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강한 태풍… 한반도 할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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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전 통영 상륙… 내륙 관통

느리지만 강한 태풍… 한반도 할퀸다

강풍 반경 320km… 물폭탄 ‘비상’
오늘부터 전국이 태풍 영향권
정체 길어 ‘제2 루사’ 피해 우려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8-09 00:05:01

▲ 8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관계자들이 제6호 태풍 카눈의 예상 진로를 살펴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10일 오전 경상남도 통영 서쪽 약 30km 부근 해상에 이른 뒤 한반도를 관통하고 96시간 이내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강한 위력의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오전부터 강한 세력을 유지하며 남해안에 상륙한 뒤 11일 새벽까지 한반도 내륙을 깊숙이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반도는 9일부터 태풍의 영향권에 들게 된다.

기상청은 8일 오전 브리핑에서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카눈이 10일 오전 9시 경남 통영 서쪽 30㎞ 부근 해상까지 북상한 뒤 상륙해 북서진을 거듭하면서 12시간 뒤인 11일 오전 9시 북한 평양 북동쪽 70㎞ 지점에 이르겠다”고 밝혔다.

카눈의 강풍 반경(태풍에 의해 초속 15m의 강한 바람이 부는 범위)은 320㎞로 예측된다. 한반도 동서 평균 폭이 약 300㎞인 점에 비춰 전국이 영향권이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상륙 시 카눈의 강도를 ‘강’ 수준으로 예상했다. 태풍의 강도가 ‘강’이면 중심 최대풍속이 33㎧ 이상, 44㎧ 미만으로 기차를 탈선시킬 수 있는 위력이다.

현재 카눈의 중심기압은 970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은 초속 35m(시속 126㎞)다. 사람이 걷기 힘든 정도의 매우 강한 바람과 ‘물폭탄’ 수준의 비가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경상권 해안은 9~11일 사이 예상 최대 순간풍속 40㎧ 내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 수준의 바람에선 사람이 무언가를 붙잡지 않으면 실외에서 서 있을 수 없다. 차량도 통상적인 속도로 운행하기 힘들다. 9~10일 강원 영동 지방 일부에는 500㎜ 이상, 경상 동해안과 경상 서부 내륙 지역엔 300㎜ 이상의 많은 비가 예상된다.

다만 태풍이 이 기세대로 한반도를 관통할지 아직까진 예측하기 어렵다. 태풍 강도에는 강화 요인과 약화 요인이 공존하고 있다.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일본 규슈 지방의 높은 지형에 막히면서 태풍의 세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태풍 규모가 좌우로 한반도를 뒤덮을 정도로 큰 데다 남해안 수온이 평년보다 1~2도 높은 29도에 육박하는 수준이라 따뜻한 해수면 온도에 의해 세력을 다시 발달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카눈의 경로나 세기 변동성과는 별개로 전국이 영향권에 들어 많은 비와 강풍까지 예상돼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는 7일 오후 6시를 기해 태풍 대응을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단계를 가동하고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 8일 태풍 카눈의 북상과 함께 높은 파도가 이는 강원 강릉시 강문해수욕장. 연합뉴스

한편 태풍 카눈은 한반도를 천천히 훑고 지나갈 것으로 관측돼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이 빠르게 움직이려면 이동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으로 바람이 약한 상태다. 자기 동력으로만 이동하기 때문에 남해안에 진입할 때 카눈의 이동 속도는 시속 15∼20km로 예상된다. 이는 보통 다른 태풍의 절반 수준이다.

태풍 이동 속도가 느리면 정체 시간이 길어져 피해가 커진다. 앞서 2002년 8월 태풍 ‘루사’는 시속 15km로 한반도를 통과하며 인명 피해 246명, 재산 피해 5조1429억 원 등 최악의 피해를 남겼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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