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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극심한 국론분열로 시름하고 있다. 각종 위법·불법 의혹에 휩싸인 조국 법무부장관과 국민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관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대통령을 규탄하는 국민과 이들을 옹호하는 국민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수백만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성토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국력 낭비와 사회 분열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극심한 국론분열을 자초한 장본인인 현 정권의 핵심 권력들이 상황을 방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얼마 전 문 대통령은 현 상황을 정당화 시키는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 정부가 의도적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의혹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 정권 취임 이후 세대갈등, 남녀갈등, 이념갈등, 나아가 국가간 갈등까지 전 정권에선 없던 수많은 갈등이 불거져 나왔다.
조국사태에 양 극단으로 나뉜 국민들…“대통령이 국론분열·대립 만들고 있어”
개천절인 지난 3일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한 서울 도심에서는 300만 시민들이 모여 ‘조국 사퇴·문재인 정권 퇴진’을 목놓아 외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9일에도 100만 시민이 모여 같은 구호를 외쳤다. 두 번째 집회엔 앞서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새 얼굴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일반 시민을 비롯해 종교계, 교육계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반대로 지난달 28일과 이달 5일에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조 장관을 지지하는 이른바 ‘조국 수호 집회’가 열렸다. 당시 집회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운집해 조국 지지, 검찰 개혁 등을 연신 외쳐댔다.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성격의 집단이 서로 다른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른바 ‘조국사태’로 불거진 국론분열 사태는 상당한 우려감을 낳고 있다. 조 장관 임명에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들조차 국론분열 사태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경제, 안보, 외교 등 각 분야에서 위기감이 고조되며 이를 해결하기도 바쁜 와중에 조국 사태에 국가적, 사회적 에너지가 지나치게 소모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국론분열을 일으킨 장본인으로는 문 대통령이 지목되고 있다. 지금의 국론분열 사태는 한쪽의 말만 경청하며 반대편의 분노를 키운 결과라는 게 국민 여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학교 한 재학생은 “문재인 대통령은 소통 측면에서 굉장히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국론 분열을 조장했다”며 “조국 장관 임명을 두고 지식인 계층과 학생 등이 크게 반대했음에도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고 결국 국론이 분열되는 사태를 만들었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어 “일자리 문제, 외교 문제, 민생 문제 등 국력을 집중해야 할 과제가 산적함에도 문 대통령의 소통부재로 국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얼마 전 문 대통령이 현 상황을 진단하며 국론분열이 아니라고 못 박은 이후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들의 원성은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국론분열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조국 임명 강행’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여민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며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의 정치가 충분히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들 때 국민들이 직접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본다”며 “그런 측면에서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직접 목소리를 내주신 국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언급했다.
야권 인사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심각한 우려감을 표했다. 이들은 “국론을 분열시킨 장본인이 잘못된 인식으로 국민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문 대통령의 수석·보좌관회의 발언은 ‘혹시나’했던 국민 기대를 여지없이 뭉개고 짓밟은 ‘역시나’였다”며 “대통령의 굴절된 상황 인식과 국민 무시에 실망과 개탄을 금할 길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지만 (이는) 거짓말이다”며 “오로지 자기 편 목소리만 들으면서 조국 반대 외침을 ‘내란 선동’으로 몰고 있지 않나”고 지적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도 모자랄 판에 대통령이 끝 모를 오기와 집착으로 국론분열과 깊은 대립의 골을 만들고 있다”며 “국론분열이 아니라는 (대통령의) 말, 상식과 양심 분열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유체이탈식 화법’이다”고 꼬집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잦아진 사회갈등…“이기심·시기심 키우는 ‘사람이 먼저’가 문제”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국론분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문재인정부의 국정 철학에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사회적 갈등이 유독 빈번해졌는데 그 배경엔 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라는 국정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정 운영에 있어 사람 간의 관계 보단 사람(개인)에 중점을 두다보니 이기심과 시기심만 커지고 있다는 게 일반 국민들의 반응이다.
실제로 문 정부 집권 이후 대한민국은 세대 간 갈등, 남녀갈등, 이념갈등 등 각종 갈등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바 있다. 매번 극심한 진통을 겪었지만 제대로 마무리된 사안은 없다시피 한 상태다. ‘사람이 먼저’라는 국정 철학을 지닌 정부는 관계를 원만하게 하려는 노력 보단 개개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갈등을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회사원 한지영(29·여) 씨는 “조국 장관을 두고 나라가 양 쪽으로 나뉘어 다투고 있는데 대통령은 이를 중재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며 “본인의 선택으로 국론이 분열됐다고 볼 수 있는데 당사자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하니 애꿎은 국민들만 고생하고 사회적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 이근영(30·남·가명)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우리 사회에 갈등이 잦아졌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며 “정부가 ‘사람이 먼저’라는 이유로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특정 집단을 편애하고 한쪽의 목소리만 듣다보니 문제가 더욱 커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례로 남녀갈등의 경우 양측의 목소리를 정부가 골고루 경청하며 건강한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부는 갈등을 부추겼고 우리 사회의 건전한 토론을 실종시켰다”며 “정부는 남성의 목소리를 거의 듣지 않는 모습을 보여 남성들의 반발을 일으켰고 여성들도 남성들의 태도에 분개해 갈등이 심화됐지만 정부는 이 과정에서 아무런 중재자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민규(28·남) 씨는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부터 적폐 운운하며 특정 집단은 잘못됐고 마치 자신들만 옳은 것처럼 행동했다”며 “남북문제, 일자리문제, 남녀문제 등에 대해 5000만 국민의 생각은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지만 자신들을 지지하는 집단만 옹호하는 듯한 행동을 취하고 있는데 사회적 이슈를 정권유지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오늘날 정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국론분열이 심화됐다는 진단을 내놨다. 최근 시민들이 자칫하면 대의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까지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통령이 국정 철학에 대대적인 수술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덕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양쪽으로 나뉘며 국론분열이 심화되는 이유는 정치가 실종됐기 때문이다”며 “국민들을 대신해 정책결정을 하라고 대의제가 있는 만큼 대의제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창형 전 울산대학교 교수는 “최근의 국론분열은 대통령이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반복해서 엉뚱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서 비롯됐다”며 “대통령이 대다수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읽고 행동으로 실천한다면 갈등의 요소는 사라질 것이고 국론이 분열돼 다투는 상황도 줄어들 게 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치명적 모순 지닌 ‘사람이 먼저다’ 철학…섣부른 평등주의 함몰 위험”
스카이데일리 산하 알앤알(R&R, Rich-Research)연구소 민경두 소장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철학은 언뜻 보기에 매우 이상적이고 좋아 보이지만 치명적인 모순을 촉발한다”며 “우리가 사는 사회는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민 소장은 “사람만을 강조하면 소위 ‘저마다의 사람’은 상호 벽을 세워 갈등하거나 분열할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빠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이기적이고 안정 회귀적인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체를 악하다고 단정 짓지 못한다. 이런 악함을 선한 것인 냥 주장해 이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바로 악한 행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을 보통 인간이라고 한다. 즉 ‘사람 간’ 또는 ‘사람 사이’라는 무형의 네트워크가 인간(人間)이라는 이름으로 실존하는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그래서 우리는 흔한 말로 사람답지 못할 때 ‘인간이 되라’고 충고한다. 사람은 사람 사이(間)를 통해 생명의 존재감이나 삶의 자존감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의 행복감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민 소장은 “문재인 정부의 사람이 먼저다는 캐치프레이즈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개인’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곱씹어야 한다. 이런 경향성이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타자들 간 네트워크가 사람이라는 것을 엄정히 하면 지금과 같은 이분법적 선악구도를 지나치게 끌고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네트워크형 인간이 곧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고 그것이 시장으로 구현된 것이다. 이 시장이 부가가치(富) 원천이다. 이 시장을 움직이는 동력이 바로 자유라는 에너지다”고 밝혔다.
민 소장은 “자유시장은 필연적으로 우리 모두를 위한 부를 창출한다는 것에 확고한 국정철학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섣부른 평등주의에 지나치게 함몰되면 안되는 이유다”며 “자유시장을 통해 육체의 생명과 영혼의 자존감이 관계 속에서 확인된다. 자유라는 에너지는 그런 점에서 인간에게 부여된 천부인권이다. 자유는 인간이 만든 이념(이데올로기)이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절대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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