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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路 동서고금] <2> 대한민국·조선
임명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19 06:30:29
대한민국은 3·1운동 직후 상해 임시정부 성립 때 도출된 국명이다. ‘대(大)’가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접두사라면 ‘한(韓)’은 ‘최고·으뜸’을 뜻하는 ‘칸’의 한자 표기, 즉 징기즈 칸의 칸이다. 중국 대륙에 이미 한(漢) 왕조가 있어 다른 글자를 쓰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韓·漢)의 중국어 발음(Han)이 ‘칸’에 가깝게 들린다.
 
‘민국’의 첫 용례는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 ‘중화민국’이다. ‘대한민국’ 역시 네 글자로 맞춘 것에선 유구한 4박자 취향이 엿보인다. 서역 문물의 영향 하에 5‧7박으로 변하기 전 동북아인들의 리듬감은 4박 위주였다. 주나라 때인 BC 500년 무렵 춘추시대 중원의 유행가집인 시경이 증거다. 5세기 이후 4·4조를 벗어나 한시에서 보듯 5·7언으로 굳어졌지만 현대 중국인들이 실내·외에 장식하는 대련(對聯) 문구는 여전히 4박자다.
 
조선이란 이름은 한자 뜻(아침朝·고울鮮)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 조선은 아득한 옛날 유라시아의 유목민 연방체 쥬잔(쥬신·쥬스), 즉 미국의 스테이트에 해당할 정치·행정 단위를 뜻하는 어떤 고대어의 한자 표기임이 근년 분명해졌다. ‘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김정민)에 잘 설명돼 있다.
 
여진(女眞)‧숙신(肅愼) 등과 조선(朝鮮)은 동일 단어의 상이한 한자 표기라고 판단할 근거가 풍부하다. 중국어(표준어·방언)와 일본어 등 여러 언어로 발음해 보면 일단 음운 친연성이 두드러진다. 6대째 함경도 여진족 지역에서 살았다는 태조 이성계에게 ‘쥬잔(쥬신)’이란 ‘우리나라’ 정도의 뜻으로 전승된 어떤 어휘였을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의미적 배려가 완전히 배제되진 않았다. 천신·태양신을 섬기던 사람들의 후예로서 해 뜨는 아침(朝)은 친숙하다. 고조선 수도 아사달의 어원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 남아 있다. ‘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에 따르면 아스타나 현지 구조물‧깃발 등에는 태양 이미지가 뚜렷하다.
 
기자조선의 기자(箕子)를 중국인으로 여긴다면 넌센스다. 민족 형성은 1000년 후 일이고 현재 같은 개념이 되려면 다시 1000년쯤 지나야 한다. 중세 들어 중화문명이 번성하자 강렬한 문화적 동일시 욕망 속에 대륙과 연결지어 해석하려는 경향이 생겼고 근대 이후엔 그 정반대의 현상이 압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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