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중고 거래 ‘가이드라인 미준수’ 여전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시행 열흘 넘었는데… 소비기한 명시 등 가이드라인 미준수 ‘수두룩’
소비기한 자체 확인 불가해 추정하는 경우도… 소비자 안전성 우려
별도 카테고리 마련에도… ‘건기식’ 아닌 ‘가공식품’으로 거래 등록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20 14:00:47

▲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게시된 건강기능식품인 홍삼 판매 글. 제품 카테고리를 가공식품으로 설정해 소비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판매하고 있다. 당근마켓 캡처

당근마켓·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그동안 금지됐던 건강기능식품의 중고 거래가 가능해진 지 10여일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지켜지지 않은 채 중고 거래가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따르면 품목 성분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게 개별 포장된 제품·소비기한을 확인할 수 없는 제품·소비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게시된 판매글 등이 게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이 판매글 중에는 현재 거래가 진행 중인 제품도 적지 않았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8일부터 홍삼·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을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도록 개선한 ‘건강기능식품 개인 간 거래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미개봉 상태 제품 △제품 표시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의 제품 △소비기한 6개월 이상 남아 있는 제품 △보관 기준이 실온 또는 상온인 제품 등으로 거래 가능 제품을 제한했다.

이에 중고 거래 플랫폼들은 개인 간 거래 전용 카테고리 및 거래 가능 기준에 따른 영업자 필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별도의 카테고리를 신설하는 등 조치를 나섰다.

당근마켓의 경우 제품 판매 시 제품 분류를 건강기능식품으로 선택하면 소비기한을 명시하도록 설정했으며, 6개월 미만 제품은 판매가 불가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 밖에 시범사업 가이드라인도 설명란에 표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근마켓 플랫폼 내에서 거래되고 있는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의 상당수는 건강기능식품 카테고리를 선택하지 않아 ‘가공식품’으로 분류돼 소비기한이 명시되지 않은 채 거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자가 가공식품으로 카테고리를 설정할 경우 소비기한을 표기하도록 하는 칸이 사라져 소비기한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가공식품으로 분류해 거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제품의 경우 품목 성분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로 개별 포장분을 판매하고 있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일부 판매 글의 경우 “1월에 구입했으면 적어도 1년 넘게 (소비기한이) 남았겠죠”라고 명확히 소비기한을 확인할 수 없어 추정하고 있는 제품도 거래되고 있었다.

식약처는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고자 할 때 개인정보 등을 입력하도록 함으로써 책임 소재를 판매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플랫폼도 건강기능식품 중고 거래에 대한 일부 책임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해 정작 건강기능식품 중고 거래 중 문제가 발생하면 명확한 책임 소재는 조사가 이뤄진 다음에야 알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는 엄격하게 중고 거래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지만 그럼에도 개인 간 건강기능식품 중고 거래 중 문제가 발생한다면 기존 신고 체계를 통해 신고를 접수해야 한다”며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변질 발생 원인 행위자를 대상으로 추가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식약처는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이 식약처가 정한 기준에 따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사실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면 시범사업 참여 승인이 철회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