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 View] 대부업법 시행 21년… 아직도 ‘쩐주’라는 오명
▲ 김흥수 생활경제부장
2004년 3월 SC제일은행은 일본계 대부업체인 A&O그룹(현 OK금융그룹)의 대출 채권을 담보로 잡고 500억 원의 대출을 실행한 사실이 드러나며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SC제일은행은 2002년 대출을 실행하기 직전 A&O그룹이 SC제일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받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로 파악된 바틀넷 유한회사를 통해 500억 원의 자금을 우회 대출했다. 
 
이 자금은 A&O그룹 계열 대부업체에 골고루 유입됐다. SC제일은행은 이 일로 오로지 수익만을 추구하는 외국계 사모펀드의 속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고리대금업자의 쩐주(錢主)’ 노릇이나 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군인공제회가 A&O그룹에 300억 원을 대출해 준 사실이 밝혀지며 당시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에게 심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 후에도 몇몇 시중은행들이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부업의 쩐주 노릇을 했다는 비판을 받곤 했다. 
 
당시 대부업의 이자율은 66%로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입법례를 찾을 수 없는 고금리였고 고리대금업자의 쩐주라는 오명을 듣기 싫었던 시중은행들은 대부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회피해 왔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전까지 이자제한법으로 이자의 상한선을 25%로 규정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IMF의 권고로 이자제한법이 폐지되고 고리대금업자의 천국이 펼쳐지게 된다. 1000원을 빌려주고 100만 원의 이자를 받아도 합법인 언필칭 동물의 왕국과도 같은 아노미상태(규범·가치관이 의미가 없어지며 자기통제력을 잃어버리는 상태)가 4년여간 유지되었다.
 
고리대금업의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2002년 10월 대부업자를 양성화한다는 명분으로 최고금리를 66%로 정하는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대부업법)’이 시행된다. 이후 여러 차례의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최고금리를 점진적으로 낮추면서 현행 20%에 이르게 된다.
 
서민의 금융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은 이자율 15.9%인 고금리 대안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이자율이 대부업보다 4.1% 낮아 보이지만 조달금리를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민금융진흥원은 무이자로 자금을 조달하는 반면 대부업체는 6%대의 이자를 지불하며 자금을 조달한다. 상품 금리에서 조달금리를 제외한 단순금리 마진율을 따져 보면 대부업체의 대출보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취급하는 고금리 대안대출의 이자율이 더 높은 셈이 된다.
 
대표적인 서민금융 기관이라 할 수 있는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또한 대부분 법정최고금리인 20%의 대출이자를 부과한다. 저축은행의 조달금리는 대부업의 절반 이하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0%대의 고금리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각종 캐피탈회사는 4%대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단순금리 마진율만 놓고 본다면 저축은행이나 캐피탈회사들을 대부업자보다 더한 고리대금업자라 불러도 무방하다.
 
정부는 2021년 대부업법의 최고금리를 20%로 낮추면서 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대부업자들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해 조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우수 대부업자 제도를 마련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우수 대부업자 제도 시행 첫해인 2021년에는 9월부터 12월까지 약 4개월 만에 1680억 원의 차입이 이뤄졌다. 그러나 지난해 1222억 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1000억 원 안팎의 차입이 예상된다. 우수 대부업자 제도가 전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은행들이 대부업 대출을 꺼리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대부업체가 자회사인 저축은행·캐피탈사의 경쟁 상대라는 사실과 돈도 안 되는데 굳이 대부업 '쩐주'라는 평판 리스크까지 감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친(親)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앞세우며 역대 어느 정부보다 서민금융에 관심을 쏟았던 이명박정부는 은행들에게 서민금융 확대를 압박하며 은행을 평가하는 잣대로 서민금융 지원 목표 및 이행 실적을 활용했고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대부업의 양성화라는 명분으로 제정된 대부업법이 올해로 시행된 지 21년이 지났다. 21년이면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고도 남는 시간이다. 이제 금융당국이 나서서 ‘대부업 쩐주’라는 별칭의 평판을 책임지고 세탁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1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조정진, 편집국장: 고동석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