇄신이 가능한가도 논란이 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내비쳤다
이 가운데, 친윤계로 분류된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 또한 이날 국회박물관에서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전당대회 구도에 본격 합류했다. 그는 이날 발표에서 자신을 향한 ‘극우 프레임’을 강하게 반박하는 동시에, 윤위원장과 조경태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인적 쇄신론과 ‘계엄 책임론’에 정면으로 맞섰다.
“혁신은 계엄이 아니라, 탄핵이라는 바다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 계엄은 잘못된 수단이었을 수 있으나, 그것을 유발한 민주당의 의회 폭거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계엄에 대한 책임을 정부 여당보다 오히려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묻는 논리를 취했다.
장 의원은 이어 “내부 총질과 탄핵 찬성으로 당을 위기에 몰아넣고, 이제 와서 극우라는 민주당 프레임을 가져와 당내 인사들을 청산하자는 건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특히 자신을 윤 위원장이 '혁신 대상'으로 실명 지목한 데 대해 “당원들에게 평가받겠다”며 응수했고, “그분들이 말하는 극우 정당이 된다면, 그분들은 과연 이 당에 남아있을 것인지 묻고 싶다”고 되받아쳤다.
한편 당내에선 장동혁 의원이 김문수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치며 ‘투톱 전략’으로 당권 주도권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원진 대표는 YTN 라디오에서 “김문수가 당대표, 장동혁이 혁신위원장 구도로 가는 그림도 가능하다”며 보수 결집의 시나리오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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