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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한 달 (下-제언)
“취지는 좋지만…현장의 현실 눈 감고 만든 법”
살얼음판 위 건설업계…“중소건설사 아무 것도 못해”
“합리적인 처벌 수준·처벌 대상 등 처벌 조항 손봐야”
‘전문가가 매뉴얼 제작·초보자 안전교육 제도화’ 삽입
문용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2-28 00:05:00
▲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건설업계 안팎에선 긴장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와 함께 안전한 현장 만들기엔 공감하지만 기업들이 위축된다며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문용균 팀장|배태용 기자] 
지난달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가운데 관계자들 사이에선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벌 조항을 손봐야 한다는 입장부터 지자체의 감리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거나 이미 시행됐으니 처벌에 집중하기 보단 정말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의 아닌 과실에 대한 처벌 지나쳐”
 
이달 11일 열린 ‘차기 정부의 건설·주택 정책’ 세미나 토론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업계의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유현 남양건설 전무는 “현재 매일 아침 40여 현장에서 A4 3장 분량의 체크 리스트를 작성해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고강도 안전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사실은 건설업은 구조적으로 사고 제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저희가 걱정하는 것은 근로자 부주의 등 사고 발생 원인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 벌금, 손해배상과 같은 과도한 입법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무는 “규제보다는 안전을 중시한다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유도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남양건설 뿐만 아니라 다른 중소건설사들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토로한다. 업계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지금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곳이 대다수다”면서 “이런 곳들은 실무자가 있다곤 하나 사실상 대표가 운영 전반에 관여하는 구조라서 만약의 경우 대표가 부재 시 회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 관리자를 채용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면서 “현장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만든 법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취지는 좋은데 작은 회사는 문 닫으라는 것 같다”면서 “해법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처벌이 지나치다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업, 제조업 등 상대적으로 산업재해가 많은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의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합리적인 처벌 수준과 처벌 대상 등 처벌 조항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의가 아닌 과실에 대한 처벌은 지나치게 중과로 여겨진다”라고 설명했다.
 
▲ 11일 열린 ‘차기 정부의 건설·주택 정책’ 세미나에서 유현 남양건설 전무(가운데)는 건설사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진제공=한국건설산업연구원]
 
안전장비 마련 비용 지원 필요·지역 건축안전센터 공무원 배치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건설업계 내부에선 이미 법이 시행된 상황에서 보다 현실적인 주장도 나왔다. 안형준 전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현안이다”면서 “덩치가 작은 다수의 건설사는 안전 관리자를 고용할 여력이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고용하는 인원도 숙련공보단 미숙련공이 많다”면서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켜야한다’는 말이 있듯 숙련자들은 경험을 토대로 안전을 지키는데, 초보자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나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오너가 잘못돼 기업이 무너지면 국가까지 피해라고 본다”며 “유명무실한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안전교육과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전문가들이 모여 공종별로 안전 매뉴얼을 만들고 배포하고 또한 이를 교육할 사람을 양성해 건설기술교육원, 국토안전관리원 등에서 안전강의를 개설에 들을 수 있게 하면 근로자 모두 자신을 지킬 수 있고 중대재해도 줄어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전 교수는 “안전교육을 이수했다는 증서를 받아 취업할 때 제출하고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해 인식의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면서 “추락하는 사고에 대비해 옷과 기둥을 튼튼하게 연결하는 방법,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작업하는 등 안전장치를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업체에겐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규칙에 이런 조항들을 삽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조치를 취하면 중대재해가 크게 줄고 자연스레 처벌 받는 일도 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 전문가들은 처벌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중소건설사에겐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스카이데일리
 
 한상준 대한건설협회 기술·안전실 부장은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업계 일각에서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법을 만들었으니 민간공사라도 지자체장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면서 “저희 내부에선 지자체가 감리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 부장은 “안전한 현장을 만들려면 이 법만 믿을 것이 아니라 지역 건축안전센터를 활용해야 한다”면서 “협회가 조사한 결과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지만 40곳 정도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처벌 법안만 신속 통과시킬 것이 아니라 이런 부분도 지적해줘야 한다”면서 “인구 10만명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법은 '인구 50만명 이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설치하도록 한다. 센터는 건축 허가·신고에 관한 업무, 건축물 공사감리에 대한 관리·감독 등 역할을 맡는다'고 명시해 놓았다. 
 
한 부장은 또 “건축물 공사감리를 위한 전문 인력을 두도록 했는데 본업이 있어 사실상 자문위원 형태로 이름만 올린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면서 “기술자들을 공무원으로 채용해 상시 감독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끝으로 “발주자의 인식도 바뀌는 것이 맞다”면서 “공사비는 쉽지 않을 텐데 먼저 공사기간을 넉넉히 부여받을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가 만든 산정기준을 민간공사에도 의무화하면 중대재해가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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