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일자리 창출이 오히려 고용의 질을 악화시키고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전문가들의 매서운 지적이 나왔다. 최근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경기가 위축되고 있음에도 올해 2분기 기준 15~64세 고용률이 68.9% 증가하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역설적인 상황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한국노동경제학회 소속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성장 없는 고용 관련 전문가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문가 10명 중 8명(81.6%)은 ‘성장 없는 고용’이 우려해야 할 현상이라고 응답했다고 12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은 고용 증가가 고용의 질 악화,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고용 없는 성장은 6개월 이상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섞인 지적도 잇따랐다. 전문가 10명 중 6명(63.1%)은 현재와 같이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고용률이 높게 유지되는 현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이어 23.7%의 전문가들은 3~6개월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한 반면 3개월 이내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관측한 전문가는 7.9%에 불과했다.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응답도 5.3%에 달했다.
이처럼 성장 없는 고용이 지속될 경우 공공·노인 일자리만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이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성장 없는 고용이 지속될 경우 예상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문가 73%는 공공·노인·단기 일자리 증가 등 고용의 질 악화가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또한 정규직, 노조에 편중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될 거라고 응답한 비중도 75.7%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전경련은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일자리가 지속 창출된다는 것은 저임금·저숙련 일자리가 확대된다는 의미로, 대기업·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와 중소기업·비정규직 등 열악한 일자리 간의 양극화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인력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전문가 70.3%는 성장 없는 고용 증가로 생산가능인구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흐름 속 인력난 심화 등을 예상했다. 실제로 기업들이 채용하지 못한 미충원 인원은 상반기 기준 지난해 10만2000명에서 올해 17만4000명으로 증가해 1년 새 70.6% 증가했다.
이에 전경련은 “가뜩이나 뿌리산업, 조선업, 정보통신업 등 일부 업종에서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는데, 불균형한 인력 수급이 지속되면 저성장에 오히려 불을 지피는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성장 없는 고용의 원인으로 전문가 28.6%는 ‘비대면·플랫폼 일자리 등 새로운 일자리의 증가’와 ‘재정 투입 공공·노인·단기 일자리 증가’를 지목했다. 최근 경기침에 영향이 일자리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전문가도 18.6%로 나타났다. 이밖에 외국인 근로자 입국 감소(10%), 생산가능인구 감소 및 일자리 미스매치(8.6%) 등이 원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제 활력을 제고하면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선 ‘신산업 분야 육성 지원’(29.6%)과 ‘노동·산업 분야 규제 완화’(28.2%)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게다가 근로시간 유연화 및 임금체계 개편 등을 통한 생산성 개선(26.8%)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기타 의견으로는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교육제도 개편 및 중소기업 취업 매칭 프로그램 지원 등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 ‘협력적 노사관계 유도’ 등이 있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궁극적으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고용의 질 악화, 노동시장 양극화 등 부작용을 야기할 뿐 아니라 지속가능성에도 한계가 있다”며 “신산업 육성은 물론 노동·산업 분야의 규제 개혁으로 기업 투자를 이끌어 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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