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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로 가라앉던 국제유가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번질 경우 배럴당 100달러 돌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식시장도 불안하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불러와 투자심리를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상승 및 달러 강세에 주목하며 국내 증시가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일 기준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6.38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4.34% 올랐다. 9월 말 90달러를 넘어섰다가 이달 둘어 80달러대로 내려왔지만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하락폭은 4월3일(6.28%)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12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전 거래일보다 4.22% 오른 배럴당 88.15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50년 만에 ‘신(新) 중동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로 풀이된다.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로켓포 등으로 기습 공격했고 이스라엘은 전쟁을 선포하면서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 지구에 150회 이상 포격을 퍼부었다. 하마스의 선제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에 따른 사망자는 각각 700여명·400여명으로 추정된다.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가 아니어서 양국 충돌만으로 원유 가격이 오르내리지 않겠지만 미국과 이란 대리전 또는 중동 지역으로 확전할 경우에는 다르다. 이란 등이 원유 수송에 차질을 빚어 국제유가가 변동할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긴축은 원·달러 환율을 높여 자금 이탈을 촉진하고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낮춰 증시 약세를 불러온다. 특히 한국은 신흥국에 속하므로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라 미국·일본 등 주요국 증시보다 하락폭이 더 클 수 있다.
증권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충돌이 중동 지역 전반으로 확전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대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마스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보도가 나오는데 (사실이라면) 서방의 대(對)이란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전쟁이 중동 지역 전반으로 확대한다면 원유 수송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290만 배럴이고 수출량은 하루 120만 배럴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송량은 최대 2000만 배럴로 세계 공급의 20%를 차지한다. 미국의 이란 제재 당시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40만 배럴 이하로 감소한 바 있다.
황 연구원은 “일일 원유 생산량이 200만 배럴 감소한다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최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난처한 입장인데 사우디는 이란과 합의로 외교 분쟁을 해결하고 이스라엘과 관계 강화를 통해 안보를 지키는 전략을 취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전쟁으로 미국과 군사동맹 체결·원유 증산·수출 확대 정책으로 선회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국내 증시에 악재로 다가왔다. 10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6% 하락한 2402.58에 마감했다. 한 달 전(9월11일·2556.88)과 비교하면 6% 주저앉았다.
외국인이 하락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10일 코스피시장에서 2032억 원을 순매도하면서 12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도액은 2조5262억 원이다. 코스닥은 이날 795.00으로 마감해 3월16일(781.98) 이후 7개월 만에 700대로 추락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진행 상황에 따라 변하겠지만 양국 간 대규모 교전 지속은 달러와 유가의 하방 경직성을 높이는 요인”라며 “단기적으로 고금리·강달러 지속 우려로 금리 안정화에 의한 안도감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양혜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상승하던 유가가 안정은 찾은 계기는 사우디 증산 가능성과 이란산 원유 제재 완화 등 중동에서의 공급 증가 요인이었는데 이번 분쟁이 확산으로 치달으면 유가도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안전 자산 선호가 나타날 수 있고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바닥 확인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시에 장기간 미치진 않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과거 1~4차 중동전쟁 같이 증시가 장기간 영향 받을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면서도 “이스라엘·사우디의 외교 관계 수립으로 기대됐던 사우디의 원유 증산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 미국이 기대했던 인플레이션 둔화가 지연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이는 주식 등 위험자산 시장 전반에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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