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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즐겨 보는 책 중에 ‘계림유사’(고려 숙종 8년(1103년), 송나라 서장관으로 사신을 수행해 고려에 온 손목(孫穆)이 당시 고려의 조제(朝制)·토풍(土風)·구선(口宣)·각석(刻石) 등과 함께 고려어 약 360어휘를 채록하여 3권으로 분류·편찬한 책)가 있다. 어휘 공부하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늘 이 책을 찾아서 고어로 어떻게 쓰였는가를 살핀다. 우리말을 한자어로 표기한 것이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유추하면 이해하기 쉬운 것들이 많다.
‘아기’라는 말을 ‘계림유사’에서 찾아보면 ‘료가(了加)’로 나와 있고, ‘아들’을 찾아보면 ‘료달(了達)’로 나와 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필자가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필사자의 오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즉 송나라 사람인 손목이 붓으로 쓸 때 ‘아달(丫達)’이라고 표기했는데 필사한 사람이 ‘丫(가닥 아)’ 자를 ‘了(마칠 료·밝을 료)’로 잘못 알고 표기한 것이다.
똑같은 이유로 해서 ‘아가(丫加)’를 표기할 때 ‘丫’를 흘려쓰기 한 것을 잘못 이해하여 ‘了’ 자인 줄 알고 그리 쓴 것이 그대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우리말 고어에 대한 자료가 별로 없는데, 이마저도 오자(誤字)가 있으니 후학으로서 통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세종대왕께서 조금 더 일찍 태어나셨더라면 하는 생각이 가슴을 저민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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