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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온라인 플랫폼 ‘보험 중개 허용’… GA업계 강력 반발
금융규제혁신 첫 안건 추진
규제 샌드박스로 임시 허용
“영업인 생존권 걸린 문제”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06 00:07:18
▲ 금융당국이 카카오·네이버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보험 판매를 허용하기로 하자 보험대리점(GA)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온라인 플랫폼 보험대리점 진출저지 및 보험설계사 생존권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가 열렸다.[사진=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금융당국이 카카오·네이버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보험 판매를 허용하기로 하자 보험대리점(GA)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GA업계는 빅테크 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경쟁과 일자리 감소 등을 우려했다. 보험업계는 규모에 따라 찬반이 엇갈렸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달 23일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2차 회의에서 온라인 플랫폼이 보험 등을 비교·추천할 수 있는 금융상품 중개업을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마이데이터 사업자, 전자금융업자 등이 소비자에게 여러 금융사의 예금, 보험,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등 여러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온라인으로 여러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는 중개 행위에 해당해 등록 또는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대출상품 외에는 등록제도가 미비해 사실상 서비스가 곤란한 상황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의 디지털 혁신을 기존 금융회사와 핀테크 회사 간에 균형 있게 지원한다는 방향”이라며 “첫 번째 규제혁신 안건으로 ‘금융회사의 플랫폼 금융 활성화’ ‘온라인 플랫폼 금융상품 중개업 시범 운영’ ‘규제 샌드박스 내실화 방안’을 논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는 올 7월 새 정부 금융규제혁신 과제 중 하나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중개 도입’을 선정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금융상품 중개는 금융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한시적으로 허용된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금융산업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더욱 신중히 고려하기 위함이다. 알고리즘 공정성 확보, 불완전판매 방지, 손해배상 보증금 예치,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 남용 방지 등 보완 방안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규제혁신 과정에서 이해관계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발생하지만 지향점은 소비자를 위한 혁신”이라며 “디지털 전환 부문에서 금융회사, 핀테크·빅테크 간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 자율적인 혁신이 일어나고 소비자 편익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범 운영 뒤에는 법 개정 등으로 제도화가 추진될 예정이다. 단, 펀드상품의 경우 원금손실 및 불완전판매 우려를 고려해, 일정기간(6개월 등) 예금·보험 등 시범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플랫폼 기업에 투자중개업 인가를 검토하기로 했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제2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GA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보험대리점협회는 2차 규제혁신회의 전부터 반대 의견을 표명했고, 지난달 22일에는 보험영업인 노조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온라인플랫폼 보험대리점 진출 저지 및 45만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개인·법인GA 소속 보험설계사, 보험영업인 노조 등에서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중개 허용이 45만여명의 보험대리점과 설계사의 생존을 위협하고 고용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보험대리점협회는 성명문에서 “온라인플랫폼은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제정·시행(2018년 12월)으로 금융규제 면제·완화 혜택으로 성장했는데, 보험대리점업 진입은 법 취지인 ‘소비자 편익 증대’ ‘금융서비스 관련 일자리 창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금융당국은 보험대리점산업의 공정 경쟁 및 생존권 보장과 대리점·설계사의 보호·육성 정책을 통해 보험산업 발전 및 소비자 선택권 제고, 지속적인 고용 창출을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혁신금융을 표방한 거대자본의 수익사업으로 소비자 피해 △차별성 없는 혁신으로 기존 모집 채널과 갈등 △우월적 지위로 독과점 및 골목상권 침해 △불공정경쟁 등을 가져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리점협회 관계자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온라인 플랫폼이 영세 보험영업인의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보험시장 잠식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고, 소비자 편익을 오히려 해치고 불공정경쟁을 야기하는 부당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은 “정부는 제도 도입의 이해당사자이자 가장 피해가 예상되는 45만 보험설계사의 입장을 청취하지 않았고, 민관합동 논의 과정에서 우리(보험설계사)는 철저히 배제됐다”며 “섣부른 규제완화로 대규모 소득 감소와 실직 등의 대참사가 예상됨에도 45만 보험영업인에게 의견을 묻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9월 온라인 플랫폼의 중개 행위를 중단시켜 놓고 이제 와서 부활시키는 것 자체가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온라인 플랫폼에는 보험상품의 비교·추천과 사업자 연결이 허용된다. [자료=금융위원회]
 
반면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기업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손해보험·토스인슈어런스가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가 설립한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당국의 허용 방침에 따라 보험 중개를 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카카오페이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이 ‘중개 행위’로 판단하고 ‘금융소비자법’에 따른 인허가를 받으라고 통보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올 10월부터 본격 영업에 나설 예정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번 허용 방침으로 보험 중개업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장·핀테크 CEO 간담회 뒤 기자들에게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스의 경우 이미 보험을 비교·추천 중이다. ‘토스인슈어런스로 이동 중’이라는 안내 문구와 페이지 이동으로 토스를 판매자나 중개자로 오인하지 않고 ‘광고’로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업계는 대형과 중소형 보험사의 입장이 엇갈린다. 한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상위 몇 개 보험사에 집중된 시장 점유율을 중소형사가 만회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이름값 위주로 보험사나 보험상품을 선택하는 일부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비교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형 보험사의 경우 별도로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으나 내심 결제·송금 등과 마찬가지로 ‘빅테크 종속’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수원 손해사정사는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 중개 진출로 전체 보험설계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을 관둘 수도 있다”며 “(많으면) 70~80%가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상품 취급은) 설계사뿐만 아니라 생명·손해보험업계, 보험대리점업계, 핀테크업계 모두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이라서 ‘금융소비자의 편익 증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플랫폼은 빅데이터 분석기술 등을 활용해 비교·추천만 할 수 있으며, 기존 모집채널은 설계사의 전문적인 설명 등을 통한 상품 판매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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