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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과 금리마저 크게 오르면서 경제 전반에 충격파가 작지 않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고통은 물론 대기업마저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을 정도다. 무엇보다 수출 둔화의 그림자가 짙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43%에 이를 정도로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한데 올해 들어 1~4월 누적 무역적자액만 252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한 해(447억9000만 달러) 무역적자액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수출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내수 엔진 역시 비상등이 켜졌다. 고물가와 고금리 등 내수를 둘러싼 환경이 딱히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이 큰 악재다. 가파른 고유가 상황이 다소간 진정됐다고 하나 여전히 가격이 높은 수준이고, 개인 서비스 등 근원적인 물가 오름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출과 내수 위축 등 복합위기 국면에서 기업들은 ‘비상 경영’에 나서고 있다.
영세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대출 수요를 줄이고 있는데 비해 대기업 대출만큼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 대상 영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은 최악의 경제 여건에서 현금 확보와 함께 경기 호전 시 투자금을 미리 만들어 놓자는 복안이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4월 말 기준 대기업대출 잔액은 114조6700억 원으로 전년 동기(87조6300억 원)와 비교해 30.9%(27조400억 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은 5.7%(33조 원) 증가에 그쳤고, 가계대출은 3.5%(24조9200억 원)가량 줄어든 게 잘 보여주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실물경기 둔화·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 악화 우려 등으로 대출수요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의 대출수요지수는 감소하고 있다. 대출 규모가 가장 큰 중소기업의 경우 연체율 증가 등 부실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급격히 불어나는 대기업 대출에 대한 건전성 우려도 제기된다. 무역수지 적자 등 경기 악화 신호가 이어지며 주요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급감해 자칫 ‘은행 부실’마저 있어 적절한 기준과 대비책이 요청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경제 여건은 여전히 취약한 기반에 놓여 있다. 하방 리스크가 상방 리스크보다 우세하다는 평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신흥국 식량안보 약화·공급망 위기 등도 성장과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각국 통화 긴축의 속도와 기간,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및 기업 부담 가중·금융회사 불안·가파른 주택가격 하락 등도 위험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한국의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의 190%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며 중소기업의 절반은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라고 경고한바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은행 대출자에 대한 지연배상금 부과가 670만 건에 달해 가계 부채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연배상금이란 차주가 매월 납부해야 할 이자를 내지 못해 연체할 경우 연체 상황에 따라 은행이 부과하는 배상금이다.
정부는 퍼펙트 스톰으로 불리는 최악의 경제 상황을 가정해 단계별 대안 마련을 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규제 혁파와 첨단 기술 확보, 산·학·연 협력체계 구축 등에 힘써 성장 동력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기업·가계의 경제주체에 생기가 돌고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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