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기자수첩
[데일리 Talk] ‘폐업’이 오히려 후련한 자영업자의 현실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19 00:02:30
▲ 김기찬 경제산업부 기자
2년 전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 프랜차이즈 카페를 열었던 한 자영업자는 지난해 12월 생업을 내려놨다
 
그는 가게 문을 처음 열 때만 해도 코로나19 상황이긴 했지만, 10만 명씩이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얘기를 믿었다. 하지만 가게 문을 열어젖히는 사람은 거의 점장인 본인뿐이었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가게를 찾는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 이후 그나마 가게를 찾는 사람이 생겨나는 듯했으나 고금리 상황이 그를 덮쳤고 대출 이자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는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고단함을 무릅쓰고 아르바이트 없이 많은 시간 가게를 지켰다. 그럼에도 2년 여간 그의 장부에는 빨간 글자만 적혔다그는 이제 폐업하고 나니 오히려 후련하다고 한다 
 
미국산 돼지 막창을 도매로 들여와 판매하는 다른 자영업자도 고민이 많다. 1300원 후반대의 고환율 때문이다. 최근 환율은 1400원을 기록하는 등 이란과 이스라엘의 확전 위기감이 커지며 오름세를 보였다. 그는 미국산 돼지 막창을 사용하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 납품가가 상승했고,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서울 용산구에서 편의점 2곳을 운영하고 있는 한 가맹점주는 인건비가 걱정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인데 내년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들어가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률이 1.4% 이상이 되면 내년에 최저임금은 1만 원이 넘게 된다. 역대 가장 낮은 인상률이 1.5%인 점과 최근 경기 부진 및 고물가를 고려하면 인상률을 1.5%보다 낮추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는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도 부담스러운데 더 오를 거라 생각하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지금도 인건비·전기세 등을 다 지불하고 나면 생활비도 빠듯해 굶어 죽게 생겼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와 경기 부진을 대출로 버텨 왔지만 오랜 기간 고금리 국면이 이어지며 한계에 부딪혔다. 심지어 생업을 포기하기까지 한다. 소상공인을 위한 공적 공제 제도인 노란우산이 지급하는 자영업자 퇴직금 성격의 폐업 사유 공제금은 지급 건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10만 건을 넘어섰다.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경영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이 폐업하는 경우가 늘어난 영향이다.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 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부터 10회 연속 동결이다. 부채 상환 부담이 누적된 자영업자로서는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물가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에 통화당국도 금리를 쉽사리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금리 국면의 핵심엔 물가가 있다. 최근 물가는 사과·배 등 농산물 가격이 크게 뛰며 3%대 상승률을 보였다. 향후 상황이 나아진다면 숨통이 트이겠으나 중동 사태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유가도 높은 상황이고, 에너지 공기업의 누적된 적자로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도 인상을 목전에 두고 있다. 달러 강세가 계속된다면 수입 물가도 더욱 상승 압박을 받을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이 1000조 원을 넘은 상황에 고금리까지 장기화되며 자영업자의 부채 상환 체력이 점차 떨어지는 모양새다. 대출을 최대한으로 끌어다 써 더 이상 대출이 불가능한 자영업자가 1731283명에 달한다.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의 절반 이상(51.5%)이다.
 
이대로라면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고금리 기조가 더욱 길어지고 자영업자의 생업 환경은 나아지지 않을 게 불 보듯 훤하다. 4.10 총선이 끝난 현재 여야가 진실된 협치를 통해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살피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1
좋아요
1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조정진, 편집국장: 고동석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