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참사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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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참사의 기억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01 09:50:39

지난달 29일 밤 필자도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만 19세인 대학 1학년 막내아들이 밤늦게까지 집에 안 들어와서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에 친구들과 있겠다고 얘기는 했지만 미덥지 않았다. 혹시 용산구 이태원에 간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 서너 번은 다시 확인 전화를 했다. 자식 가진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참사(慘事)는 ‘비참하고 끔찍한 일’을 일컫지만 주로 대규모 인명 피해 때 사용하는 단어다. ‘慘’은 참혹할 참이다. 1579년(선조9년) 유희춘이 편찬한 한자 입문서 ‘신증유합(新增類合)’엔 ‘셜울 참’으로 나온다. ‘셜다’는 오늘날 국어로 보면 ‘서럽다’ ‘설움’의 뜻을 가진다. 왕조 시절 임금이나 부모가 돌아가실 때 표현한 천붕(天崩·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과 슬픔의 정도가 맞닿는다.

우리나라에서 천붕의 참사로 기록된 첫 사건은 1959년 7월 부산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시민 위안잔치에 참석한 관중 3만여 명이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출입구로 몰리면서 67명이 압사한 불행이다. 이듬해 연초엔 서울역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설 명절을 이틀 앞두고 수많은 귀성객이 계단에서 한꺼번에 넘어지면서 31명이 숨지고 4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서울역 압사 사건 이후 넓은 계단엔 중간 분리대(난간)가 생겨났고 좌우측 통행 원칙도 등장했다.

1992년엔 미국 5인조 인기 팝그룹 뉴 키즈 온 더 블록 내한 공연이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도 관객이 무대 앞으로 몰리면서 1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치는 압사 사건이 발생했다. 4년 뒤엔 대구 달서구에서 라디오 공개방송에 참석하려던 청소년들이 인파에 휩쓸리면서 2명이 숨졌다. 2005년 경북 상주에선 MBC 가요콘서트를 보려던 5000여 명의 관객이 서로 먼저 입장하려다 넘어져 11명이 숨지고 161명이 다쳤다.

하나하나가 끔찍한 사고다. 지금은 희생자와 부상자 숫자만 전하지만 당시엔 얼마나 많은 슬픔과 사연이 숨어 있을지를 생각하면 여전히 먹먹하다. 1426명(1990년)·2144명(2015년·당국은 717명 주장)이 희생됐다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성지순례객 압사 사고는 외신에서만 접하는 통계였으나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건이 터졌다. 최근 인도네시아 축구장에서 발생한 132명의 압사 사고에서 우린 뭘 느꼈는지 안타깝다. 타산지석을 못한 탓이다. 조정진 주필

조정진 기자 jjj@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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