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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대한민국예술원도 좌경화되는가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2-14 06:31:00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대한민국예술원, 그중에서 영화분과가 이상하다. 이념과 상관없이 평생을 자신의 예술 세계에 헌신해 온 예술가들을 제치고 이념적 활동을 해 온 인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지영은 얼마 전 타계한 김수용 감독의 연출부에서 경력을 쌓은 뒤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1983)라는 멜로 영화로 감독 데뷔했다. 그가 영화계에 이름을 알린 것은 영화가 아니라 테러 때문이었다. 1986년 연말에 영화법이 개정되었는데 주요 쟁점은 ‘시장 개방’이었다. 영화 수입과 상영을 하려는 자는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영화의 경쟁력은 외국영화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어쩌다 흥행작이라도 나오면 이변으로 받아들여질 정도였다. ‘성춘향’ ‘미워도 다시한번’ ‘별들의 고향’ ‘겨울여자’ ‘영자의 전성시대’ 정도가 1960~1980년대에 이례적으로 흥행 대박을 일으킨 한국영화들이다. 이와는 달리 외국영화 특히 미국영화들은 흥행을 주도했다. 시장 점유율이 85% 수준까지 이른 때도 있었다,
 
영화법 개정으로 외국영화 수입이 자유화된 이후 시장 진입을 관망하던 미국영화계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는 시기에 맞추어 ‘UIP코리아’라는 외국영화 배급업체를 설립했다. 첫 배급작품은 ‘위험한 정사’(1987). 영화인들은 미국영화의 쓰나미가 시작됐다며 격렬하게 반발했고, 머리띠를 두른 채 연일 시위를 벌였다, 그러던 중 영화가 상영되던 명동 소재 코리아 극장 객석에서 뱀 4마리가 발견됐고, 신촌의 신영극장 여자화장실에서도 뱀 10마리가 나왔다. 이듬해 ‘레인맨’(1989)을 상영하던 강남의 씨네하우스에서도 뱀 10마리가 발견됐고 몇 달 후에는 화재가 일어났다. 실화가 아니라 방화로 의심되는 사건이었다. 시내의 다른 극장 6곳에서는 객석에 분말 최루가스가 뿌려져 관객이 대피하는 대혼란이 벌어졌다.
 
조사 결과 이들 사건을 모의하고 실행한 범인으로 영화감독 2명이 체포됐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정지영이었다. 그는 6개월의 실형을 받고 복역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그때의 일에 대해 공개적인 사죄나 해명이 없다. 한국영화를 지킨다는 명분과 관객이나 영화사를 상대로 협박하는 것은 별개다. 아무리 선의라 하더라도 영화사나 관객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테러다. 독이 없는 뱀이었다거나 다친 사람이 없다는 식의 변명은 본질과는 상관없는 궤변이다.
 
이후 정지영의 영화는 좌파의 주장처럼 한국사회를 공격하는 무기로 돌변한다. ‘남부군’(1990)은 6·25 전쟁 중 지리산에 낙오된 빨치산 대원의 눈으로 전쟁을 바라본다. 북한 측의 주장을 그대로 담고 있다. 시선의 다양성을 넘어 북한 편들기를 하는 수준이다.
 
‘하얀전쟁’(1992)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제대 군인이 정신적 혼란과 갈등을 겪으며 죄의식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여 준다.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참전한 것은 외국의 전쟁에 명분 없이 뛰어들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헐리우드키드의 생애’(1994)는 미국영화가 젊은이의 마음과 생각을 세뇌시키는 문화제국주의 첨병이라고 주장한다. 반미를 외치던 운동권 종북주의자들의 주장 그대로다. ‘부러진 화살’(2012)은 한국의 사법제도가 엉터리라는 주장을 편다. 대학 입학시험의 문제 오류를 주장하다가 해고된 어느 대학교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피고인의 주장이 맞다는 것을 전제로 재판에는 관심도 없는 재판관이 내리는 판결은 엉터리 결론이라고 비난한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사법제도가 약자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질서를 추종한다는 주장이다.
 
‘천안함 프로젝트’(2013)는 천안함 침몰 사고가 일어난 원인에 대해서 정부 발표를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괴담에 가까운 논리로 의문을 제기한다. 의문이 아니라 반박이다. 영화의 주장은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고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정지영 감독의 행적은 관객에 대한 테러, 반미운동, 6·25 전쟁에 대한 북한식 해석, 베트남전 참전에 대한 비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정부 발표 불신 등 한국사회의 주류적인 평가와는 다른 주장을 보여 주고 있다. 그는 실제로 테러를 자행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붕괴를 겨냥한 영화를 감독한 반(反)대한민국 문화 테러범이기도 하다.
  
그런 인물이 예술원 회원으로 대우받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더구나 고 김수용 감독과의 인연을 계기로 예술원 회원이 된 덕분인지 장례위원장 노릇을 맡으며 원로 영화인 행세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타계한 변장호 감독을 포함한 유고 회원 두 자리의 뒤를 잇는 신입 회원을 선발해야 하지만 회원 모두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운동권 세력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일단 회원이 되면 종신이다. 예술원마저 좌경화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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