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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볼 때마다 미국 드라마 ‘형사 콜롬보’가 생각난다. 흑백TV 시절 대단한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다. 형사나 탐정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많았지만 ‘형사 콜롬보’가 색다르게 느껴졌던 것은 범인을 처음부터 공개한다는 점이다. 시청자는 시작 부분부터 범인이 누구인지를 안다. 사건을 수사하는 콜롬보 형사가 범인을 꼼짝 못하게 몰아붙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드라마의 매력이었다. 범인이 그럴듯한 변명과 알리바이를 우겨대도 콜롬보 형사는 머리를 긁적이며 ‘아 그런데 말입니다’라고 역공하며 범인의 빈틈을 파고든다.
이재명 대표의 혐의는 차고 넘친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뻔히 보이는 해답 같은데도 본인은 씻은 듯이 부인한다. 그 와중에도 생색나는 일은 자기가 한 것이라고 했다가 상황이 불리하면 안면을 바꾸고, 했던 말도 ‘난 그런 적 없다’거나 ‘그런 뜻이 아니다’라며 얼버무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콜롬보 형사 역할을 하는 검찰은 한 발 한 발 주변을 조인다. 그런 검찰을 향해 이 대표 감싸기에 급급한 야당 측은 탄압을 하기 위한 기획사정이라느니, 아무 증거도 없이 몇몇 사람의 진술만으로 범인 취급을 하니 정적 죽이기가 아니면 뭐냐고 큰소리친다. 계좌 수색을 하는 검찰에게 ‘선무당 굿하듯 알맹이도 없이 소리만 요란하다’고 비웃기까지 한다.
하지만 수사의 정점에 있는 법무장관은 담담하다. 수사는 지난 정부 때 시작된 것이며,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 두거나 엉성하게 마무리 지으려 했던 일이 아니냐며 절차에 따라 정상적인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라고 한두 마디만 할 뿐이다. 정권 차원에서 진행하지도 않으며 검찰이 마음대로 수사하는 것도 아니며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이재명에 대한 수사의 성패 여부는 이재명 개인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문제일뿐 아니라, 현재 정권에서도 정의가 실현되느냐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서로가 물러설 수 없고 정치적 흥정을 할 수도 없다.
결국은 둘 중의 하나가 손을 들어야 끝이 나는 것이지만 형사 콜롬보와 범인의 두뇌싸움을 보듯 결말은 정해져 있되 과정을 지켜볼 일이다. 지난 정권에서 덮으려 했거나 별일 아닌 것처럼 축소했던 일들이 검찰에 의해 비로소 제대로 조명되고 있다.
영화의 역사는 늘상 영웅과 악당의 대결이다. 정의를 지키는 영웅과 그 영웅을 괴롭히는 악당이 시대마다 등장한다. 전통적으로 보안관이나 기병대·경찰·군인은 공동체를 지키는 자유와 평화의 수호자이고 인디언·무법자·독일군 등은 악의 세력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이나 뱀파이어·드라큐라는 고전적인 악당이고 ‘양들의 침묵’에 등장하는 렉터 박사, ‘배트맨’에 등장하는 조커는 현대적인 악당 캐릭터다. 예전보다 훨씬 다면적이고 냉혹하다. ‘터미네이터’처럼 악당이었다가 지구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다. 영웅과 악당의 차이는 법을 지키느냐 마느냐로 가늠된다. 공동체를 위하고 법을 준수하는 것이 정의고 선이다.
이재명은 어떤 영화에도 등장한 적이 없던 실존하는 캐릭터다. 변호사를 거쳐 정치인이 된 인물이다.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까지 했으니 이력은 특출하다. 그런데도 성장 과정이나 부모가 어떤 일을 하던 사람이었는지 등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도 있겠지만 누구도 안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다. 사회로부터 격리된 유배생활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몇 가지 설왕설래가 있을 뿐이다.
그가 세인의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경기도 성남시장이 되면서부터다. 공인으로서 그는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엽기적 존재였다. 욕쟁이이자 거짓말쟁이이며 측근을 몸종 부리듯 했고, 공적인 권한과 돈을 사사로운 업무에 썼다. 시장이나 도지사에게 부여된 권한을 자신의 정치적 야심에 동원했다. 공직에 위임된 권한을 공동체를 개선하는 데 사용하지 않고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마음대로 써도 좋은 전유물인 것처럼 사용했다. 자신을 따르는 가신에게는 온갖 불법을 저질러도 관대했고 경쟁 상대나 방해하는 세력에게는 잔혹했다. ‘권력은 잔인하게 써야한다’던 그의 말대로 철저하게 사유화했다. 그의 언행 중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욕설 파문이다.
그가 형수에게 한 욕은 시정잡배조차도 도저히 하기 힘든 극단적 막말이었다. 사람이 화를 낼 수는 있지만 차마 넘어서는 안 되는 한계가 있는데 그는 거침없이 저주의 폭언을 쏟아부었다. 모진 환경에서 혼자 자란 사람이 보여 주는 피해 의식과 적개심·잔혹함·무자비한 공격성이 뒤섞인 행동이었다. 어쩌다 터진 돌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심성에 내재되어 있던 열등감이 폭발한 것은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 이재명의 언행은 욕설에서 묻어나는 그의 심성과 연결된다. 공익적 책임이나 언행의 자제가 전혀 없다. 대선에서 낙선하고도 주식 투자에 나선 것도 보통사람의 심성으로서는 생각도 못 할 일이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해치웠다. 변명하는 이재명과 숨통을 조여드는 검찰. 창과 방패의 싸움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까. 형사 콜롬보 드라마를 볼 때의 긴장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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