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개혁 계속 추진’ 의지를 재차 밝혔다. 총선 이후 브리핑 없이 비공개회의를 이어가고 있는 정부가 의료 개혁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두 달째 집단 사직을 이어가고 있는 전공의들은 복귀 조건으로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외에도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파업권 보장·보건복지부 차관 경질 등을 내세웠다. 대화의 구체적 선결 과제를 내놓은 셈이다. 이에 향후 정책 추진이나 그에 따른 의료계 대응 수위에 변화가 예상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 의견은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했다. 사실상 정부 주도 의료 개혁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로 이는 전날 정부 브리핑 입장과도 맞물린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의사집단행동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4대 과제는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의료계를 향해서도 “2025년도 대입 일정을 고려할 때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상황으로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통일된 대안을 조속히 제시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집단행동을 멈추고 조속히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의료 개혁 과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위해 토론회도 이어간다. 18일에는 ‘필수 의료 강화를 위한 간호사 역량 혁신 방안’를 열고 간호사의 역량을 제고할 방안을 논의한다. 조 장관은 “정부는 앞으로도 필수 의료 개혁에 필요한 토론회를 다양한 주제로 열어 국민과 전문가의 소중한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 동료 20명 인터뷰 16일 공개
“증원 백지화·의료행위 면책” 중요
전날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소한 전공의 등은 이날부터 대화 선제 조건을 내세웠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가 이날 공개한 사직 전공의 20명에 사직 이유와 수련 환경에 대한 의견·복귀 조건에서 이들은 ‘노동권 보장’ ‘수련환경 개선’ ‘복지부 장관 및 차관 경질’ ‘의대 증원 및 필수 의료 패키지 백지화’ 등을 꼽았다.
인터뷰에 참여한 전공의들은 “전공의 노동조합 결성과 파업 권한이 보장된다면 다시 돌아가겠다” “업무개시명령으로 대표되는 (의료법상의) 전공의 강제노동조항을 없애지 않는다면 아무도 수련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인터뷰에 응한 필수 의료 전공의는 “환자 사망을 포함해 불가항력적인 의료 사고에 대한 무분별한 소송을 막는다면 수련 현장으로 복귀하겠다”며 소송 리스크 제거를 꼽았다. 또 다른 전공의도 “수련하며 기소당하고 배상까지 하게 된 선배와 교수님들을 많이 봤다”며 “선의의 의료행위에 대한 면책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복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류옥씨는 이와 같은 인터뷰 결과를 근거로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환자를 버리고 환자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대신 더는 의료체계가 불능이 되지 않도록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 달라”고 호소했다.
요지부동한 의료계와 평행선을 좁힐 대화협의체에 대한 구체적 안이 새롭게 제시되기도 했다. 대통령실 산하 의사 수요연구 특별위원회 신설을 제안 한 배장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잘못된 의료체계를 고치는 게 더 중요하고 시급하며 근원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3일 페이스북 글에서 “의대 증원 논의를 중단하고 전공의와 의대생이 각각 병원과 학교로 돌아올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하라”고 했다. 이어 “특위는 위원회 구성원은 의대교수 단체·의학회를 포함한 의료 전문가와 정부 그리고 연구기관을 모두 포함해야 하며 끝장 토론을 통해 무제한 의료사용을 논리적 수준에서 제한하고 (환자) 전원 결정은 의사가 한다는 어렵지만 중요한 논제를 세우고 의사 추계 연구를 최소 1~2년간 실시해 달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필수 의료·지방의료를 발전시킬 정책을 논의하고 지원해 달라”며 “이를 먼저 시행한다면 현재 무너진 정부와 의료계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프로세스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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