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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락가락’ 정책에 과학계 ‘갈팡질팡’
尹 ‘R&D 예타 폐지’ 급선회에 우려의 목소리
예산 삭감 후 야당·과학계 반발에 냉·온탕 오가
깜깜이 예산 편성 등 부실 검증할 후속 대책은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22 00:02:02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을 위한 정부 예산 정책이 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관성 없이 조변석개하는 정책 발표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과학계의 반응이 주를 이룬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의 폐지를 언급했는데, 이를 두고 환영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것으로 체감된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부는 잘 살피고 국민의 뜻을 수렴하는 방안이 무엇일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17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성장의 토대인 연구개발 예비타당성조사를 전면 폐지하고 투자 규모도 대폭 확충하라”고 지시했다. 내용만 놓고 보면 과학기술계에서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R&D 예타에 대해 그간 불만의 소리와 개선 요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예타는 선심성 사업 시행에 따른 재정 낭비를 막는다는 목적으로 1999년 도입됐다. 예타의 대상은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면서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국가사업이다. 사업의 경제성을 평가해 재정 투입의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한다. 그런데 예타에 걸리는 시간이 문제다. 통상 1년 가까이 소모되는 바람에 그 사이에 기술 확보 시기를 놓치게 되면 예타 통과 후 이미 필요 없어진 연구를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는 대다수 과학기술 관련 프로젝트가 예타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사업비가 적게 드는 소규모 R&D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2015년 426개였던 주요 R&D 사업 수가 지난해에는 1266개로 3배 가까이 늘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기술만 양산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윤 대통령이 지시한 ‘R&D 예타 폐지’는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연구비 카르텔’을 지적하며 올해 R&D예산을 예년 예산보다 16.6%(약 5조 원) 줄였다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와 정반대로 ‘예타 폐지’를 선언하니 과학계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R&D 예산 삭감 발표 후 야당·과학계로부터 비판과 반발이 컸다. R&D 예산이 삭감된 것이 유례없던 일이고 그것도 대폭으로 삭감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수습하기 위해 결과적으로 냉·온탕을 오가며 정책의 급선회를 그리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국가 예산과 재정 계획이 1년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널뛰는 모양새라면 정부 정책에 신뢰성을 갖기 어렵다. 현장에서는 일관되지 않은 정책 기조 탓에 연구실 운영 계획을 짤 수 없다는 등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대통령실은 올해 4월 내년도 R&D 예산을 두고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약간의 완수되지 않은 개혁 과제가 남아 있더라도 절체절명의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과학계에서는 정부가 R&D 예타 대상 기준금액을 올리는 식으로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뜻밖에 ‘전면 폐지’가 거론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첨단 분야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예타에 발목 잡혀 R&D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기술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예타 폐지의 배경을 설명했다.
 
물론 글로벌 기술 경쟁 시대에 우리 과학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깜깜이 예산 편성 등 부실 사업을 검증할 후속 대책도 없이 예타 폐지 선언이 먼저 나오는 건 아무래도 성급해 보인다. R&D 예산삭감이든 예타 폐지든 현장을 지키는 연구자들의 의견 청취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방식도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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