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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옥의 열사일침(烈士一鍼)] ‘흐르는 산’ 낙남정맥(洛南正脈)을 추억하며
정창옥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10 06:31:10
 
▲ 정창옥 길위의학교 긍정의힘 단장
바람 불면 떠나는 운무(雲霧)의 추억 속에/ 태고에 살아온 원시의 생명들/ 거친 파도 몰아친 깊은 계곡 사연들/움푹 패인 주름이 세월을 낚는구나// 속살 내 비칠세라 겹겹이 에워싸고/ 함부로 허락지 않는 맨살의 순수여/ 시원(始源)의 날부터 지켜 온 순결은/ 자만하지 않아도 푸르구나// 잊혀진 자의 아침을 깨우는 푸른 생명/ 가난한 자의 저녁을 풍성하게 하는데/ 무엇이 잘났고 무엇이 못났는가/ 뒤틀린 세상에 아쉬움 없어라// 오르는 자들의 생과 사의 약속/ 패인 주름마다 꽃씨 되어 피어나/ 어리석은 내 가슴에 흐른다// 순결한 꿈 치유의 산 되어 하늘 높이 흐른다.’
 
지리산 청왕봉에서 영겁의 세월 동안 세찬 비바람을 맞으며 홀로 우뚝선 고목나무는 영신봉(1652) 바위 끝에서 낙남정맥의 새 생명을 잉태한다. 세상의 희노애락을 초월한 세석평전(細石平田)의 나무 해골을 뒤로하고 삼신봉(三神峰)으로 하여금 신들의 영험함을 일깨운다.
 
예로부터 천석(泉石)이 아름답고 청학이 서식하는 승경(勝景)으로 대를 이으면서 푸른 학을 타고 소박한 청빈낙도(淸貧樂道)의 삶을 추구하는 갱정유도(更定儒道)의 무릉도원 청학동은 시운기화유불선동서학합일대도대명 다경대길유도갱정교화일심(時運氣和儒佛仙東西學合一大道大明多慶大吉儒道更定敎化一心)’이란 일심교(一心敎)로 우리네 삶을 정화시킨다.
 
산이 높으면 물도 맑다던가. 지리산 그림자를 따라 600리 협곡을 흐르는 섬진강은 급류를 타고 오르내리는 은어 떼의 숨결이 거칠고, 굽이치는 강물은 선인들의 옛 이야기들을 가득 싣고 대양(大洋)으로 떠나간다.
 
삼신봉에서 경남 하동의 옥산(615m)을 거쳐 사천의 이명산(571m)·봉명산(570m) 근처에 이르기까지 좌우에 관음봉(1171m)·거사봉(1100m)·칠성봉(899m)·주산(831m)·흰덤산(645m)을 더 높게 다듬은 민족의 정기 우로는 섬진강, 좌로는 남강의 지류인 덕천강을 이롭게 한다.
 
백두정기는 235m의 이름 모를 낮은 봉우리에서 머뭇거리다 갑자기 북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그러면 송전지·사동지·포곡지·성방지·묵골지·홍사지·용산지 등 30여 개의 수원지를 거둠으로써 한곳에 가장 많은 수원지를 두어 백성의 고된 삶을 적신다. 산삼진액이 고인 만병통치의 청정수를 머금고 산청을 휘감는 경호강을 더한 남강은 진양호에 이르러 호반의 도시 진주를 품는다.
 
1453년 왕위 찬탈을 노린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란(癸酉靖亂)의 피바람은 시뻘겋게 달궈진 작두로 사육신(死六臣)의 사지를 찢어 버렸고, 지용(智勇)을 겸비한 좌의정 김종서와 영의정 황보인은 수양대군의 철퇴를 맞고 비명횡사한다.
 
마침 우의정 정분(鄭鼖)은 충청과 영호남의 제찰사로서 영남을 순회하던 중이라 삼족(三族)을 멸하는 살육의 현장을 피할 수 있었으나 충주에 이르러 비보를 전해 듣는다. 운명을 받아들인 정분은 수양대군이 보낸 관원과 함께 유배지로 떠나 “조정의 명이니 항거할 수 없다. 하지만 내게 두 마음이 있으면 하늘이 그대로 있을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이상이 있을 것이다며 조정의 명으로 사형된다.
 
그러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장대 같은 소낙비가 쏟아졌고 감형관 무리가 혼비백산하여 물러갔다는데, 수양대군의 역모에 가담해 일평생 영화를 누린 정인지는 정분의 처남이었다. 목숨을 지키고자 했다면 처남을 통해 얼마든지 자신의 안위를 챙길 수 있었겠지만 그는 문종을 향한 일편단심으로 충의(忠義)를 지켰다. 우의정 정분은 진주 정씨(晋州鄭氏)의 본향인 진주와 진양호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명의 기운 역동하는 푸른 호수를 뒤로하고 실봉산을 거쳐 봉대산을 지나 대곡산에 이르러 고성의 바닷가 수태산(571m)을 필두로 좌이산, 통영과의 경계 벽방산(650m)으로 남해를 다스린 민족정기는 북동진하다가 함안의 여항산(744m)에서 휘감아 돌아 서북산(739m)·봉화산(650m)·광려산(720m)을 거쳐 마산·창원·진해의 진산이자 백두대간 낙남정맥의 최고봉인 무학산(762m)으로 솟구치며 남해 바다에 흩뿌려 놓은 다도해의 풍요를 넉넉하게 챙겨 준다. 그리고 천주산(640m)을 축으로 남해와 평행을 이루며 대암산(670m)·용지봉(744m)으로 하여금 불모산(802m)·웅산(704m)·화산(799m) 세 봉우리를 곁에 두어 형제의 의()를 다한다.
 
낙남정맥의 끝자락인 분성산(360m)은 용지봉·매봉산·황새봉·금음산·경운산과 영남의 곡창 지대인 김해평야를 병풍처럼 둘러치고 무엇이 아쉬웠는지 신어산(630m)과 무척산(700m) 등 더 높은 산봉우리로 낙동강의 수량을 더해 주며 김해평야 넓은 벌판에서 태평가를 부르다 그 정겨운 남해로 사라진다.
 
그러면 하동·진주·사천·고성·통영·함안·마산·창원·진해·김해는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거제·남해와 더불어 다도해의 흥겨움을 대대손손 이어 갈 것이다. 대양과 만나는 낙남정맥(洛南正脈)의 품격을 곧추세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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