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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이재명의 소탐대실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1-18 06:30:50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싸라기 줍다가 쌀자루 쏟는다’는 말은 작은 일을 욕심내다가 큰 일을 그르치는 상황을  가리킨다. 말 그대로 ‘소탐대실’이다. ‘싸라기’는 잘게 부서진 불량 쌀알을 뜻한다. 비슷한 말로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깨 줍다가 참기름 병 쏟는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진다’ 등이 쓰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하는 일이 그 경우가 아닌가 한다. 얻는 것은 방탄이고 추종자들을 공천하는 것이지만, 잃는 것은 지도자로서의 역량에 대한 불신과 떠나가는 민심이다. 부산 지역을 방문했다가 피습을 당해 상처를 입고 부산대학교 병원에 입원했지만 더 나은 데로 옮겨야 한다며 서울대학교 병원으로 이송한 사건을 두고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열상이든 자상이든 1.4㎝ 정도라면 간단한 응급처치만으로도 수습이 가능한 수준이다. 심해야 몇 바늘 꿰매는 정도이고 웬만하면 반창고를 붙이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다. 더구나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대범하고 강인한 인상을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괜찮습니다. 괜한 걱정을 끼쳐 죄송합니다며 곧장 업무에 복귀했을 터이다. 2006년 지방선거 유세를 지원하던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피습 사건이나 2015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 도중 테러를 당한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사건은 여러 사람을 놀라게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침착한 대응과 여유로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이와는 다르게 이재명 대표는 사건을 더 크게 키우려는 것처럼 보인다. 상처가 더 깊었으면 위험할 뻔 했다” 부산에서 수술하면 자칫 더 나빠질 수 있으니 서울로 가야 한다는 등의 말이 측근들의 입을 통해 나왔다. 상처가 더 깊었으면 위험할 뻔했다는 말은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다. 이는 ‘하늘이 무너지면 모두가 죽을 것’이라는 말과 같아서 하나마나한 말이다.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한다는 것은 실제 상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열혈 추종자를 결집시키고 일반 국민을 현혹하려는 술수처럼 보인다.
 
과연 이 사건이 돌발적으로 일어난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지만 오히려 이 일에 엄청난 음모라도 있다는 듯 본인은 침묵하고 측근 추종자들은 무슨 위원회를 만들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바람 잡고 있는 실정이다. 처음에는 뭔가 감추려는 듯한 자세를 보이다가 어느 순간 진상을 밝히고 정부는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한다. 왜 태도가 달라졌는지, 무엇을 근거로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바보와 더 바보가 좌충우돌하는 ‘덤 앤 더머’(1994)의 현실판인가. 영화 속 인물들은 바보이긴 해도 착하기라도 하지. 이 대표와 그 측근들은 오로지 꼼수와 술수뿐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경기도 지사·대통령 후보를 거치고 지금은 다수 야당의 대표를 맡고 있다. 말로는 격차 해소·지역편중 해소·기회의 균등 등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의 행동에서는 규정이나 법을 무시하는 특권의식, 겉으로 하는 말과 속내가 다른 이중성, 주변 사람들을 모두 사사롭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탐관오리 같은 독단적인 행태를 서슴지 않았다. 성남 시장이나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특정 식당의 샌드위치나 초밥을 법인카드로 사오게 하고 수발드는 공무원을 전담 배치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앞에서는 반일을 선동하고 실제 생활에서는 자신이 선호하는 일제 상표의 샴푸를 사오도록 서울까지 심부름시켰다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이 대표가 부산에서 서울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응급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헬리콥터를 이용하고 서울에 도착해서도 병원까지 가는 과정에 경찰의 도로 통제를 지원받았고 일반인은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서울대학교 병원의 입원실을 전용실처럼 이용한 것은 규정을 어긴 것이고 차례를 어긴 것이며 나는 언제든 특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특권 신분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사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도 본인은 병원에서 퇴원해 집 안에 칩거한 채 묵묵부답인 것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측근들을 통해 겨우 음모론이나 제기하고 정부·여당을 비난하는 것은 ‘공격이 방어’라는 식의 우격다짐으로 보인다. 그는 법인카드 편법 사용이나 여배우와의 스캔들·각종 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로서의 문제해결 역량이 없다는 것을 드러냈을 뿐 민심을 잃어버렸다. 방탄을 하고 공천을 통한 측근 배치에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국민적 믿음을 얻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소탐대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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