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3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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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1남5녀 중 외아들로 태어난 이상봉 디자이너의 어린 시절은 친구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외로웠다. 친구들은 급우가 교실에 있는지 없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꿈만큼은 많은 소년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종교인, 중학생 때는 오페라 가수, 고등학생 때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결국 작가를 미래의 직업으로 선택하고 시나리오와 창작을 배우기 위해 서울예전(현 서울예대) 방송연예과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갑자기 연극이 하고 싶어졌다.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연극을 하면서 소통하고 대사를 할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좋았다. 몸 안에 있는 응어리가 밖으로 분출되는 느낌이었다.
이 디자이너는 대학 졸업 후 연극을 본격적인 업으로 삼기로 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집안에 위기가 왔다. 군 복무 중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외아들로서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슬픔에 잠겼지만 마음을 다잡고 복학해 다시 연극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극으로는 생계를 책임질 수 없다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연극의 길을 포기했다.
이 디자이너가 패션디자이너를 꿈꾸기 시작한 건 옷수선집을 하던 친구 때문이었다. 돈이 급해서 “수선으로 돈을 벌 수 있느냐”고 물었다.
돈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신문을 읽다가 우연히 복장학원 광고를 봤다. 이후 학원에 나가 바느질을 배우며 수선 작업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의상 제작 기술과 디자인을 공부한 뒤 몇 곳의 기성복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중앙콘테스트에 입상했다.
1985년 디자이너로 일한 지 5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건 매장 ‘이상봉 부티크(LIE SANG BONG Boutique)’를 서울 명동에 열면서 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했다. 또한 LEE'를 'LIE'로 표기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성(姓)으로 차별화했다.
이후 1993년 첫 정식 패션쇼 SFAA 컬렉션에서 ‘환생’을 테마로 개최했다. 지금 봐도 충격적인 퍼포먼스는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찬사도 함께 받았다.
다양한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이상봉만의 시그니처인 구조적이고 기하학적인 디자인에 동양적인 요소들을 접목해 세계 무대에 선보이며 인정받았다.
2002년에는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로 진출했다. 특히 한글을 접목한 디자인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큰 파란을 일으켰다.
이 디자이너는 패션디자인에만 치중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의 디자인에 나섰다. 2007년 LG전자 샤인폰을 시작으로 금호건설 아파트 인테리어, KT&G 담배 케이스, A1 그랑프리 한국팀 자동차 디자인, 행남자기 이상봉 에디션 등 많은 분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외에도 피겨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팅 의상 디자인을 비롯해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들의 패션쇼를 이끄는 등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며 ‘국민 디자이너’라는 명칭을 얻었다.
현재 홍익대가 패션산업 전반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이끌 디자이너와 전문가 양성을 위해 신설한 패션대학원의 초대 원장이자 석좌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다문화 꿈토링 스쿨’ 교장도 맡았다. ‘꿈’과 ‘멘토링’의 합성어인 꿈토링 스쿨에서는 서울시교육청 관내 학교 재학 중인 초등 5학년에서 고교 3학년까지 다문화 학생들을 대상으로 패션 디자인과 모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디자이너로서의 삶은 물론 교육자로서도 성공한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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