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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진 높은 물가 탓에 내달 새 학기 개강을 앞둔 대학생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외식은커녕 저렴하던 교내 학생 식당(학식)의 가격마저 크게 올라 한 끼 식사를 고민하게 해야할 정도다. 원거리 거주를 대신하기 위한 자취 생활도 집세와 공공요금 등이 크게 올라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나마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하반기로 미뤄졌지만, 인상 자체가 무산된 것이 아니라서 ‘조삼모사’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저렴한 한 끼’ 무색해진 학식… 대학가 식당 물가 급등에 “먹을 게 없다”
“대체 2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군 제대 후 복학했을 땐 학식의 메뉴·가격·업체 등 모든 것이 바뀌어 있어 내가 알던 학식이 아니었다.”
지난해 군 제대한 대학생 채규현(가명·24) 씨는 복학하고 보니 학식의 변화가 가장 체감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종전 4000원대에 저렴하게 제공되던 학식이 2년 만에 6000원대로 올랐고, 업체와 메뉴 등이 바뀌어 더 이상 대학생의 저렴한 한 끼 식사가 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채씨는 “이제는 믿을만한 저렴한 식사라곤 밥버거·편의점 도시락 등 말고는 저렴하게 점심을 때우길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며 “이제 곧 개강인데 신입생이나 후배들은 물가가 너무 올라 더욱 팍팍한 대학 생활을 하게 생겼다”고 안타까움을 토해냈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7.7% 올라,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5.2%)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그간 8%대를 웃돌다 소폭 하락했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아서 지갑이 얇은 대학생에게 한 끼 식사마저 부담이 되는 실정이다.
그나마 채씨의 학교는 그래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서울시 내 일부 대학에서는 많게는 7000~8000원대 가격의 학식도 허다하다. 고물가에 전국 대부분 대학교의 학식 가격이 1000원가량 인상된 것이다.
외식물가 인상에 따라 대학가 식당가의 인심은 더욱 각박해졌다. 저렴한 가격에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하던 국밥은 8000~9000원대, 돈가스는 1만 원을 넘는 곳도 많다. 하루 두 끼 식사 이후 커피라도 한 잔 마시는 날엔 하루 식비가 2만 원이 훌쩍 넘는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알바천국이 대학생 13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9명(90%)은 최근 1년 사이 물가 인상을 체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물가 인상을 체감하는 대학생들은 가장 크게 체감하는 요인으로 외식·배달음식·식재료 등 ‘식비’를 꼽은 비율이 91.1%(복수응답)에 달해 대부분을 차지했다.
“월세도 최소 5만 원 올라”… 공공요금 폭탄에 대학생들 자취 어렵다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나 그 반대의 경우 통학 거리를 감안했을 때 시간·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자취를 선택한다. 하지만 요즘 고물가 시대에 자취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 등에 따르면 기준 전용면적 33㎡ 이하이면서 보증금 1000만원 이하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의 평균 월세는 이화여대 인근이 69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51만7000원) 대비 34% 상승했다.
중앙대, 성균관대 등 서울시 내 주요 대학가는 물론 성신여대, 한성대 등 비교적 월세가 저렴한 성북구 일대에서도 월세 인상 여파를 피하진 못했다.
성신여대입구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층이 아닌 어느 정도 옵션을 갖춘 원룸 같은 경우는 예전에는 월 30만 원대면 구할 수 있었는데 최근엔 못해도 5만 원은 오른 것이 기본”이라며 “코로나도 끝났고 새 학기라 학생들이 많이 몰려서 현재 싼 월세는 진즉 다 나갔고, 대부분 40~50만원 대 원룸만 일부 매물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월세 상승과 더불어 지난해 12월과 1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자취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통계청 등에 따르면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은 지난달 28.3%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전기요금은 29.5%나 뛴 가운데 도시가스와 지역 난방비는 1년 전보다 각각 36.2%, 34% 올라 월세를 포함해 공공요금을 내야 하는 자취생들이 물가 인상 직격타를 맞았다.
교통비 인상 미뤄졌지만… 2학기부턴 통학도 버거워질 듯
공공요금 등 관리비를 포함해 식비 등 온갖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자취를 포기하고 시간을 들여서라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통학을 선택하자니 교통비도 인상을 목전에 두고 있어 대학생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앞서 서울시는 시내버스와 지하철 기본요금을 최대 400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현재 서울 대중교통 일반 요금은 카드 기준 시내버스 1200원·지하철 1250원 수준이지만 최대 버스 1600원·지하철 165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6일 서울시의회에 의견 청취안을 올린 데 이어 10일 공청회를 여는 등 절차를 밟는 중이었다. 3월엔 물가대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4월 말 인상된 대중교통 요금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도로·철도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에는 동결 기조로 운영하겠다”며 “지방정부도 민생 안정의 한 축으로서 지방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밝히면서 서울시는 인상 시기를 조정했다.
다만 서울시는 물가와 인건비는 계속 상승하고 승객이 줄어들면서 적자액의 커진 데다 무임승차 등에 따른 손실을 정부에서 지원해 주지 않아 동결된 요금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올해 하반기부터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실시한 교통비 인상 관련 대학생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717명의 대학생 중 인상이 결정된 서울의 교통비에 대해 94%(676명)의 학생들이 비싸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에 전대넷 측은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월세·생활비·등록금에 이어 불가피하게 이용할 수밖에 없는 대중교통 운임까지 인상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며 “서울시는 시대를 역행하는 교통비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대학생 교통비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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