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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타버스가 인기를 끌면서 TV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이를 이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버추얼 캐릭터를 활용한 프로그램이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데다 앞으로의 성공 가능성에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버추얼 캐릭터를 활용한 TV프로그램이 부진한 이유로 타깃 설정 부재와 부족한 기술력, 이해도 등이 지목되고 있다. 이에 메타버스와 버추얼이라는 간판 외에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성과는 글쎄… 메타버스 준비 안 된 시청자
메타버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VR 기술을 이용한 방송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모양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버추얼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소녀 리버스’를 11월28일 공개한다고 밝혔다. ‘소녀 리버스’에는 30명의 가상현실(VR) 캐릭터가 등장하며 현직 걸그룹 멤버 30명이 VR 캐릭터를 연기할 예정이다.
TV조선은 메타버스 음악 프로그램 ‘아바드림’을 방영한다. TV조선의 프로그램 설명에 따르면 아바드림에서 출연자는 자신의 소원이 반영된 아바타를 통해 원하는 무대와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본인의 세계관을 구축한다. 프로그램 패널인 ‘드림캐쳐’는 아바타들의 무대를 보고 정체를 추리한다.
그러나 ‘메타버스 예능’으로 불리는 방송 프로그램들은 아직까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MBN은 국내 최초 메타버스 뮤직 서바이벌 ‘아바타 싱어’를 런칭했다. 버추얼 아바타가 무대 위에서 공연하면 실제 가수가 노래하고 패널들은 가수의 정체를 알아맞히는 형식이다. 이미 성공을 거둔 ‘복면가왕’에 VR 아바타를 결합한 셈이다. 실제 가수의 공연을 VR 아바타로 구현하기 위해 MBN은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다. ‘아바타 싱어’ 제작비는 회당 10억 원, 총 150억 원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바타 싱어’는 1회 1.4%의 시청률을 기록한 후 2회부터는 0%대 시청률로 추락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아바타 싱어의 흥행 실패 요인으로는 시청자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VR 아바타의 퀄리티가 지목된다. 방송 화면에 VR 아바타가 등장하는 것은 신선한 광경이지만 ‘메타버스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거창한 표어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함께 방송 시청자들이 아직 메타버스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언급이 많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메타버스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 지에 대해서는 꾸준히 의문이 제기돼왔다.
리서치 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8월 발표한 ‘2022 상반기 이동통신 기획조사 리포트’에 따르면 ‘메타버스를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들어는 봤으나 잘 모른다’가 63%로 가장 많았고, ‘처음 듣는다’는 응답도 18%로 나타났다. 또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실제로 이용해 본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10%에 그쳐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 중에서도 이용 경험이 있는 것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최창영 신한대 인공지능언어기반 인문학연구소장은 “젊은 세대도 메타버스 영상이나 콘텐츠를 보여 줘도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금방 관심이 식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익숙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메타버스 콘텐츠를 내놓을 경우 거부 반응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이어 “현재 VR이나 AR 기술도 과도기에 있는 만큼 기술이 더 발달한 이후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충분한 이해도 없이 메타버스 예능을 표방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메타버스란 무엇인가’를 집필한 류철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메타버스와 방송 매체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메타버스를 이용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면 그런 간극을 좁히려고 시도해야 한다”며 “그런 고민 없이 메타버스라는 간판만 사용한다면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버추얼 성공 사례는 인터넷 방송·확실한 타깃 있어야
가상현실 그래픽을 사용한 콘텐츠의 예시로는 1998년 데뷔한 사이버 가수 ‘아담’이 있다. 1집 타이틀 곡 ‘세상엔 없는 사랑’으로 데뷔한 아담은 당시 음반 20만장을 판매하며 나름의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아담의 인기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고 1999년 2집 발매 이후 더 이상의 앨범을 내지 않았다.
버추얼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의 성공사례를 찾아보면 2016년 ‘키즈나 아이’를 시작으로 일본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버추얼 유튜버가 있다. 인터넷 방송인이 본인의 얼굴 대신 버추얼 캐릭터를 이용해 방송을 진행하는 형식이다. 키즈나아이는 현재 308만명의 유튜브 팔로워 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키즈나아이의 성공을 기점으로 버추얼 유튜버가 계속해서 증가해 1만6000명의 버추얼 유튜버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추얼 유튜버의 특징 중 하나는 자유로운 설정을 통한 RP(Role Play)다. 버추얼 유튜버는 실제 방송을 하는 사람과 분리된 독립적인 인격체로 취급하기 때문에 토끼 수인, 고대신을 모시는 여사제, 판타지 세계의 기사단장 등 현실에 없는 설정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버추얼 유튜버의 경우 애니메이션 시청 경험이 많은 이른바 ‘오타쿠’ 문화에 익숙한 시청자가 많으며 게임 방송을 통해 게이머도 유입됐다. 버추얼 유튜버의 소비층이 가상 매체에 익숙하기 때문에 버추얼 아바타도 쉽게 받아들이며 앞서 언급한 RP에도 거부감이 덜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사례를 찾아보면 인터넷 스트리머 ‘우왁굳’이 제작한 버추얼 스트리머 ‘이세계아이돌’이 있다. 이세계아이돌은 지난해 발매한 데뷔 싱글 ‘리와인드’가 벅스, 가온 등 오프라인 음원차트에서 1위를 하고 멜론 차트에서는 36위를 기록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리와인드’의 유튜브 뮤직비디오 영상이 조회수 1000만 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다만 이세계아이돌의 경우 아이돌을 표방하며 실제로 음원을 발매하기도 하지만 인터넷 방송을 위주로 활동하는 스트리머에 가깝다. 또한 이세계아이돌을 제작한 ‘우왁굳’이 오랫동안 방송을 진행하면서 충성도가 높은 팬덤을 쌓아 왔으며 ‘이세계아이돌’의 흥행에도 이 팬덤의 힘이 컸다.
또한 이세계아이돌의 경우 흔히 버추얼 아이돌이 사용하는 비현실적인 설정이나 RP를 하지 않으며 한국 인터넷 방송인의 색채가 더 강한 편이다. 이는 다른 버추얼 유튜버와 시청자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로 분석된다.
버추얼 아바타 콘텐츠의 성공 사례를 분석해보면 주로 인터넷 방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콘텐츠의 타깃 설정이 잘 돼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TV 프로그램의 경우 인터넷 방송과는 포맷이 다르며 명확한 타깃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버추얼 아바타를 이용한 메타버스 방송 프로그램의 흥행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TV 방송 포맷에 맞으면서도 시청자들을 끌어들일만한 신선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즘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방송이 TV 방송을 넘어서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 이것도 비슷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며 “TV 방송과 인터넷 방송이 다른데 요즘 인기 있다고 해서 일단 가져오는 식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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