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한국 디지털금융 웹3.0 시대에도 뒤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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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3.0 환경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 이미 시작
한국은 규제부터 강조하는 법안 먼저 통과시켜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11 06:31:30

근년 들어 암호화폐 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대체불가능토큰(NFT)·메타버스 열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금년 들어서는 웹3.0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특히 7월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블록체인 콘퍼런스 ‘웹X 2023’에서 기시다 총리는 영상 축사로 정부 차원에서 웹3.0 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웹X는 전 세계 50여개국 15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웹3.0 콘퍼런스로 7월25일과 26일 양일간 열려 최대 1만50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되었다. 일본 블록체인 업체 더블점프도쿄·오아시스·아스타뿐만 아니라 리플·폴리곤·유가랩스·애니모카 브랜드·칠리즈 등 글로벌 블록체인 업체들도 웹X 부스와 강연에 참여했다.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와 카카오의 클레이튼, 라인의 라인 넥스트도 웹X 강연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일본은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일본은 앞서 2022년 6월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체계를 마련했다. 이로써 일본의 은행·신탁 회사·자금 이체 사업자 등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몇몇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으로 여겨졌던 미실현 토큰이익 법인세 징수도 완화하면서 일본 블록체인 업계는 활기를 띄고 있다.

웹3.0이란 블록체인 기반의 차세대 인터넷으로 탈중앙화·개인화·지능화된 맞춤형 웹이다. 자유롭게 개인 데이터 소유·관리·교류·거래가 가능하게 되는 인터넷을 의미한다. 암호화폐·대체불가능토큰(NFT)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관리·거래하는 트렌드, 즉 Web 3.0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일본에서는 웹3.0을 국가 성장 전략의 중심으로 삼고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해 각 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웹3.0 관련 담당 부서와 업무를 일체적으로 총괄하여 경제산업성에 ‘웹3.0 정책추진실’을 발족(7.15)했다. 그동안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며 디지털·온라인 부문에서 뒤처졌지만 웹3.0 시대에는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집권 자민당은 ‘웹3.0 시대를 맞은 일본의 대체불가토큰(NFT) 전략 백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일본은 게임·애니메이션 같은 고품질의 지식재산권(IP)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 NFT와 웹3.0에서 세계를 선도할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웹3.0 환경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각국은 웹3.0 시대를 맞아 자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블록체인·가상자산·메타버스 등 관련 기술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은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경제 패러다임을 내세우며 인재 양성·과학기술·스타트업·디지털전환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타트업과 디지털 전환의 한 축으로 웹3.0을 부각시키고 웹3.0을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경제 정책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삼아 폭넓게 지원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일본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는 7월25일 열린 일본 블록체인 콘퍼런스 ‘웹X’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사쿠라 익스체인지를 통한 바이낸스의 일본 서비스 소식을 알렸다. 국내 게임사 넷마블의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 ‘마브렉스’는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화이트리스트(일본 금융청이 일본 암호화폐거래소 상장을 허가한 리스트)를 획득해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인 자이프(Zaif)에 10월 중 MBX 코인을 상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도 일본 화이트리스트 획득을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고 블록체인 게임을 서비스 할 수 없는 한국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디지털자산기본법’도 제정되지 못한 가운데 6월30일 ‘가상자산 이용자 등에 관한 법률안(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년 뒤인 2024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암호자산·가상자산 또는 디지털자산의 기본 개념과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을 규율하는 법안은 뒤로 제쳐 두고 규제부터 강조하는 법안을 먼저 통과시킨 것이다. 세계적인 조류와는 반대로 가고 있어 디지털금융이나 웹3.0에서도 뒤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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