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로 인해 침체된 여름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가 있다. ‘부산행’을 흥행시킨 연상호 감독의 신작인 ‘반도’가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개봉 5일 만에 180만의 관객을 넘겼다.
‘반도’는 개봉이후 그동안 침체된 극장가를 살리는 데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반도’는 1157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감독의 전작인 ‘부산행’의 후광효과와 강동원, 이정현 등 스타배우가 있어 어느 정도 흥행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해도해도 너무한 스크린 독점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 영화는 한국영화 특유의 신파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액션장면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괜찮아서 볼만하다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반도’가 이달 15일 개봉하면서 첫날 확보한 스크린 수는 2338개 관에서 1만1822회 상영으로 기록됐다. 영화는 이날 관객 수 35만명을 동원하며 다른 영화들을 가볍게 따돌리고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상영점유율은 77.5%, 좌석점유율은 82%를 기록했다.
급기야 18일에는 스크린수 2575개를 기록하면서 ‘어벤져스:엔드게임’, ‘겨울왕국2’를 뛰어넘는 엄청난 스크린 독과점이 생기고 말았다. 2년 전 여름에 개봉한 ‘신과함께:인과연’의 스크린수와 상영횟수를 가볍게 넘겨 역대 최다 스크린으로 상영한 한국영화가 됐다.
‘반도’ 는 과거의 스크린 독점 논란이 있었던 한국영화 ‘명량’, ‘검사외전’, ‘군함도’, ‘신과함께’ 시리즈, ‘극한직업’, ‘기생충’, ‘백두산’보다 더 많은 상영관을 확보했다.
올해 상반기 극장의 매출은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CGV 가 1분기 영업손실 716억원, 순손실 1185억원으로 위기를 맞이했다. 그동안의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반도’ 개봉에 주력했고 ‘반도’의 예매율이 90%를 넘기면서 스크린을 ‘반도’에게 몰아주기 시작했다. 인기있는 영화이니 스크린 독점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러한 독과점으로 인해 관객들은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과거 ‘명량’ 때에는 독과점으로 인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상영관이 줄어들어 피해를 보기도 했고 ‘군함도’ 때는 ‘덩케르크’ 역시 아이맥스관만 살아남고 일반 상영관은 거의 없어졌다.
최근 사례는 2년 전 ‘신과함께:인과연’ 개봉 당시 독점으로 인한 ‘미션임파서블:폴아웃’의 특별관 상영이 1주일만에 없어지면서 결국 흥행성적의 악영향이 생기기도 했다.
‘반도’의 독과점은 코로나로 인해 침체된 극장가를 살렸다는 점에서 고무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선례를 남긴다면 추후에 ‘반도’ 만큼 스크린 독점을 생겼을 때 올바른 비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정부차원에서 스크린 독과점을 막기 위한 스크린독점 방지법이 2016년 10월 발의됐지만 아직까지도 4년 동안 국회 계류 중인 상황이다.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과 도종환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는데 두 법안 모두 복합상영관에서 동일한 영화를 일정 비율 이상 상영하지 않도록 하는 스크린 상한제를 포함한다. 조승래 더불어 민주당도 2017년 11월 대기업 직영 상영관에서 같은 영화를 40% 이상 틀지 못하도록 하는 구체화된 법안을 내놓았다.
하루속히 스크린 독점방지법이 제정돼 다시는 이러한 스크린 독점이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국영화이든 외국영화이든 스크린 독점은 영화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관객들의 영화선택 권리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점에서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정동현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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