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7일 양일간 ‘한국·일본·중국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진행되었다. 이 3국 간 정상회담 명칭을 두고 일부에서 불신이 표출되었고 몇몇 언론도 이를 부채질했다. 왜 국가 순서가 ‘한·중·일’이 아니라 ‘한·일·중’이냐는 것인데, 이 얼마나 좌경화 교육으로 세뇌된 무지한 사람들의 작태란 말인가.
당초 기존의 ‘아세안+3’ 회의체를 기반으로 출발한 이래 사실상 아세안 국가들 중 영향력이 큰 만큼 3개국이 2008년부터 회의를 정례화 하였으며 2009년에는 ‘3국 협력사무국(Trilateral Cooperation Secretariat·TCS)’이 서울에 설치되었다. 의장국이 ‘일→중→한’ 순서로 돌아가기에 우리 기준으로는 ‘한·일·중’이 맞는 표현이며 일본은 ‘일·중·한’으로 중국은 ‘중·일·한’으로 표기한다. 자유주의 국가인 우방국을 먼저 한다는 의미에서도 ‘한·일·중’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 명칭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까지 절대적 중국 사대주의 국가인 조선의 영향이 남아 있는 데다, 좌파 세력의 정치적 기반이 ‘반일주의’이기에 오랜 기간 지속된 선동과 세뇌의 결과로 보인다. 그들은 한·일·중이라는 명칭에 나열된 국가 순서를 두고 현 정부가 ‘친일 노선’을 표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역사적 사실을 살펴보자. 우리에게 가장 피해를 많이 준 국가는 어디인가. 걸핏하면 일본을 들먹이지만 정작 고조선을 멸망시킨 것도, 고구려를 멸망시킨 것도, 백제를 멸망시킨 것도, 고려를 멸망시킨 명분을 준 것도, 병자호란으로 조선을 속국으로 만들어 버린 것도 모두 중국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여·몽연합군이 이키섬과 큐슈에서 대량학살을 한 2차례 일본 원정으로 일본에선 두려운 것을 비유하는 ‘무쿠리고쿠리(몽골군과 고려군)’라는 표현이 생겼고 이후 고려 말~조선 초 3차례 대마도 정벌로 우리 민족에 대해 ‘두려움과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이 우리 역사에서 강자로 등장한 것은 이런 두려움과 피해의식에서 벗어난 16세기부터이며 이후 1592년 임진왜란과 1910년 한일병합으로 표출되었다.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1950년 북한이 도발한 ‘6·25 전쟁’에서 우리를 도와준 것은 일본이며 중국은 우리를 향한 침략을 돕고 통일을 방해한 적(敵) 중의 적이었다. 1948년 건국 이래 중국이 북한을 끊임없이 도와주고 있는 가운데, 지금 우리의 우방국은 미국과 일본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준 중국의 악행은 모두 외면하고 우리가 강성할 때 일본을 침략한 것도 무시하고 오로지 반일(反日)만을 주장하며 친중(親中)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도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역사 인식이 아닌가.
게다가 ‘3국 정상회의’라고는 하나 중국이 정상을 보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한국과 일본은 정상이 참석했으나 중국은 당 서열이 그보다 낮은 인사를 보냈다. 이번에도 주석 시진핑이 참석하지 않고 그 밑에 있는 총리 리창(李强)을 보냈다. 중국 정부가 3국 정상회의를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실권도 없는 리창과 같은 인물과 무슨 약속을 할 수 있을까.
최근 우리 정부의 오락가락 하는 입장도 국민을 혼란케 한다. 불과 며칠 전 중국산 이커머스의 시장 확대를 막고자 해외직구 금지까지 발표하더니 곧바로 한·중 FTA 2차 협상과 투자 활성화를 논했다. 미국이 군사·경제 측면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 말이다. 과연 정책 운영의 구심점은 있는지 의심이 든다.
즉 무엇을 해도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이나 일본보다 인구가 턱없이 부족한 나라다. 그만큼 미국과 같은 강력한 우방국을 등에 업고 정교한 국가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하는 일마다 부처별로 중구난방이다. 중심에서 통제하고 조정해야 할 핵심축, 즉 국가 대전략 수행에 대한 컨트롤러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을 압박하여 핵무기 및 신형무기 개발을 중단시키고 이미 보유 중인 핵무기도 폐기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개발 금지에 한목소리를 내는 반면 중국 대표는 이를 외면했으며 결국 최대 관심사를 공동선언문에 담지도 못했다. 회의가 한창인 27일에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2호’를 발사했다는 것은 이 회의의 무가치성을 증명한 것이며 리창 총리 역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중국은 그런 나라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의 대중(對中) 노선은 더욱 확고해야 한다.
같은 날인 27일 마이클 맥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3일간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해 라이칭더 총통을 만났다. 이는 최근 중국이 해상에서 실시한 ‘대만 포위 군사훈련’에의 대응이며 미국 정부의 대만 지원 의지를 간접적으로 보여 준 제스처이기도 하다. 북·중·러 대응의 유일한 방법은 미국과 항구적 혈맹 관계를 유지하고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뿐이다.
모든 국가가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확고한 철학은 물론 대비책도 없어 보인다. 무엇을 할 것이고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계획은 가지고 있을까. 지금은 보수 정권 재창출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 인식 전환과 인적 쇄신이 반드시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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