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예산 전액 삭감한 민주당의 몽니 ‘정당 맞나’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설

산자위, 尹정부 원전 정상화 예산 1813억 원 감액
文정부 추진한 신재생에너지 예산은 4500억 원 증액
원자재 가격 상승… 한전의 누적 적자는 44조여 원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22 00:02:02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여당과 함께 국정을 이끄는 두 축인 제1야당인지 깊은 회의감이 든다. 제1야당엔 국가 안위와 국민의 삶에 여당 못잖게 중차대한 책임이 주어져 있다. 제1야당에 맡겨진 책무에 충실해야만 ‘정권 창출’이라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민주당이 다수당의 힘만 믿고 독주를 일삼고 있다. 민주당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여당의 불참 속에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 예산 333억 원을 포함해 현 정부 국정 과제인 원전 생태계 정상화 관련 예산 1813억7300만 원을 감액했다. 반면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했던 신재생에너지 보급 관련 예산은 4500억9300만 원을 증액해 처리했다. 신재생 예산을 대폭 늘리고 원전 예산 전액을 싹둑 잘라 버린 것이다.

삭감된 항목 중 가장 큰 부분은 원전 생태계 지원 사업으로, 원전 기자재 업체에 융자를 지원하는 예산 1000억 원과 원전 관련 종사자 재교육 및 취업 지원 예산 112억800만 원이 모두 포함됐다. 특히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i-SMR 기술 연구개발(R&D) 사업비 전액이 삭감된 데 대해 정부와 원전업계의 우려가 크다.

해당 예산은 2021년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올해 처음 시행된 정부 R&D 사업 예산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정부 예산이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일부 대학에 집행될 예정이었다. 정부 예산이 반영되지 않으면 국내 SMR R&D 지원 대부분이 사라지는 셈이다.

글로벌 시류에 역행하는 거야(巨野)의 예산안 독주에 비판 여론이 거세다. 민주당은 유럽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과 전기 요금 상승에 탈(脫) 원전을 미루고, 개발도상국들은 전력난 해결을 위한 원전 기술개발과 원전 건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원전 발전량은 전년보다 0.6% 증가했다. 전력난 탓에 지난해 원전 4기를 재가동한 일본은 전년보다 71% 증가했다. 스웨덴은 지난해 원전 발전량을 4% 늘리면서 원전이 수력을 제치고 전력 생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음을 직시해야 한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무모한 정책이었는지는 이미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는 올 1분기까지 5조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5분기 연속 5조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5조8000억 원·32조6000억 원의 적자를 내 누적적자는 44조여 원에 이른다.

한전의 적자폭이 커지고 있는 것은 고유가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다. 발전단가가 싼 원전 대신 한전의 LNG 사용 비중을 늘려 적자폭이 늘어난 것이다. 전원별 전력 생산단가는 ㎾h당 원전이 48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은 169원·풍력 109원·LNG가 150원 안팎으로 월등히 비싼 데도 문 정부가 왜곡된 인식에 근거한 ‘졸속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더욱이 글로벌 경쟁력이 탄탄한 원전산업을 이끈 숙련된 고급 인력이 문 정부 기간 사장(死藏)될 위기에 처했었다. 그나마 윤석열정부 들어 원전 활성화 및 에너지 안보를 위해 탈원전 폐기 및 원전 12기 운전 허용 등으로 원전산업의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한데 ‘예산 삭감’이라는 암초를 또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과학기술을 부정하고 이념에 매몰된 인식에서 빠져나오길 바란다. 한전 적자 보전이나 전기세 인상 등 어떤 형식이든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원전산업 관련 예산을 삭감한다는 게 제정신으로 하는 행동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