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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월 대림산업은 전 분기와 비교해 큰 폭으로 떨어진 지난해 4분기 실적(잠정)을 발표했다. 어닝쇼크를 접한 건설업계와 증권가는 충격에 휩싸였고, 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대림그룹의 후계자로 입지가 굳건했던 이해욱 부회장에 대한 경영능력을 다시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사진은 대림산업 본사 전경. ⓒ스카이데일리
승승장구 건설명가 ‘실적(어닝) 쇼크’ 기록
지난 1월 23일 증권가와 건설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날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대림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림산업은 지난해 4분기 실적(잠정)을 발표했는데, 실적이 전 분기와 비교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림산업의 실적(연결)은 매출액 약 2조4393억원, 영업손실 약 3196억원, 당기순손실 약 2985억원 등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약 19% 감소한 수치인데다 적자전환으로 돌아선 것이었다.
대림산업은 4분기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건설사업부 매출 부진과 해외건설부문의 원가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 등을 꼽았다. 특히 사우디, 쿠웨이트 등 중동지역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약 5359억원의 추가비용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중동지역 현장에서 높은 금액의 추가비용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현지 기자재 가격 상승, 협력업체 부도, 자재물량 증가, 인건비 상승, 공기지연 등을 꼽았다.
앞서 3분기까지 대림산업은 매출액 약 7조4076억원, 영업이익 약 3592억원, 당기순이익 약 2883억원 등 비교적 양호한 실적(누적)을 시현했다. 그러나 4분기의 대규모 적자로 인해 지난해 전체 실적은 매출액 약 9조8469억원, 영업이익 약 396억원, 당기순손실 103억원 등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주주들에게 ‘실적(어닝) 쇼크’로 다가갔다.
그룹 매출 66% 차지 주력 계열사 ‘대림산업’
설립 후 지금까지 건설업 외길을 걸어왔고, 현재도 건설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대림그룹은 지난해 4월 기준 재계서열 21위(공기업 제외)에 이름을 올렸다. 그 중 건설계열사인 대림산업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그 입지가 견고하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지난 2012년 대림그룹 전체 계열사들은 약 15조521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그 중 약 66%인 10조2533억원이 대림산업의 매출액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전체 매출액의 3분의2 이상을 책임지며 그룹 내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계열사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또한 건설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림그룹을 이뤄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대림산업은 그동안의 노하우와 시공능력이 높게 평가돼 업계에서는 ‘건설명가’로 오르내려 왔다.
이 같은 호평을 증명이라도 하듯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 후 대부분의 건설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와중에도 대림산업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이어갔다. 지난해 3분기까지도 호조세는 계속됐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대림건설의 실적(연결)은 △2010년 매출액 약 7조4376억원, 영업이익 약 3876억원, 당기순이익 약 3580억원 △2011년 매출액 약 7조9881억원, 영업이익 약 4375억원, 당기순이익 약 3798억원 △2012년 매출액 약 10조2533억원, 영업이익 약 4861억원, 당기순이익 약 4008억원 등을 각각 시현했다.
같은 기간 재무상황은 △2010년 자본총액 약 4조2401억원, 부채총액 약 5조5030억원, 부채비율 129.8% △2011년 자본총액 약 4조6374억원, 부채총액 약 6조1272억원, 부채비율 132.1% △2012년 자본총액 약 4조9185억원, 부채총액 약 6조879억원, 부채비율 123.8% 등의 양호한 수준을 지속해 나갔다.
실적쇼크, 급기야 오너 일가 제외한 경영진 교체
▲ 건설업계의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던 대림산업이 지난해 저조한 실적으로 인한 책임론이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지난달 27일 대림산업은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대림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지목된 이해욱 부회장을 제외한 대표이사 2명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고 공시했다. ⓒ스카이데일리
업계에 따르면 불황에도 불구하고 대림산업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지난 2010년 대림산업의 부회장직에 오르며 경영을 진두지휘한 이해욱 부회장은 그 능력이 높게 평가돼 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대림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지목된 이 부회장이 이끄는 대림산업이 업계의 불황에도 승승장구하자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에 대한 명분이 더욱 쌓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저조한 실적은 전체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고, 결국 지난해 대림산업은 이해욱 부회장 취임 이후 최초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그간 대림그룹의 후계자로 입지가 굳건했던 이해욱 부회장에 대한 경영능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이해욱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논란과 함께 실적부진에 따른 책임론이 고개를 들었는데, 공교롭게도 불똥은 오너 일가를 빗겨갔다. 지난달 27일 대림산업은 이달 21일 열린 ‘주주총회소집 결의’ 공시를 통해 4명의 사내이사 및 5명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한다고 밝혔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또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21일 대림산업은 곧바로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발표했다. 공시에 따르면 이해욱 부회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지난 2012년 1월부터 이해욱 부회장과 함께 대림산업의 경영 전반을 도맡아 온 김윤 부회장과 같은 시기 대표이사에 오른 박찬조 사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대림산업은 김 부회장의 해임이유에 대해 일신상의 사유를 들었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 대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 결정적인 교체 사유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분기보고서에 김윤 부회장과 박찬조 사장의 임기 만료일이 각각 2016년 3월 9일, 2015년 3월 15일로 나타난 점으로 봤을 때 이들의 퇴진은 ‘실적 부진에 따른 교체’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투톱 체제 하에서 실적 부진에 따른 책임을 전적으로 전문경영인에게 몰아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건설업계 한 중역은 “전반적으로 건설업의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실적 부진을 전적으로 전문경영인에게 몰아가는 것은 억울한 면이 있지 않겠느냐”며 “대림산업의 이번 인사는 공(功)은 오너 일가에게 돌아가고 과(過)는 전문경영인에게 돌아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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