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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능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이야기다. 학교 계단 옆에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 답을 알려 주는 게시판이 있었다. 학생들이 우리말 중에서 어려운 것이나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종이에 적어서 제출하면 그중에서 골라 답을 적어서 1주일 동안 게시해 두었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은 인터넷 게시판을 활용하는 모양이다. 참으로 권장할 만한 일이었다.
당시 어느 학생이 “‘님의 침묵’이 맞는 것인가요? ‘임의 침묵’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했다. 대다수의 학생과 교사가 별 다른 생각 없이 ‘님의 침묵’이라고 표기해 왔는데, 중학생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참으로 대견했다. 그 학생의 말이 옳았다. 우리말에선 ‘ㄴ’이 어두에 올 수 없기 때문에 ‘님의 침묵’은 어법상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한용운 선생이 틀렸다는 말인데….
사실 시인이었던 만해 한용운 스님은 우리말을 잘 활용했지만 당시는 우리말 문법이 정착되지 않았고 띄어쓰기도 하지 않던 시절이라 의미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부분이 있다.
‘님’은 신라시대에는 ‘닏’으로 썼다. 그후 ‘닐>닐임>니임>님’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임금(主)을 의미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지, 지금 인터넷 상에서는 2인칭을 ‘님’이라고 한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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