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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충남대 박사과정 논문을 심사할 때의 일이다. 계룡산에 관한 논문이었는데 참신하고 독창적이어서 박사학위 논문으로 손색이 없었다. 그런데 논문 심사를 하면서 ‘신도안’에 대한 논제에서 앞이 콱 막혔다. 신도안(新都案)·신도안(新都內) 등의 명칭이 문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권의 책을 읽어 보았으나 적당한 답이 없었다. 그러던 중 계룡시 두마면에 관한 전설과 마을의 명칭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다. 두마면은 한자로 ‘豆磨面’이라고 쓴다. 한자어를 보면 전혀 알 수 없지만 그 의미는 팥(豆)+갈이(거리·磨)다. 우리말로 하면 ‘밖거리’라는 말이다. 이를 통해 신도안의 의미를 바로 유추할 수 있었다.
신도의 안쪽이 있고 바깥쪽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신도의 안쪽을 신도안(內)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러니 신도밖을 ‘두마면’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이론을 제기할 것이 없게 된다. 다만 ‘豆磨’라는 단어에서 ‘밖거리’를 유추하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우리말을 한자로 옮길 때는 제발 의미를 잘 살려서 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걱정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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