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클링너가 밝힌 ‘美 국방장관 한국 패싱 속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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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피트 국방은 한국 방문 약속해야’… “韓에 확신줘야”
단독 작전 수행 가능한 한국, 스스로 가치 부각할 절호의 기회

구하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03 14:34:20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The Heritage Foundation)’의 동북아 수석연구원(Senior Research Fellow)인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는 1일 “미 국방장관은 왜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을 지나쳤는가?(Why Is Pete Hegseth Skipping South Korea Amid Rising Tensions?)”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 논평은 미국 공화당의 ‘브레인’이라고도 불리는 헤리티지 재단의 중요성, 브루스 수석의 前 CIA 한국지부장 이력(1993-1994)을 고려할 때 주목할 만하다.

이 논평에서는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의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 순방 일정에서 한국이 제외됐음을 지적했다. 피트 장관은 3월 말 하와이·괌·일본·필리핀을 순방했다. 브루스 수석은 본 일정에 한국이 빠진 이유를 대통령 탄핵 관련 불확실한 정치 상황 때문인 것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정치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는, 이 ‘한국 패싱(Korea Passing)’이 갖는 의미를 더 강조했다.

그는 “정치 위기 속 한국 방문을 피하는 것이 이해할만하다(understandable)”면서도, '한국 패싱'이 새 미국 행정부와 관계를 만들어 나가려는 한국의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의 인태지역 안보전략의 불확실성이 한국에 미군이 계속 주둔할지에 대한 의심을 갖게 한다고도 말했다. 이는 인태지역 전략에 대한 미국의 '우왕좌왕' 태도를 향한 우회적 비판으로 보인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브루스 수석은 독특하게도 '일본'의 안보 전략 현황을 분석하는 데에 지면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그동안 주일미군은 ‘행정 기능(administrative function)’만을 수행했다. 실질 작전 지휘 없이 외교 조율, 기지 관리 등 후방지원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는 일본이 평화헌법 기반의 ‘비전투국가’라는 입장에 있었고, 일선의 전투 지휘는 한미연합군사령부에서 수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일미군의 군사 기능은 하와이의 인도·태평양사령부(INDOPACOM)에서 담당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미중 전략 경쟁, 대만 긴장 고조 등의 인태지역의 환경 변화 속에서, 일본에 한국의 한미연합사와 유사한 성격의 합동작전지휘본부(JJOC)를 3월24일 신설해 주일미군에도 작전 지휘 권한을 부여하려 하고 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근 유사 시 즉각적·자체적인 군사 대응을 할 수 있게 하는 조치다. 다시말해 전통적으로 한국이 담당해온 ‘일선 전투 기지’로서의 전략적 지위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약 28,000명)에 비해 대략 2배에 가까운 규모의 주일미군(약 55,000명)의 미 최대규모 해외주둔군으로서의 위상을 볼 때, 한국의 중요성이 약해질 가능성은 더 커진다.

그런데, 브루스 수석에 따르면 일본의 역할 강화 전략이 트럼프 행정부 예산감축 기조에 따라 재검토되고 있다. 일본이 지금까지 미국의 인태지역 전략에 발맞춰 군비를 증강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음에도, 이것이 취소될 가능성이 검토되고있는 난감한 시점에 피트 장관이 일본을 방문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피트 장관은 2월, 앞으로 5년간 매년 8%(약 500억 달러)씩 군비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브루스 수석은 이와같은 인태지역 안보전략의 불확실성(uncertainty)을 일본의 사례를 들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피트 장관이 “계속해서 인태 동맹국의 중요성을 강조해야하고, 미군을 유지·증강하겠다고 약속(pledge)해야한다”며 “정치 혼란이 마무리되면 한국을 방문하겠다고도 약속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일을 비롯한 인태 동맹국의 불안감을 미국이 해소해줘야 한다는 긍정적 메시지로 풀이된다.

결국 브루스 수석은 ‘한국 패싱’을 주제로 논평을 내면서, 실제로는 인태지역 내 동맹국 ‘전체’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security commitments)과 명확한 정책방향성 제시를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일본의 인태 지역 내 역할 강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았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상황을 대비해 한국의 적극적인 향후 외교 활동을 촉구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의 지역 내 전략적 역할 강화가 트럼프 정부의 예산감축에 따라 지연되고 있는 것은, 단독 작전 수행이 가능한 군사기지 역할을 이미 가지고 있는 한국이 스스로의 가치를 부각할 절호의 기회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이 중요한 시기의 발목을 잡고있다. 그 결과가 피트 국방장관의 ‘한국 패싱’인 것이다. 한국은 하루빨리 정국을 안정시켜 미국과 역내 안보전략을 논의하고, 자칫하면 일본에 빼앗길 수도 있는 지정학적·전략적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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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진 기자 arawav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헤리티지재단 # 브루스클링너 # 피트헤그세스 # 국방장관 # 한국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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